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4년만의 6위, 2011년과 비교해 보면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10.07 13: 55

한화가 4년 만에 6위로 시즌을 마쳤다. 2008년 암흑기 시작 이후 2011년 공동 6위가 최고 성적이었는데 올해 단독 6위로 이를 뛰어넘었다.
KIA가 마지막 4경기를 모두 패하면서 7위로 내려갔고, 한화가 68승76패 승률 4할7푼2리로 단독 6위를 차지했다. 비록 포스트시즌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한화 밑으로 4개의 팀이 있다는 것 자체가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암흑기 시절 유일한 성공 시즌이었던 2011년과 여러 모로 비교될 만하다.
▲ 기대 승률보다 높았다

한대화 감독이 이끌던 2011년 한화는 기대 승률보다 훨씬 높은 성적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득실점으로 계산하는 한화의 기대 승률은 2011년 3할7푼9리로 리그 최하위였지만 실제 승률은 무려 4할5푼에 달했다. 역대 최다 11번의 끝내기 승리에서 나타나듯 마지막까지 포기 않는 야구와 리그 2위 득점권 타율(.287)로 끈기를 자랑했다. 순위 그 이상의 한화 신드롬이 불었고, 당시 구단 최다 46만4871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2015년의 한화도 기대 승률은 4할4푼5리로 리그 8위이지만, 실제 승률은 4할7푼2리로 6위에 랭크됐다. 역시 7번의 끝내기 승리와 리그에서 4번째로 많은 33번 역전승으로 뒷심을 발휘했다. 7회 이후 2점차 이내 팀 타율 2위(.298)에서 나타나듯 승부처에서의 결정적인 클러치 능력이 좋았다. 시즌 내내 KBO리그 최고 화제의 팀으로 군림한 한화는 구단 역대 최다 관중을 65만7385명으로 갈아치웠다.
▲ 상반된 마운드 운용
2011년 한화는 선발투수들을 적극적으로 키웠다. 에이스 류현진이 어깨 견갑골 부상 탓에 선발 18경기 등판에 그쳤지만 안승민(28경기) 양훈(26경기) 김혁민(23경기) 장민재(15경기) 등 20대 토종 투수 5명이 15경기 이상 꾸준히 선발등판하면서 로테이션을 책임졌다. 선발투수들이 전체 이닝의 57.3%를 책임졌다. 중간 박정진과 마무리 데니 바티스타의 불펜 필승조는 이기는 경기를 확실하게 잡았다. 외국인 제외 20이닝 이상 투수들의 평균 연령 25.2세로 젊은 투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한 시즌이었다.
2015년 한화 마운드는 불펜 중심으로 움직였다. 선발 10경기 이상 등판한 투수 7명은 모두 외국인이거나 30대 투수들로 20대 젊은 투수가 없었다. 신인 김민우가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준 거의 유일한 새싹이었다. 선발투수가 전체 이닝의 52.2%로 절반을 겨우 넘긴 반면 구원이닝(612⅔)은 리그 최다였다. 권혁(112이닝) 송창식(109이닝) 박정진(96이닝)이 눈물겨운 투혼으로 분투했으나 후반기에는 힘에 부치는 기색이 역력했다. 외국인 제외 20이닝 이상 투수들의 평균 연령이 30.4세인 것에서 나타나듯 눈에 띄는 젊은 투수가 부족했다. 
▲ 야수진의 차이
2011년 한화 타선에는 국가대표 선수가 장성호 1명밖에 없었다. 그마저도 부상 이후로 전성기에서 내려오는 시점. 하지만 133경기 모두 출장한 노장 강동우를 필두로 최진행·이대수·한상훈·신경현이 상하위 타순에서 고르게 십시일반의 힘을 보여줬다. 찬스에 강한 대타 이양기의 결정력도 쏠쏠했다. 6월부터 합류한 카림 가르시아의 폭발력까지 더해지며 특급타자 없이도 끈질긴 힘을 보여줬다.
2015년 한화에는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이 즐비했다. 정근우·이용규 테이블세터부터 김태균·조인성까지 건재했다. 여기에 김경언이 타격에 눈을 뜨며 상위타선은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았다. 그러나 하위타선의 부진과 외국인 타자 부재로 타선의 힘을 극대화하지 못했다. 올해 한화는 리그 최다 139개의 희생번트를 대며 1점을 짜내는 야구를 했지만 다득점 리그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 투자 대비 성적
2011년 한화는 시즌 전 기준 연봉 총액이 26억8800만원으로 8개 구단 최저였다. 주축 선수들이 해외 진출하거나 은퇴하는 바람에 저연봉 선수들이 중심이 됐다. 외국인선수도 가르시아와 바티스타가 영입되기 전까지 최저 수준의 몸값이었다. 투자대비 성적으로 따지면 고수익이었다. 이듬해부터는 구단 차원에서 대대적 투자가 이뤄지며 지금의 한화에까지 이르렀다.
2015년 한화는 시즌 전 기준으로 연봉 총액이 79억6900만원으로 삼성(87억3200만원)에 이어 10개 구단 중 2위다. 지난 2년간 외부 FA만 무려 5명을 영입하며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결과. 심지어 시즌 마지막 2달을 위해 대체 외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에게 공식 몸값 70만 달러를 썼다. 막대한 투자에 비해 시즌 막판 5강에 들지 못한 것은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중요한 것은 다음 시즌이다. 2011년 시즌을 마친 뒤 한화는 김태균 복귀와 송신영 영입 그리고 박찬호 특별지명으로 기대치를 한껏 높였지만 지나친 부담감에 짓눌려 최하위로 고꾸라졌다. 올해 한화도 지난 몇 년과 달리 성적 상승과 함께 투자를 많이 했기에 기대치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프로팀이라면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지만 2012년의 아픔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는 현장과 구단에서 조급증을 버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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