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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기적 이끈 양상문, 올해는 왜 실패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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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윤세호 기자] LG 트윈스가 지난 2년과 너무 다른 2015시즌을 마무리했다. 시즌 전적 64승 78패 2무, 최종순위 9위, 그야말로 참담한 한 해를 보냈다. 3월 시범경기까지만 해도 2013시즌부터 시작된 신바람이 이어질 것 같았으나, 결과는 10년 암흑기의 재림이었다. 시즌 내내 부상이 끊이지 않았고, 그라운드 밖 사건사고도 두 차례나 터졌다. 5월 1일 잠실 넥센전 패배로 5할 승률 아래로 주저앉더니, 추락만 반복했다.  

사실 LG가 이 정도로 몰락할 것이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시즌 초반 부진했어도, 우규민과 류제국이 돌아오는 5월 중순부터는 상승세를 탈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무엇보다 양상문 감독을 향한 기대가 컸다. 최하위에서 4위까지 팀을 끌어올린 지난해의 경험을 살려, 올해에는 LG를 더 단단하게 만들 것 같았다.


하지만 양상문 감독에게 붙었던 느낌표들은 빠르게 물음표로 바뀌었다. 시즌 초 마무리투수 봉중근의 기용을 시작으로 잦은 타순 변화, 투수진 보직파괴, 너무 빠른 리빌딩 등으로 LG 팬들의 감정은 실망을 넘어 절망이 됐다. 잠실구장을 찾는 관중들은 점점 줄어들었고, 결국 ‘9위’란 두 글자를 떼어내지 못했다. 한 LG팬은 “작년과 똑같은 사람이 우리 팀 감독을 하고 있는 게 맞나 싶다. 작년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며 통곡했다. 2015시즌 양상문 감독의 패착을 하나씩 돌아본다.

▲전원필승조 붕괴...한계 봉착한 불펜진


LG가 지난 2년 동안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마운드였다. LG는 최저실점 경기를 통해 승리를 쌓았다. 특히 2014시즌에는 불펜 전원필승조를 구축, 수많은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양 감독이 바라본 2015시즌의 승리방정식도 지키는 야구였다. 시즌 초반 우규민과 류제국의 공백을 불펜진을 통해 극복하려 했다. 지난해 구축한 불펜 전원필승조를 앞세워, 우규민과 류제국이 돌아오기 전까지 승률 5할을 유지하려 했다.

그런데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개막 2연전 두 번째 경기부터 무너진 봉중근은 제 자리를 찾기까지 한 달이 넘게 걸렸다. 이동현 정찬헌 윤지웅만 지난해의 모습이었고, 다른 불펜투수들은 작년보다 부진했다. 기대를 모았던 김선규도 해답이 되지 못했다. 임지섭 임정우 장진용 선발 등판시 4, 5회부터 불펜진을 가동했지만, 성공한 경기는 거의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루카스까지 볼넷으로 자멸하며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예정대로 5월 중순 우규민과 류제국이 돌아왔고, 루카스도 한국무대에 적응하며 선발진은 안정을 찾았다. 그런데 불펜진은 끝까지 지난해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6월 22일 정찬헌이 음주사고를 일으켜 시즌아웃됐고, 이동현은 후반기부터 하향세를 탔다. 봉중근은 시즌 막바지 선발투수로 전환했다. 윤지웅 홀로 한 시즌을 완주, 2014시즌 불펜 전원필승조는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LG 불펜진 지난 3년 성적 비교-
2013: 428⅔이닝 27승 16패 86홀드 42세이브 302탈삼진 161볼넷 평균자책점 3.40
2014: 469⅓이닝 26승 23패 65홀드 35세이브 352탈삼진 192볼넷 평균자책점 4.22
2015: 500⅓이닝 26승 24패 44홀드 25세이브 425탈삼진 193볼넷 평균자책점 4.75


LG 불펜진은 2013시즌과 2014시즌, 2년 연속 평균자책점 1위에 자리했다. 그러나 2015시즌에는 이 부문 5위에 그쳤다. 결국 양상문 감독은 변화를 단행했다. 시즌 중반 트레이드로 신재웅을 보내고 진해수를 영입했고, 시즌 후반에는 임정우를 마무리투수로 내세우며 2016시즌을 준비했다.

