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있어요’ 백지원 “타고난 발음..자부심 느낀다” [인터뷰]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5.11.03 08: 47

하고 싶은 말은 반드시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데, 그것도 사람 속을 박박 긁어놓는 못된 말들이 주를 이룬다. 표정 역시 표독스러움 그 자체다.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극본 배유미, 연출 최문석) 속 안하무인 재벌 2세 최진리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상하게 밉지가 않은 건 왜일까. 그건 아마도 이를 연기하고 있는 배우 백지원의 맛깔스러운 연기 때문이지 않을까.
‘애인있어요’는 시청률 면에서는 다소 기대 이하라 할 수 있지만, 화제성만큼은 단연 최고라 자부할 수 있다. 백지원 역시 “로비에 앉아 있는데 작가 분께서 커피를 사주고 가셔서 인기를 실감했다. 밖에서도 간혹 ‘맞죠?’라며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있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극본을 맡고 있는 배유미 작가는 유독 가슴을 후벼 파는 명대사가 많은데, 이 때문에 배우들에게 할당된 대사량 또한 어마어마하다. 그 중에서도 말과 표정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는 진리는 놀라울 정도의 대사량을 자랑한다. 이를 언급하자 백지원 역시 긍정하며 “상대방이 한 마디를 하면 진리는 다섯 마디를 하기 때문에 어렵긴 하다. 잘 안 외워질 때는 쓰면서 외운다. 녹음을 해서 듣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런 진리의 명장면은 역시 시동생이자 의사인 규석(이재윤 분)과의 1분 대화다. 말할 시간을 1분 주겠다는 규석 때문에 숨도 안 쉬고 자신이 해야 할 말을 쏟아내는 백지원의 모습은 놀라울 정도. 그럼에도 귀에 쏙쏙 박히는 대사들은 백지원의 연기 내공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했다.
당시를 회상하던 백지원은 “1분 안에 얘기를 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진리는 요점만 말하지 않고 모든 말을 쏟아낸다. 그래서 용건을 다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시간을 재보기도 했다. 다행히 NG 한 번 안 내고 성공을 했다”고 설명했다.
연극 배우였던 백지원은 JTBC ‘아내의 자격’으로 안판석 PD와 연을 맺어 연달아 JTBC ‘밀회’와 SBS ‘풍문으로 들었소’에 출연하는 기회를 잡았다. 또 SBS ‘떴다, 패밀리’를 통해 ‘애인있어요’의 연출자인 최문석 PD를 만나게 됐다고 한다. 백지원은 이 모든 것을 ‘운이 좋아서’라고 설명했다.
“저는 먼저 들어오는 작품부터 한다. 고르지 않는다. 장르를 가리는 것도 아니다. 운이 좋게 연결이 되어 여기까지 왔다. 지금의 배우는 드라마, 영화, 연극 등 모든 걸 다 할 수 있어야 하는 것 같다. 그렇게 되고 싶다. 장르에 따라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다르고 소재의 제한성도 있기 때문에 가리는 것 없이 다하고 싶다.”
실제 백지원은 차분한 말투로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재주가 있는 배우다. 극 중 목소리 톤이 높고 말 속도가 빠른 진리와는 사뭇 다른 부분. 하지만 백지원은 “격없이 오래 사귄 친구들과 만나면 목소리 톤이 높아지고 속도도 빨라진다. 그런 나의 모습을 가져와서 진리에 투영시킨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백지원이 단 하나 자신 있게 밝힌 것은 발음이 굉장히 정확하다는 점이다. 그는 “발음 하나는 타고 난 것 같이 좋은 편이다. 연극을 할 때부터 그 얘기는 많이 들었다. 연기자로서 제가 가진 몇 안 되는 장점 중 하나가 발음이다. 스스로도 그렇게 여기고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백지원이 설명한 진리는 그룹을 가지겠다는 목표가 굉장히 확고한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방해가 되는 인물은 바로 쳐내 버린다. 또 늘 동생 진언(지진희 분)과 관계된 인물들을 볼 때 ‘이 카드가 나에게 도움이 되는가’를 가장 많이 본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진리를 그렇게 미워하지 않을 뿐더러 설리(박한별 분)에게 쏟아내는 말들에 사이다 같이 속 시원하다는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백지원은 “대놓고 얘기를 막하는 인물이라 가능한 관심과 애정”이라며 “극 속에서 참고 기다리는 인물들이 많은데, 진리는 무서울 것이 없어서 방해되면 수를 써서 치워버린다. 걱정이 없다 보니 말도 그냥 막한다. 못 되게 보일 때도 있지만, 속이 시원한 부분도 분명 있다. 상대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저는 분석을 하고 표현을 할 때 되도록이면 많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진리 대사를 할 때도 아무 생각 없이 말을 한다. 진리에게는 당위성이 분명 있겠지만, 고민을 많이 하고 배려하는 캐릭터가 아니기 때문에 연기를 할 때도 그렇게 하려고 한다. 그래서 말 속도도 좀 빠르다. 작가님이 써준 대사를 보면 길지만 리듬감이 있다. 그걸 잘 살리는 방향으로 연기한다.”
또 백지원은 안하무인 재벌 2세를 연기하기 위해 “사람을 아래로 보는 것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재벌이 모두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진리는 그런 인물이라 생각했다. 진리에게는 물질적인 것 밖에 없다. 인간적인 정이나 교감, 혹은 존경이나 인정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반대로 다른 사람들을 내려다 보고 무시하고 ‘내 아래’라는 마인드를 가졌다고 생각했다”고 연기를 할 대 주안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백지원은 “드라마 경력은 많지 않은데 앞으로 다양한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다. 또 느리게, 천천히 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러면서 “‘애인있어요’는 앞으로가 더 궁금해지는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어떤 인물을 보느냐에 따라서 느껴지는 부분이 많아서, 섬세한 감정의 결실을 얻게 되실거라 생각한다”고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듬뿍 드러냈다.
한편 ‘애인있어요’는 기억을 잃은 여자가 죽도록 증오했던 남편과 다시 사랑에 빠지는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와 절망의 끝에서 운명적으로 재회한 극과 극 쌍둥이 자매의 파란만장 인생 리셋 스토리를 담은 드라마로 매회 주옥같은 명대사와 명장면,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연기력 등으로 시청자들에게 ‘명품 드라마’라는 호평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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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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