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주의 女車여차] 닛산 '캐시카이', 고만고만한 SUV에 질렸다면
OSEN 최은주 기자
발행 2015.11.10 09: 26

지인이 차를 산다며 연락이 왔다. 소형 SUV와 해치백 중을 고려 중이라며 닛산 ‘캐시카이’와 볼보 ‘V40’을 콕 집어 시승 후기를 물어봤다. 직업 특성상 일반 소비자들보다 여러 브랜드의 다양한 차종을 접하는 것은 맞지만, 공교롭게도 두 모델은 직접 몰아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닛산의 ‘캐시카이’를 시승해봤다.
우선, ‘캐시카이’는 닛산이 내수 자동차 시장에 몇 년 전부터 불어 닥친 디젤과 SUV 열풍에 대응하고자 들여온 첫 디젤 SUV다. 도심형 SUV인 ‘캐시카이’는 올 10월까지 1928대가 판매돼 월 평균 약 192대로, 월 목표 판매량 200대에 살짝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척에서 본 ‘캐시카이’의 생김새는 독특하다. 국적을 불문하고, 완성차 업체들이 라디에이터 그릴에 수직과 수평을 주로 사용한 반면, 닛산은 역 사다리꼴 모양의 그릴을 완성했다. 그릴 중앙에는 뭉뚱한 ‘V’자의 크롬 장식(V-모션 그릴)이 자리잡고 있다.

이 ‘V-모션 그릴’이 꽤나 독특한데, 이에 대한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는 편이다. 지인 중에는 비버 앞니 같다고 하는 이도, 인중이 길게 늘어진 것 같다고 비유하는 이도 있었다. 라디에이터 그릴 양 옆에는 화살촉같이 생긴 헤드램프가 마치 블록 맞추기처럼 꼭 맞아 들어가 있다.
측면과 후면은 최소한의 선만 사용해 전면부의 인상을 해치지 않도록 했다. 패밀리룩의 일부인 부메랑 형태의 LED 리어램프가 측면과 후측면에서 조형미를 더할 뿐이다. 유난스럽지 않은 뒤태에 간혹 국산차와 혼동하는 이들도 있는 듯 하다.
시승은 최고 트림인 플래티넘으로 이뤄졌으며 3박 4일의 시승기간 동안 총 주행거리는 661km였다. 서울 도심과 고속도로, 산길을 누비고 기록한 최종연비는 14.3km/l였다. ‘캐시카이’의 공인연비는 15.3km/l.
닛산은 부드러운 변속감과 연료 효율을 위해 무단변속기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SUV인 ‘캐시카이’에서는 변속 느낌을 가미, 자칫 무료하게 느낄 수 있는 무단 변속기의 단점을 최소화했다, 변속감은 특히 저속에서 더욱 잘 느껴진다. 교통체증이 많은 도심에서 불편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무단변속기니까 말이다.
‘캐시카이’는 최고출력 131ps(4000rpm), 최대토크 32.6kg.m(1750rpm)의 성능을 지원하는 1.6리터 디젤 엔진이 탑재됐다. 고른 가속감은 청량음료 같은 시원하고, 톡 쏘는 맛은 없지만 갈증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되려 동승자 중에는 예상보다 잘 나간다고 2000cc냐고 묻는 이도 있었다. 고속에서의 안정감도 적당했다.
여러 번 골탕을 먹인 내장 내비게이션 덕(?)에 구불구불한 산길에서 의도치 않은 와인딩 주행을 경험해볼 수 있었다. 근방의 고속도로 진입로를 무시하는 바람에 정상적인 내비게이션을 이용한 운전자들이 진즉 고속도로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동안 우리는 산속 어딘가의 마을로 향하는 중이었다. 결국 갔던 길을 되돌아오게 만든 내비게이션 안내양이 상당한 짜증을 유발했지만 결론적으로 시승기를 위해서는 잘한 일이 됐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닛산이 ‘캐시카이’ 출시 당시 강조한 성능 극대화용 3가지 첨단 기술 조합의 ‘섀시 컨트롤’ 시스템이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감각적인 스티어링휠은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방향을 곧잘 전환시켜줬다. ‘캐시카이’에는 닛산 모델 최초로 적용된 '액티브 트레이스 컨트롤(Active Trace Control)'이 코너 주행 시 각 휠에 실리는 브레이크 압력을 조절해 역동적인 핸들링을 제공한다.
도로 자체에 경사도가 있는 코너에서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안정감 있게 진입과 탈출을 도와줬다. 이는 '액티브 엔진 브레이크(Active Engine Brake)' 기술이 엔진 브레이크를 가해 코너링을 더욱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줬기 때문.
결국 엉뚱한 내비게이션은 왔던 길을 되돌아 가도록 했고, 길가의 한 작은 마을을 끼고 U턴을 해야 했다. 이때 짧지만 울퉁불퉁한 흙 길을 지났는데, 여기저기 돌이 박혀있는 비포장도로였음에도 불구하고 탑승자들의 몸이 크게 흔들리는 경우는 없었다.
1750rpm에서 최대토크가 발휘되는 ‘캐시카이’는 확실히 실용 속도구간에서 그 매력을 발산해 도심과 도심 외곽에서 상쾌한 주행감을 선사했다. 여기에 에코모드로 주행을 하면 rpm이 2800 부근에 머무르면서 에너지 낭비를 줄여준다. 통풍 시트 등 몇몇 빈 옵션과 한글 미지원 인포테인먼트, 종종 넋을 놓는 내비게이션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fj@osen.co.kr
[사진] 전측면, 측면, 스티어링휠과 대시보드, 후측면(위부터).
[사진] 후면부.
[사진] 정면.
[사진] 엔진룸.
[사진] 스티어링 휠 뒤의 각종 버튼(왼쪽)과 센터페시아.
[사진] 트렁크.
[사진] 헤드램프와 19인치 전륜 타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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