선수들, 亞선수권 '5위 중요성' 모르고 뛰었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5.10.05 06: 27

아시아 6위에 그친 한국농구. 실력으로 보나 스포츠외교력으로 보나 딱 어울리는 순위였다.
김동광 감독이 이끈 남자농구대표팀은 지난 3일 오후 중국 후난성 장사시 다윤 시티아레나에서 개최된 2015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 5,6위전에서 레바논에게 87-88로 패해 최종 6위로 대회를 마쳤다. 2009년 톈진선수권 7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저조한 성적이었다.
레바논전에서 선수들은 유난히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실책도 잦았고, 쉬운 슛도 넣지 못했다. 레바논은 1차 결선에서 한국이 85-71로 잡았던 상대였다. 그래서 방심했을까. 한국은 에이스 재스먼 영블러드가 뛰지 않은 레바논을 다시 만나서 졌다.

▲ 아시아 5위와 6위는 엄청난 차이
5,6위 결정전은 단순한 자존심 싸움이 아니었다. 5위에게만 주어지는 특전이 있었다. 현재 2016 리우올림픽에 진출할 16개 팀 중 13개 팀이 가려졌다. 주최국 브라질, 2014 농구월드컵 우승팀 미국, 오세아니아 우승팀 호주, 유로바스켓 1,2위 스페인과 리투아니아, 아메리카 1,2위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 아시아 챔피언 중국이 그들. 나머지 세 자리는 2016년 7월에 개최되는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가려진다.
올림픽 최종예선에 나갈 15팀은 이미 정해졌다. 아시아에서 2~4위 필리핀, 이란, 일본이 나간다. 여기에 대회를 주최할 3개국이 더해져서 18개국이 3장을 놓고 싸운다.
FIBA 규정을 보면 [1. 2015 FIBA 대륙별 챔피언십에 참가한 모든 국가는 2016 올림픽 최종예선을 개최할 자격이 있다. 2. 올림픽 최종예선 개최국은 이미 최종예선을 통과한 팀 또는 통과하지 못한 팀 중 가장 성적이 좋은 팀 중에서 선별되는 원칙이 있다. 3. 만약 개최국이 이미 최종예선을 통과한 팀이라면, 대륙별 챔피언십에서 가장 성적이 좋았던 탈락팀에게 초대장이 주어진다.] 고 기술돼 있다.
방열 대한농구협회장은 2016 올림픽 최종예선을 적극 유치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럴 경우 한국에게 올림픽 최종예선 진출권이 주어진다. 문제는 예선을 통과해 우리보다 우선권이 있는 일본이 최종예선 개최를 적극 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일본이 개최를 하면, 티켓은 5위 레바논에게 돌아갈 확률이 크다. 6위를 한 한국은 어찌됐건 기회가 없다.   
  
▲ 선수들은 모르고 뛰었다
레바논과의 5위 결정전이 열리기 전 한국 취재진은 김동광 감독에게 5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 때까지 코칭스태프도 5위로 최종예선 진출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김동광 감독은 후반전 양동근을 투입하면서 승리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그런데 코칭스태프는 경기 전 선수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선수는 “그런 것이 있는 줄 몰랐다. 선수들은 몰랐다”고 했다. 선수는 모든 경기서 최선을 다해 뛰어야 한다. 패배에 변명의 여지는 없다. 한국은 실력에서 졌다. 다만 모든 가능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경기에 임한 것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애초에 한국농구가 잘해서 일본처럼 자력으로 티켓을 땄다면, 지긋지긋한 경우의 수는 따지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 지금처럼 준비하면 아무것도 얻는 게 없다
아시아 2위를 차지한 필리핀 농구협회는 4일 올림픽 최종예선에 불참을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세대교체를 해야 하는 팀 사정상 올림픽 최종예선 참여가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 만약 필리핀이 나오지 않고, 일본이 최종예선을 개최한다면 레바논과 한국이 최종예선에 갈 희박한 가능성은 남아있다.
그러나 한국이 올림픽 최종예선에 나간다고 해도 문제다. 지금처럼 전임감독도 없고, 너무 많은 경기로 선수들의 몸은 망가져있고, 대회가 임박해서 겨우 모이고, 마땅한 연습상대도 없고, 대표팀 소집기간에 소속팀 경기에 차출되는 암울한 상황이 반복될 것이 뻔하다. 최종예선에 나가도 세계농구와 현격한 실력 차를 절감하며 전패를 당하고 돌아올 것이 분명하다. 남는 것이 없다.
방열 회장은 아시아선수권 참패를 계기로 전임감독제를 부활시키고 여러 가지 지원방안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말뿐인 공약이 돼서는 곤란하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장사(중국)=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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