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진작가의 '기억풍경' 초대전...30일까지
OSEN 김영민 기자
발행 2015.11.16 12: 38

사진작가 김정일 초대전이 11월 18일 부터 30일까지 서울 증산동 '포토그래퍼스 갤러리 코리아'에서 열린다.
이번 김정일 작가의 '기억풍경' 사진전에는 1980년대 초 일상의 풍경이 담겨져 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시간은 사진을 발효시켜 내는 마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별 것 아니었던 사진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볼 만한 사진으로 화하는 것을 종종 볼 수가 있다. 구한말 서울 거리를 찍은 사진만 봐도 이는 느껴진다. 당시에는 단순한 기록에 지나지 않았던 평범한 풍경이 새로운 ‘옛 풍경’으로, ‘그리운 풍경’으로 우리 눈을 잡아끄는 것이다.

일종의 향수라 해도 좋을 그런 맛이 그 사진에서 우러난다. 경직된 포즈로 찍힌 단순한 기념사진도 시간이 지나면 기념사진 이상의 분위기와 매력으로 우리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한다. 사진에 묻어있는 시간의 발효 작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배추가 발효해 김치로 바뀌고 콩이 누룩이 돼 술이나 장으로 바뀌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기억 풍경'이라는 제목도 결국은 '발효'와 관련이 있다. 이제는 기억에만 남은 풍경, 다시는 찾아볼 수도 없는 풍경이지만 기억 속의 모든 사물은 대체로 따뜻하고 아름답게 여겨진다.
물론 모진 풍상을 겪은 사람들의 기억은 살벌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옛날을 돌이켜보면 늘 잔잔한 그리움으로 우리를 맞는다. 언뜻 추상화의 한 부분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판자로 만들어 세운 담장과 그 담장에 이어 넌 빨래도 시간의 발효를 거치면 수채화가 된다.
하지만 이 같은 '발효'는 일견, 사회적 문제도 될 수 있다. 누군가에는 엄청난 시련이었을 가난이 한가한 ‘작품’으로, 더구나 추상적으로 왜곡시켜도 되는가 하는 이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의 가난에는 '정'이 있었다. 아니 '정'이라고 느끼고 있을 수 있다. '시간의 발효'가 불러온 묘약이다.
이들 사진은 촬영 후 3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아름답다. 아니,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기억 풍경’이어서일까?
작가의 나이도 이미 젊음을 다 뿜어내고 잔잔히 가라앉을 때가 됐다. 지금에서야 이들 사진을 내보이는 게 작가가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을지 모른다. 서두르지 않고 지긋이 기다렸다가 이제야 발표하는 마음이 우선 진지하다. 30여 년이 지난 바람에 사진이 더 아름다워졌는지도 모른다. 그 동안 충분히 숙성되고 발효되었을 테니까.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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