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사자후] ‘스쳐도 파울’ KBL, FIBA 기준과 거리 멀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5.10.12 06: 37

속된 말로 ‘옷깃만 스쳐도 파울’이다. 프로농구의 파울콜 기준은 국제농구연맹(FIBA)의 기준과 거리가 멀다. 너무나 민감한 파울콜이 ‘온실 속의 화초’ 같은 연약한 선수들을 키우고 있다.
한국농구는 지난 3일 중국 장사에서 막을 내린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에서 6위에 그쳤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골밑싸움이 가장 문제였다. 주전센터 김종규(24, 207cm)는 늘 파울트러블에 시달렸다. 자리싸움에서 밀리다보니 상대선수에게 손을 써서 쓸데없는 파울을 많이 했다. 골밑은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자리싸움에서 밀리면 곧바로 2점을 허용한다. 120kg이 넘는 덩치들과 육탄전을 벌이다보니 김종규는 코트에 넘어지는 일이 다반사였다. 마치 씨름이나 레슬링을 연상시킬 정도로 몸싸움이 치열했다.
KBL은 국제흐름과 정반대다. 옷깃만 스쳐도 파울이 지적된다. KBL은 지난 시즌부터 국제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FIBA룰을 전격 도입했다. FIBA 자격증을 가진 심판도 프로농구에서 휘슬을 불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심판들은 여전히 파울콜이 너무나 관대하다. 자신들은 파울콜이 FIBA 기준에 부합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세계무대를 현장에서 느끼고 온 관계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지난해 스페인 농구월드컵을 다녀온 유재학 감독은 “골밑에서 몸싸움이 전쟁 수준이었다. 몸끼리 ‘척척’ 부딪치는 소리가 벤치까지 들릴 정도였다. 우리 선수들이 평소에 몸싸움을 하지 않다보니 힘이 빠졌다. 몸싸움을 하다 보니 밸런스가 무너져 체력도 떨어지고 슛도 터지지 않았다”고 했다.
선수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FIBA와 KBL의 파울콜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물었다. 한 대표선수는 “기사가 나가면 심판에게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이유로 대답을 꺼렸다. 재차 묻자 그는 “솔직히 기준이 완전히 다르다. FIBA에서 몸싸움을 하도 많이 해서 몸에 손톱으로 할퀸 자국이 많았다. KBL에서 어이없는 파울이 많다. 선수들이 일부러 동작을 크게 하는 이유도 파울을 얻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KBL의 장수외국인선수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처음에는 KBL의 민감한 파울콜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2~3년이 지나면 오히려 심판을 역이용해 손쉽게 파울을 얻고, 자유투를 던진다. KBL은 경기 막판 쏟아지는 파울로 자유투만 던지다가 경기가 지루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KBL은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명목으로 FIBA 공인구 몰텐공을 도입하고 FIBA룰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파울콜에 대한 약한 기준은 몸싸움 요령이 없는 연약한 선수들만 키워내고 있다. 한국도 아시아선수권에 FIBA 심판을 파견했다. KBL이 좀 더 박진감 넘치는 농구를 유도하고, 국제경쟁력까지 강화하겠다면 바꿔야 한다. 세계무대와 동일한 파울콜 기준에 대한 확실한 재교육이 있어야 한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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