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택·우규민, 고개 숙인 LG 자존심 지켰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10.06 07: 19

LG 트윈스가 지난 2년과 너무 다른 마무리에 나선다. 9위가 확정된 LG는 6일 광주에서 KIA와 정규시즌 최종전을 통해 올해의 마침표를 찍는다. 2013시즌과 2014시즌, 비록 한국시리즈까지 닿진 못했으나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마지막을 맞이한 것과 비교하면 초라할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던 2015시즌이었다. LG는 지난겨울 외국인선수 영입에 큰돈을 쓰면서 3년 연속 가을잔치를 바라봤다. FA 외부영입은 없었으나 안정된 마운드, 노련한 베테랑 타자들을 앞세워 이번에도 상위권에 자리할 것 같았다.
하지만 LG는 4월 29일부터 5월 6일까지 7연패에 빠지며 5할 승률이 무너졌고, 끝내 다시 올라서지 못했다. 5월 중순부터 류제국과 우규민이 모두 돌아왔으나, 5월 21일 목동 넥센전, 5월 24일 사직 롯데전에서 베테랑 선수들이 한꺼번에 부상으로 팀을 이탈했다. 

지난해 전원필승조 불펜진을 만들었던 양상문 감독은 선발진과 불펜진 모두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시즌 내내 5선발 부재에 시달렸고, 불펜진은 지난 2년보다 확연히 떨어졌다. 특유의 지키는 야구가 되지 않으니, 승리를 쌓을 수가 없었다. 야수진도 팀의 중심을 잡았던 선수들 대부분이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젊은 선수들의 등장 외에는 남는 게 없는 시즌이 됐다.
그나마 박용택과 우규민, 두 프랜차이즈 스타가 건재함을 과시했다. 리그 정상급 선수다운 활약을 펼쳤고, 목표로 내세웠던 대기록도 달성, 고개 숙인 LG의 자존심을 지켰다.
먼저 박용택은 KBO리그 최초 4년 연속 150안타 이상을 달성했다. 20대보다 나은 30대를 보내고 있는 박용택은 내년에는 2000안타 클럽에도 가입할 것으로 보인다. 시즌 시작부터 이런저런 악재에 시달렸고, 타격 슬럼프도 겪었으나, 과감하게 타격폼을 바꾸면서 해답을 얻었다. 특히 후반기 53경기에서 타율 3할8푼1리 7홈런 8도루 31득점 41타점 OPS 0.955로 맹활약했다. 스프링캠프에서 다짐했던 개인통산 최다타점을 이뤘고, 2009시즌 이후 처음으로 장타율 0.500 이상도 찍었다.    
우규민도 자신의 계획대로 2015시즌을 만들어갔다. 지난해 11월 왼쪽고관절수술을 받아 5월 중순부터 1군에 합류했지만, 지난 두 시즌보다 빼어난 투구를 했다. 25경기 152⅔이닝을 소화했고, 11승 9패 평균자책점 3.42로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에 성공했다. 평균자책점 부문에서 리그 4위, 토종 선발투수 2위에 올랐다. 무엇보다 아무도 이루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볼넷 20개 이하에 성공했다. 올 시즌 전체 볼넷수가 17개에 그치면서 KBO리그 34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볼넷 20개 이하를 기록한 선발투수가 됐다. 2016시즌에도 두 자릿수 승을 기록한다면, LG 프랜차이즈 두 번째로 4년 연속 10승 이상을 기록한 투수가 된다. 
사실 박용택과 우규민 모두 암흑기 시절에는 비난의 중심에 자리했다. 박용택은 좀처럼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하다가 만 30세가 된 2009시즌부터 정상급 타자로 올라섰다. 우규민은 2006시즌과 2007시즌 마무리투수로서 뒷문을 지키다가, 2008시즌과 2009시즌 급격히 무너졌다. 경찰청 군입대를 통해 선발투수로 전환했고, 박용택과 마찬가지로 30대에 들어서면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둘 다 야구인생의 희노애락을 LG에서 겪은 만큼, 팀을 향한 충성심과 책임감이 강하다. 
박용택은 “내가 아무리 좋은 성적을 냈어도 팀 성적이 좋지 않으면 의미없다. 20홈런에 2개를 남겨둔 상태지만 전혀 욕심나지 않는다. 팀이 성적을 내고, 나도 기록이 좋아야 기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규민은 “아쉬움이 너무 큰 한 해였다. 초반 결장이 없었더라면, 시즌 시작부터 팀에 합류했다면, 우리 팀 성적에 더 보탬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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