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커피타는 고양이’…유기묘와의 교감, 감동과 치유의 메시지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5.11.23 11: 28

지난 8월, 포털 사이트 다음이 운영하는 스토리펀딩(구. 뉴스펀딩)에 ‘커피타는 고양이를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의 펀딩 프로젝트가 등장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천역 어딘가에 위치해 있는 유기묘 카페 ‘커피타는 고양이’에 살고 있는 42마리 유기묘를 지켜달라는 내용이었다.
첫날 유기묘에 대한 사연이 올라왔을 때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예상 모금액 500만 원을 훌쩍 넘은 금액이 하루 만에 모였다. 연일 다음 메인에 이 사연이 소개되었고, 공감 지수는 감동한 네티즌 숫자만큼 증가하기 시작했다. 결국 펀딩 프로젝트가 진행된 약 2달간 모금된 액수는 예상 금액의 1400%를 넘어버렸다.
하지만 펀딩이 뜨거운 반응을 얻으면 얻을수록 악성 댓글마저 늘어나기 시작했다. 유기묘에 대한 혐오를 넘어 캣맘에 던지는 불쾌함이 극에 달했던 것이다. 반대급부로 ‘커피타는 고양이’를 뜨겁게 응원하는 선플도 늘어났다.

최근 용인 캣맘 사망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가 보여준 것처럼 길고양이와 캣맘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쓰레기봉투를 헤집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거나 발정기 중 울음소리가 불편하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생각 이상으로 SNS를 도배하고 있다. 더불어 동네 미관을 해치지 말고 밥을 줄 거면 집에 데려가서 키우라며 캣맘을 공격하는 메시지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렇듯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유기묘 42마리를 직접 돌보며 유기묘 카페를 운영하는 고양이 집사이자 캣맘들을 지원하는 저자의 눈물겨운 사연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낸 책이 『커피타는 고양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다음 스토리펀딩 프로젝트의 확장판인 셈이다.
러시아에서 수년간 연극 연출을 공부해온 저자가 국내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중 우연히 방문하게 된 고양이 카페 ‘커피타는 고양이’. 당시만 해도 이곳은 유기묘 카페가 아니었다.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고양이 카페 중 하나였다. 하지만 고양이들의 상태가 저자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제대로 걷지 못하는 고양이,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피고름을 흘리는 고양이, 병에 걸려 눈곱과 진물로 범벅이 된 고양이들이 ‘고양이 카페’라고 하는 공간에서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저자는 며칠간 이곳을 방문하고, 또 며칠간 고민하고, 다음 며칠간 가족과 친구들을 설득해 결국 카페를 인수하기로 한다. 카페도 잘 운영하고자 다짐했다. 그렇지만 운명의 잔인함은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전 주인은 고양이들의 상태에 대해 긍정적인 부분만 이야기했지 치명적인 문제점에 대해 일일이 설명해주지 않았다. 후회하기에는, 아니 후회조차 할 수 없었다. 생명부터 살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비쩍 마른 여자의 몸으로 평균 5kg에 달하는 고양이들을 이동장에 담아 한번에 5마리씩 동물병원으로 매일 날라야 했다. 저자는 말라갔지만 고양이들은 다행히 건강을 조금씩 찾기 시작했다. 기적 같은 일이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고양이를 구조해야 하는 상황들이 닥친 것이다. 시끄럽게 울어댄다는 이유로 새벽에 야구방망이를 들고서 내려오는 동네 아저씨를 겨우 달래 구해낸 고양이,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 쓰레기봉투에 담겨 버려진 고양이, 카페 앞에 상자에 담겨 있던 업둥이 고양이 등 저자가 받아들여야 할 고양이는 너무 많았다. 사실 모든 고양이를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감당하기에 벅찼다. 그렇다고 생명이기에 외면할 수는 없었다. 
이처럼 고양이 한 마리 한 마리가 품고 있던 사연과 어느덧 유기묘 카페가 되어버린 ‘커피타는 고양이’에 대한 스토리가 이 책 『커피타는 고양이』에 담겨 있다. 누군가는 말한다. ‘왜 쓸데없는 짓을 해서 힘들게 사느냐고.’ 하지만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내가 아니면 이 생명은 죽은 목숨이라고.’ 또 누군가는 묻는다. ‘왜 이 카페를 운영하느냐고.’ 저자의 답변은 한결 같다. “카페 문을 닫기 위해서 이 카페를 운영합니다. 카페가 문 닫는다는 것은 사람과 고양이가 서로를 이해하고 공존하는 삶을 살아간다는 뜻이니까요. 오직 그 이유 하나만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오늘도 카페 문을 엽니다.” /100c@osen.co.kr
[사진] 『커피타는 고양이』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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