▲끝내 발굴하지 못한 토종 선발투수


2014시즌 후 양상문 감독은 구단에 좌투수 장원준과 외야수 김강민의 FA 영입을 요청했다. 선발진과 외야수비 강화로 더 강한 방패를 만들려고 한 것이다. 만일 장원준이 LG 유니폼을 입었다면, LG 선발진은 어느 팀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장원준의 몸값은 LG 구단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었고, 장원준은 라이벌 두산의 유니폼을 입었다. 김강민 영입도 실패, LG는 2년 연속 외부 FA 영입 없이 겨울을 보냈다. 

당시 양 감독은 “장원준을 잡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우리 투수들 모두 선발투수 두 자리가 비었다는 것을 안다. 그만큼 더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전했다. 덧붙여 “5년 후에는 장원준을 데려오지 못한 게 잘 됐다고 느낄 것이다”며 토종 선발투수 만들어 낼 것을 다짐했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LG는 2015시즌 소사 루카스 우규민 류제국 외에 6명의 투수를 선발 등판시켰는데 그 누구도 해답이 되지 못했다. 장진용은 구위에서 한계점을 노출했고, 임정우는 불펜투수가 자신에게 더 맞는 옷임을 다시 확인시켰다. 4월 트레이드로 영입한 이준형은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선발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김광삼은 긴 공백을 극복하지 못했다.

가장 큰 패착은 유망주 임지섭이었다. 양 감독은 지난해 부임 후 “지섭이는 멀리 보고 키우려고 한다. 앞으로 3, 4년 후를 바라보며 새롭게 만들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임지섭은 개막 2연전 두 번째 경기에 선발 등판했고, 1군 무대서 한 달도 버티지 못했다. 제구를 잡기 위해 투구폼을 바꿨으나, 결과적으로 구위와 제구 모두 잃었다. 유망주를 향한 조급증이 최악의 결과를 낳은 것이다. 현재 임지섭은 상무에 지원, 군입대를 계획하고 있다.

결국 올 시즌 양 감독은 단 한 명의 선발투수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봉중근이 선발투수로 보직 전환, 2016시즌 5선발을 맡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누군가 류제국과 우규민의 공백을 메우고, 5월부터 5선발로 자리했다면, LG의 시즌 초반 추락은 없었을 것이다.

▲야수진 144경기 컨디션 관리 실패


LG는 베테랑의 비중이 큰 팀이다. 특히 야수진이 그렇다. 박용택 정성훈 이진영 등 30대 중반 타자들이 팀 공격을 이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이병규(7번)가 잠재력을 폭발, 부동의 4번 타자로 자리하며 베테랑들과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다. 양 감독은 부임 당시 “병규는 꾸준히 중심타선에 배치할 것이다. 충분히 삼성 최형우와 같은 활약을 할 수 있는 타자라고 본다”면서 “병규는 LG가 밝은 미래를 열기 위한 키플레이어 중 하나다. 잠실구장이 아닌 다른 구장을 사용했다면 훨씬 전부터 대형타자로 주목을 받았을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베테랑 대부분이 올 시즌 내내 부상으로 고전했다. 특히 이병규는 개막전부터 목에 담이 오더니 1군과 2군을 오갔다. 7월 26일 잠실 kt전에서 만루홈런을 친 후 옆구리 통증으로 허무하게 시즌을 마감했다. 이진영과 정성훈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중심을 잃은 LG 타선은 리그 최하위권으로 떨어졌다. 팀 타율 2할6푼3리(9위), 경기당 평균 4.54점(9위)로 타고투저 흐름에 역행했다.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이병규의 경우, 예측할 수 없는 부상으로 이탈했다. 관리가 가능한 부상이 아니라 사고에 가까웠다. 하지만 다른 베테랑 선수들은 컨디션 관리를 통해 부상을 예방할 수 있었다. 일례로 2013시즌까지만 해도 LG 베테랑 선수들은 규칙적으로 휴식을 보장받았다. 3연전 내내 한 명씩 지명타자로 돌아가면서 배치됐고, 이동일에는 최소 한 명 이상 선발라인업에서 제외됐다.


