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타점과 가을’ 이재원의 새로운 목표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0.06 07: 24

“제가 100타점을 기록하면 팀도 포스트시즌에 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시즌 초 올 시즌 목표를 묻는 질문에 이재원(27, SK)은 수줍어했다. 하지만 눈빛은 반짝였다. 이재원은 ‘100타점’이 목표라고 했다. 이재원은 사실상 풀타임 첫 해였던 지난해 120경기에서 83타점을 기록했다. 이 또한 뛰어난 성적이었지만 올해는 144경기 체제를 맞이해 눈높이를 더 높여 잡았다. ‘해결사’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어했던 이재원에게 이만한 목표는 없었다.
그리고 정규시즌 최종전이었던 3일 인천 NC전. 후반기 들어 타점 수확 페이스가 더뎠던 이재원은 기어이 100타점을 채웠다. 0-1로 뒤진 1회 NC 선발 이재학을 상대로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을 쳐냈다. 시즌 17호 홈런으로 100타점까지 남아 있던 딱 1개의 타점을 채우는 순간이었다. 이재원의 목표 달성과 함께, SK도 이날 승리하며 5위 자리에 다가섰다. 이어 4일 KIA의 패배로 5위가 확정됐다. 시즌 전 말한 목표에 대한 근거는 기가 막히게, 그리고 극적으로 증명됐다.

이재원은 “체인지업을 노리고 있었다. 초구에 들어왔는데 놓쳐서 아쉬웠다. 속으로 ‘하나만 더 던져주라’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시 들어와 칠 수 있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그래도 너무 늦었다”라고 머리를 긁적였다. 이재원은 “팀 동료들이 기회를 많이 만들어줬는데 내가 말 그대로 눈을 감고 쳤다. 내가 잘했다면 120타점은 했을 것이다. 그랬으면 팀이 5위가 아닌 4위를 했을지도 모르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떨어지는 팀 성적 속에 자책이 심했지만 누구도 뭐라할 사람은 없었다. 팀 내 유일한 100타점이다. 리그에서도 14명밖에 없다. 여기에 역대 두 번째 포수 100타점이다. 포수와 지명타자로 나선 경기수가 비슷하다는 점은 있지만 그래도 다른 100타점 야수보다는 체력 소모가 더 큰 상황에서 이뤄낸 성과임은 부인할 수 없다. SK 역사상으로도 5번째 100타점이었다. ‘미스터 클러치’라는 새 별명이 굳어지는 시즌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었던 만큼 이대로 시즌을 끝낼 수 없다는 게 이재원의 생각이다. SK는 7일 목동구장에서 정규시즌 4위 넥센과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벌인다. SK는 1차전에서 지면 그대로 올 시즌이 끝난다. 이재원은 “한국시리즈 7차전이라고 생각하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주축으로는 아니지만 여러 차례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이재원은 “팀 분위기가 좋다. 포스트시즌에는 전력도 전력이지만 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물러설 생각이 없음을 강조했다.
다행히 타격감도 상승세다. 이재원은 8월 25경기에서 타율 1할7푼6리에 그쳤다. 전반기를 잘하고도 후반기에 무너지는 지난해 전철이 반복되는 듯 했다. “체력이 떨어지다보니 집중력이 떨어지고, 그러다보니 선구안이 무너졌다”라는 것이 이재원의 솔직한 고백.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그냥 주저앉지 않았다. 9월 이후 28경기에서 홈런 5개를 비롯, 타율 3할1푼을 치며 되살아났다. 홈런은 월별 최다 성적이었다.
이재원은 “아무래도 날이 선선해지다보니 9월 이후로는 방망이가 잘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8월 부진을 만회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가겠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이어 이재원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전망을 묻는 질문에 단호하게 이렇게 말했다. “전 5일치 짐을 싸갈 겁니다. 그리고 여기(인천SK행복드림구장)로 다시 돌아올 겁니다”. 넥센 1차전 선발로 유력한 앤디 밴헤켄에게 가장 강한 SK 타자다운 각오이자, 이미 두 목표를 이룬 이재원의 올 시즌 마지막 목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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