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발견-여자편②] 래퍼 예지, 시스템 깨부순 진짜 걸크러쉬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5.11.12 15: 58

'애초에 짜여진 각본, 드라마. 그걸 바꾼 건 진짜 나였어.'
엠넷 '언프리티 랩스타2'의 진짜 주인공은 예지(피에스타)다.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 등을 총괄해 진두지휘하는 Mnet 한동철 국장 역시 OSEN에 "아무래도 시즌2의 스타는 예지"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건, 전혀 의도하지도 예측하지도 못한 드라마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피에스타가 신인 그룹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예지를 '올해의 발견'에 넣을 수 있는 이유는 그 만큼 자신과 그룹의 이름을 대중에 새롭게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이젠 대중적인 인기 장르가 된 힙합이 갖는 가요계 영향력도 고려한 부분이다.

예지는 방송 초반에는 '악마의 편집' 희생자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정도로 어딘가 부족해보이는 참가자 같았다. 랩을 곧잘하지만 큰 임팩트는 없었고,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다소 황당한 상황과 캐릭터로 웃음을 선사하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런 예지가 결정적인 순간에 본인의 칼을 빼들고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그리고 이번 시즌 그 누구보다 확실히 본인만의 캐릭터를 구축했다. 이른바 '크레이지 독(Crazy dog).'
매회 심사평이 시청자들의 래퍼에 대한 인식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는데, '크레이지 독'을 들었던 매드클라운은 당시 "오늘 모든 무대 통틀어서 자기 어필을 가장 잘했었던 것 같다. 굉장히 인상적이었다"라고, 산이는 "예지의 무대가 '언프리티 랩스타' 하면서 봤던 무대 중에 제일 멋있었다. 가장 솔직하고 멋있었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무대를 통해서 다 토해낸 것 같다"라고 칭찬했다.
특히 '미친 개'란 거친 단어의 반복과 '내가 설마 X밥인데 아이돌을 하겠냐' 등의 강도 센 가사가 인상적이었는데, 본인의 이야기를 공격적으로 잘 풀어냈다는 점에서 예지를 래퍼로 다시 보게 했다.
이후 예지의 미덕은 이것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음을 지속적으로 증명해 온 것이다. 1:1 디스전에서 범접하기 쉽지 않은 카리스마와 뛰어난 딕션으로 상대방을 완벽 제압하고, '쇼미더머니4' 남자 래퍼들과의 합동 경쟁 공연에서는 여자 중 1위를 차지했다. 리매치 무대에서는 "가사 듣고 찔리는 사람 있을 거다. 귀를 활짝 열고 들어라. 제작진들 어디 있을 거다"라며 시원하게 제작진의 정곡을 찔렀다. 그리고 실제로 시스템 안에서 이 같은 가사를 속시원하게 부를 수 있는 래퍼가 많지 않다.
"애초에 짜여진 각본, 드라마. 그걸 바꾼 건 진짜 나였어. 이건 나를 위한 드라마. 붙였다 뗐다. 니네 맘대로 해봐."
예지는 '언프리티 랩스타2'가 낳은 단순한 스타를 넘어 화제성 만큼 말도 많은 이 프로그램이 지니는 긍정적인 면모를 부각시켰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아이돌 놀이판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더불어 참가자인 헤이즈, 트루디, 캐스퍼 등을 인큐베이팅 하고 있는 엠넷.
이 안에서 소위 '백'도 없고 유명하지도 않았던 예지는 본인의 힘으로 이런 성과를 냈다. '이런 게 진짜 걸크러쉬지'. / nyc@osen.co.kr
[사진] '언프리티 랩스타2' 영상 캡처(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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