그런데 2014시즌 양 감독 부임 후 이러한 루틴은 사라졌다. 양 감독은 매 경기 박용택 정성훈 이진영을 라인업에 올렸다. 그래도 작년까지는 4일 휴식기를 통해 재충전할 수 있었다. 올 시즌은 휴식기도 없어졌고, 경기수도 늘어났다. 보다 세밀한 관리가 필요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전면 리빌딩, 의도였나 강제였나


양 감독은 2004시즌과 2005시즌 롯데 사령탑을 맡아 리빌딩을 이뤘다. 과감하게 신예선수들을 1군 무대에 올렸고, 이대호 강민호 장원준 박기혁 등이 롯데의 중심선수로 도약했다. 지난해 5월 LG 구단이 양 감독을 선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LG 구단은 좀처럼 싹을 피우지 못하는 유망주들을 양 감독이 중심선수로 만들어주기를 바랐다. 실제로 양 감독은 지난해 올스타브레이크까지 4위 가능성이 없다면 과감하게 리빌딩 스위치를 누를 계획이었다. 그런데 LG는 6월말부터 상승기류를 탔고, 후반기 박차를 가하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올해는 달랐다. LG는 7월부터 매달 승보다 패가 많았다. 그러자 양 감독은 신예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인한 ‘강제 리빌딩’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런데 양 감독의 앞선 행보를 돌아보면, 계획된 리빌딩에 가깝다. 양 감독은 지난 3월 시범경기 기간에 2군 캠프가 끝나자마자 양석환과 안익훈을 1군으로 불러 기량을 테스트했다. 그리고 한 달 후 2군에서 뛰고 있는 안익훈에 대해 “우리 팀 1, 2군 통틀어 외야수비는 최고다”고 극찬했다.


감독의 이러한 말 한 마디는 베테랑 선수들의 자존심을 자극하는 것과 동시에, 칭찬을 듣는 신예 선수들에겐 용기와 희망이 된다. 양 감독은 올해 꾸준히 기용한 박지규에 대해선 “리그 전체를 봐도 2루 수비는 정상급이라고 생각한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타구에 대한 반응이 빠르고 송구에 앞선 피벗 플레이도 안정적이다”고 과감하게 말했다. 시즌 초반 2군서 맹타를 휘두르던 서상우를 두고는 “타격은 확실하다는 평가다. 1군 타자들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 수비가 문제인데 어쨌든 늦어도 후반기에는 1군에 올릴 계획이다”고 콜업을 예고했다.


양 감독은 리빌딩과 관련해 왜곡·재생산된 기사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어떤 감독도 세대교체를 자발적으로 하지 않는다. 지금 당장 성적을 내지 못하면 내가 물러나야 하는데, 어느 누가 다음 사람 좋으라고 세대교체를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문장만 보면 리빌딩에 반대하는 것 같지만, 기사 전문과 맥락을 짚어보면 다른 뜻이다.

기사의 바로 다음 문장만 봐도 확실한 뜻을 알 수 있다.

‘감독은 오늘의 전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찾고, 구단은 내일의 전쟁을 위해 무언가를 준비해야 한다. 현장과 프런트가 이 역할 분담에 충실하고 서로를 도와야 했지만, LG는 훈수꾼의 말처럼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

현장과 프런트가 서로의 역할을 이해하며 세대교체를 진행해야 했는데, 지금까지 LG는 역효과를 두려워한 나머지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양 감독 멘트는 감독이 앞장서서 리빌딩을 단행하기 힘들다는 반어법이다. 당시 현장에 오지도 않는 기자가 이 멘트를 왜곡, 전혀 다른 내용의 기사를 쓰면서 양 감독은 비난의 중심에 자리했다. /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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