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FIFA 윤리위 독립성 지적..."블래터 영구제명 됐어야"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5.10.06 10: 29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선거에 나설 FIFA 정몽준 명예부회장이 자신에 대한 부패 혐의에 대해 증거를 제시하며 전면 부인했다. 또한 FIFA 윤리위원회의 독립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정몽준(64) 명예부회장은 최근 FIFA 윤리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2010년 아이티 및 파키스탄 재난 구호 성금에 대한 조사한다는 내용의 외신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정몽준 명예부회장의 재난 구호 성금은 처음이 아니다. 1999년 터키 지진 복구 성금을 비롯해 방글라데시 복구 성금, 중국 지진 복구 성금, 미얀마 태풍 피해 복구 성금 등을 기부한 바 있다.
사실은 달랐다. 외신의 보도와 달리 FIFA 윤리위원회의 실제 조사 대상은 성금이 아니었다. 정몽준 명예부회장은 2010년 2022 월드컵 한국 유치위원회가 제안했던 '국제축구기금'을 설명하는 편지를 당시 동료 집행위원들에게 보낸 사실을 조사 받고 있다. FIFA 윤리위원회는 해당 편지가 '외견상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집행위원이 자국의 대회 유치 활동을 돕는 것은 오래 전부터 있던 일이다. 정 명예부회장은 "해당 활동을 금하는 FIFA 규정도 없다. 당시 스페인 앙겔 마리아 빌라, 잉글랜드 지오프 톰슨, 벨기에 미셀 두게, 카타르 모하메드 빈 함만, 일본 준지 오구라, 러시아 비탈리 무트코 집행위원 등 2018 월드컵과 2022 월드컵 유치에 나섰던 나라의 모든 집행위원들도 유치활동을 적극적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축구 기금도 한국에서만 제안한 것이 아니다. 2018 월드컵을 원했던 잉글랜드 유치위원회에서도 '축구연합기금'을 제안했다. 잉글랜드는 "축구발전을 위해 FIFA가 현재 사용하는 금액에 상응하는 새로운 국제기금을 조성하는 특별한 기회다"고 했다. 정 명예부회장은 "잉글랜드 '축구연합기금'이 의도한 금액은 한국이 발표했던 '국제축구기금'의 10배가 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카타르는 2022 월드컵 유치 과정에서 태국과 나이지리아의 풀뿌리 및 재능 발굴 프로그램, '네팔과 파키스탄의 16개 학교에 대한 축구를 통한 지원', '빈곤국을 위한 22개 모듈형 스타디움 건설' 등을 제안한 바 있다. 당연히 2010년 한국의 '국제축구기금'은 제재 대상이 아니었다. 당시 FIFA 제롬 발케 사무총장은 "유치과정의 정당성이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보고 결론적으로 이 사안을 종결한다"고 서신을 보냈다.
그럼에도 FIFA 윤리위원회는 이 사항에 대해 15년 자격정지를 구형하려고 한다. 또한 FIFA 윤리위원회는 정몽준 명예부회장에 대해서 비밀 준수 의무를 위반했다면서 추가 제재를 하려고 하고 있다. FIFA는 해당 사안에 대해 윤리위원회는 물론 감찰위원회, 선거관리위원회 모두 정몽준 명예부회장의 고발과 재심 요청을 놀라울 정도로 신속하게 기각했다.
정몽준 명예부회장은 2001년 파산한 마케팅 대행사 ISL의 사건에 대해 비교했다.
정 명예부회장은 "FIFA 주앙 아벨란제 전 회장이 1992년부터 2000년까지 5000만 달러(약 583억 원)를 받았다. 또한 블래터 당시 사무총장은 아벨란제 전 회장에게 가는 돈이라는 단서가 붙은 ISL 자금 150만 스위스 프랑(약 18억 원)이 FIFA 계좌에 입금된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블래터 당시 사무총장은 조사를 하지 않고 돈을 다시 ISL로 돌려보냈다"며 "ISL이 2001년에 파산하고 2005년 스위스 검찰이 블래터 회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그럼에도 FIFA 윤리위원회는 2012년에 가서야 겨우 조사를 했고 면죄부를 주었다. 블래터 회장은 영구제명 처분을 받았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미셸 플라티니 회장와 2010 월드컵 유치 신청국 검증위원장을 맡았던 해롤드마인 니콜스의 징계를 비교하기도 했다. 니콜스는 카타르 축구 캠프의 책임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자신의 아들을 본인 비용으로 맡길테니 훈련에 받아줄 것으로 요청했다. 그러나 니콜스는 아들을 보내지 않았다. 그럼에도 니콜스는 7년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반면 카타르를 찍었다고 인정한 플라티니 회장은 아들이 카타르인 소유 회사인 부르다에 책임자로 입사했지만, FIFA 윤리위원회의 조사를 받지도 않았다. 정 명예부회장은 "정의에 대한 희롱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몽준 명예부회장은 자신이 FIFA의 공격 타깃이 된 이유에 대해 "FIFA 내부의 핵심을 정면으로 겨냥했기 때문이다"고 밝히며, "FIFA가 자신은 부패 스캔들에 빠져 있으면서 윤리적 태도와 명예훼손을 떠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면서 웃기는 일이다. FIFA가 말하는 명예훼손은 전적으로 FIFA가 자초한 것이다. FIFA 윤리위원회의 독립성은 지난 수년간 스스로의 해동에 의해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고 전했다.
또한 정 명예부회장은 "궁극적으로 모든 혐의를 벗게 될 것이고 승리할 것이다. 그러나 FIFA 윤리위원회가 이런 수법을 사용하고 적법 절차와 공정한 처리를 완전히 무시한다면 이번 청문회에서 정의가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나의 후보 자격도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다. 진정한 위험은 나의 후보 자격을 훼손하는 데 그치지 않고 FIFA 회장 선거를 훼손, FIFA 자체를 파괴한다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정몽준 명예부회장은 FIFA가 스포츠 NGO답게 스포츠맨십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포츠맨십은 동료에 대한 존중과 배려다. 하지만 블래터 회장은 돈과 권력 때문에 스포츠맨십의 가치에 대해 눈을 감고 있다. FIFA를 개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가 개혁을 논하기 전에 FIFA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며 "FIFA를 개혁하는 건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FIFA가 과거에 어떻게 운영돼 왔는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sportsher@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rum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