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과 환희, 아쉬움으로 점철된 차두리의 마지막 90분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5.11.01 05: 00

차두리(35, FC서울)의 마지막 90분이 각본 없는 드라마로 끝났다.
차두리가 정든 축구화를 벗었다. 마지막 90분을 쏟아냈다. 서울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열린 2015 하나은행 FA컵 결승전서 다카하기 요지로, 아드리아노, 몰리나의 연속골에 힘입어 이효균이 1골을 만회한 인천 유나이티드를 3-1로 꺾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차두리는 풀타임을 소화하며 우승에 일조했다.
이로써 서울은 지난 1998년 FA컵 첫 우승 이후 17년 만에 두 번째 정상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서울은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진출 티켓과 함께 우승 상금 2억 원을 거머쥐었다.

서울이 새 역사를 쓴 날, 스포트라이트는 베테랑 수비수 차두리의 몫이었다. 앞서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던 차두리는 현역 마지막 경기가 될 것 같다며 그라운드와 잠시 작별을 고했다. 
지난 2013년 서울에 온 뒤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우승컵에 입맞춤 한 차두리는 감격에 찬 모습이었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서 "너무 너무 행복하고 기쁘다.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굉장히 기쁘다. 한국에 돌아온 뒤 우승할 기회를 잡았는데 계속 준우승만 했다. 올해 초 아시안컵서도 준우승을 하며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마지막에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어 행복하고 후배들에게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승 확정 뒤 눈물을 쏟아낸 차두리는 "이젠 정말 마지막이었다. 나에게 주어진 우승 기회나 시간이 없었다. 인천이 자신감을 회복하고, 자기 페이스대로 경기를 끌고 가 마음 속으로 승부차기도 생각했다. 여러가지로 감정이 북받쳐올랐다. 더 이상 우승할 수 있는, 팬들의 큰 관심을 받으면서 경기할 기회가 없었다. 후배들이 잘해준 덕분에 우승을 해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고 좋았다"고 고마워했다.
이어 "오늘 경기를 마지막으로 현역에서 물러나는 게 팀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감독님과 자세한 얘기를 나눠봐야겠지만 팀과 개인 사정상 모든 걸 내려놓고 편안하게 마무리하고 싶다. 지난 한 달 동안 발바닥 통증이 사라지지 않아 약을 먹으면서 훈련과 경기를 했고, 뜻깊은 결과를 얻었다. 어쩌면 오늘 경기가 현역 마지막 경기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차미네이터'로 영원히 우리 곁을 지킬 것 같던 차두리의 마지막 90분이라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서울의 올 시즌 잔여 경기는 K리그 클래식 3경기다. 차두리는 경고 누적으로 오는 7일 수원과의 슈퍼매치는 뛸 수 없다. 남은 2경기서 유종의 미를 바라야 했다. 하지만 서울이 ACL 진출을 확정지어 의미가 줄어들었다. 슈퍼매치서 홈팬들에게 마지막 90분을 선물할 수도 있었지만 이마저도 카드 징계로 무산됐다.
잠시 그라운드에서 멀어지는 차두리이지만 계속해서 축구와 함께할 뜻을 내비쳤다. "축구를 하면서 가장 잘했던 결정이 K리그에 온 것이다. 선수 이후 할 수 있는 일이나 시야를 정말 많이 넓혀줬다. 유럽과 한국을 비롯해 대표팀에서의 경험은 엄청 큰 자산이다. 어떤 방식으로 삶을 살아갈지 정해놓지는 않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더 많이 노력하고 더 많이 공부해서 내가 지금까지 얻은 지식을 후배와 한국 축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모든 걸 주어서라도 발전하는 방향으로 쏟아내고 싶다. 감독을 할지 다른 일을 할지 정하지는 않았지만 한국 축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dolyng@osen.co.kr
[사진]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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