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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혈선수’ 첼시 리 바라보는 기대·우려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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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서정환 기자] 남자프로농구(KBL)에 이어 여자프로농구(WKBL)에서도 혼혈선수 바람이 불까.

현재 KBL에서 활약하는 혼혈귀화선수는 김민수(32, SK), 박승리(25, SK), 이승준(37, SK), 이동준(35, SK), 문태영(37, 삼성), 문태종(40, 오리온), 전태풍(35, KCC)이 있다. 이들은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며 프로농구서 맹활약 중이다. 박승리를 제외하면 한국국적을 취득했다. 특히 이승준과 문태종은 국제대회서 한국대표팀 소속으로 뛰며 메달획득에 큰 공을 세웠다.

여자농구에도 혼혈선수가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2009년 삼성생명에 입단한 김한별(29)이다. 한차례 은퇴한 뒤 돌아온 김한별은 올 시즌 삼성생명 전력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 여기에 하나은행에 입단한 혼혈선수 첼시 리(26, KEB하나은행)가 새롭게 등장했다.

▲ 세대교체가 원활치 않은 여자프로농구

19일 개최된 여자프로농구 미디어데이서 박종천 KEB하나은행 감독은 “할머니들은 갈 때가 됐다”고 농담을 했다.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여자농구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만큼 여자농구에 30대 중반을 넘긴 노장선수들이 많다. 물론 몸 관리를 잘해 프로선수들의 수명이 늘어난 것은 반길만한 일이다. 다만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갈수록 떨어져 노장들을 실력으로 밀어내지 못하는 것은 큰 문제다.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여자농구다. 명문여고팀에 가도 선수가 모자란다. 경기서 4명이 뛰는 웃지 못 할 장면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고교농구서 가장 잘하는 선수를 받아와도 프로에서 써먹으려면 최소 3~4년은 걸린다. 그만큼 프로와 아마추어의 실력 차도 크다.

자유계약제도(FA)로 이적이 쉽지 않은 여자농구 특성상 매 시즌 각 구단의 전력이 ‘그 나물에 그 밥’이다. 한 명의 선수가 아쉬운 상황이다. 첼시 리처럼 실력이 좋은 선수가 등장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첼시 리의 가세로 하나은행은 일약 화제의 중심이 됐다. 박종천 감독은 “그간 선수수급에 어려움이 많았다. 선수 한 명이 절실했다. 리의 가세는 리그의 전력균형을 위해서도 좋다”며 반겼다.



▲ 국가대표팀에서 뛸 수 있는 소중한 재원

여자프로농구에서는 전력균형을 위해 외국선수와의 재계약을 불허하고 있다. 이에 샤데 휴스턴, 모니크 커리, 쉐키나 스트릭렌처럼 기량이 검증된 선수는 3년 연속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한국무대를 밟게 됐다. 반면 혼혈선수의 경우 경기 당 한 명만 뛸 수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특별한 제한사항이 없다. 계속 한 팀에 머물며 전력상승에 보탬이 될 수 있다.

혼혈선수의 가세는 국가대표팀 전력강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 국제농구연맹(FIBA)에서는 16세 이후 국적을 바꾼 선수를 국가 당 한 명씩 보유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미국시민권자인 첼시 리가 한국국적을 획득한다면 국가대표팀에서 뛰는 것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리는 “내 뿌리에 대해 알게 돼서 기쁘다. 여기서 생활하면서 한국문화를 더 알고 싶다. 나중에 귀화해서 국가대표까지 뛰고 싶다”며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중국 우한에서 막을 내린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에서 한국은 3위에 그쳤다. 세대교체에 돌입한 대표팀은 양지희(31, 우리은행)를 도와줄 센터가 절실했다. 여고생 박지수(19, 분당경영고)의 경우 아직 어리고 경험이 적다. 리가 한국대표팀에서 뛴다면 당장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국가대표팀에서는 리의 합류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외국인이 한국국적을 얻기 위해서는 3년 연속 국내에 거주한 뒤 귀화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문태종과 김한별은 체육특별인재 귀화과정을 통해 기간을 크게 단축시켰다. 운동 등 특별한 분야에서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는 귀화에 필요한 기간을 대폭 줄여줬다. 귀화 후 문태종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에 결정적 공헌을 했다. 다만 김한별은 태극마크를 달고 제대로 뛰지 못했다. 문화관광부는 김한별의 귀화가 국가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리가 특별귀화대상자가 되기는 어려울 전망.  



▲ 리 영입이 탐탁지 않은 다른 구단

리의 외모를 보면 한국계라는 것을 알기 어렵다. 리는 부모가 아닌 조모가 한국인이었던 배경이 있다. 본인도이 사실을 2년 전에야 알게 됐다. WKBL 규정상 조부모 또는 부모 중 한 분이 한국인이라면 혼혈선수자격이 있다. 리의 혼혈선수자격에 큰 문제가 없는 상황. 하나은행에서 리의 신분을 증명할 서류를 WKBL에 제출한 상황이다. 20일 치러진 리의 첫 연습경기는 신선우 WKBL 총재도 와서 관전을 했다.

다만 타 구단들은 하나은행의 리 영입을 탐탁지 않게 바라보고 있다. 리의 신분을 보증하는 서류절차가 미흡하다고 보는 것. 리의 기량은 사실상 외국선수나 다름없을 정도로 좋다. 하나은행이 외국선수 두 명이 동시에 뛰는 큰 이득을 본다는 이유에서다. 19일 미디어데이서 모인 각 팀 국장들 사이에서도 리의 신분이 화제를 모았다.

KBL은 과거 혼혈선수를 ‘혼혈선수 드래프트’라는 독특한 제도를 만들어서 뽑았다. 여러 가지 부작용이 많았지만, 제한된 숫자의 혼혈선수를 각 구단이 고르게 활용해 전력평준화를 이루겠다는 취지였다. 현재 이 제도는 박승리를 끝으로 폐지됐다. 앞으로 혼혈선수가 KBL 입단을 원한다면 김민수나 이동준처럼 국내선수 드래프트에 참가신청을 해야 한다.

반면 WKBL은 혼혈선수 영입에 대한 별다른 제한이 없다. 한 경기에 한 명의 혼혈선수만 코트에 투입될 수 있다는 규정만 있다. 혼혈선수를 먼저 발견해 계약한 구단이 우선권을 갖는 셈이다. 혼혈선수가 하위팀에 입단하면 리그의 전력균형이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강팀에 입단하면 전력불균형이 생긴다. 혼혈선수는 외국선수와 달리 재계약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농구인들은 혼혈선수들이 한국농구에 기여할 소중한 자원이 될 수 있다는 큰 취지에 다들 공감하고 있다. 앞으로 WKBL에 데뷔할 가능성이 있는 혼혈선수는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WKBL도 이에 관련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할 것이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첼시 리(위), 김한별(중간,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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