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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세 박보영의 직장인 공감백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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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정유진 기자] 실제로 만난 박보영은 사랑스러움 그 자체다. 자그마한 키와 얼굴, 누구에게나 지어 보이는 환한 미소, 조곤조곤 내뱉는 말투와 적절한 제스쳐까지. 남성 팬 뿐 아니라 여성 팬들의 사랑도 충분히 받고 넘칠만한 귀여움을 갖췄다. 이렇게 귀여운 박보영도 벌써 스물여섯이다. 빠른 생일이라 고등학교 동창들은 모두 스물일곱. 이제 막 사회초년생으로 첫 발을 내딛을 나이다.

그래서일까. 박보영의 작품 선택이 예사롭지 않다. tvN '오 나의 귀신'에서는 주방의 막내로 갖은 구박을 받아냈고, 영화 '돌연변이'에서는 88만 원 세대를 대표할 만한 생선 청년 박구의 여자친구 주진 역으로 활약했다. 그리고 새 작품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정기훈 감독)에서는 급기야 성질 급한 부장 밑에서 고군분투하는 신입사원 역을 맡았다. 이미지에 어울리는 멜로드라마 속 청순한 여주인공이 아닌, 또래를 대변하고 있는 역할들을 도맡아 하고 있는 것.

박보영이 맡은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속 도라희는 이제 막 취업에 성공한 연예부 수습기자다. 과 수석으로 졸업을 했지만, 역시 취업난을 뚫기는 어려웠고,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사의 연예부에 들어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사회생활의 어려움을 몸소 체험한다.

연기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삶은 많은 면에서 다르다. 그럼에도 박보영은 도라희의 상황을 연기하기 위해 자신의 신인 시절에서 공통점을 찾아내려 노력했다고 했다.


"일반 직장인을 경험해 본 건 아니지만, 사회생활을 했으니, 최대한 거기에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을 찾으려고 했어요. 또 보통 사회 초년생인 친구들이 말하는 것이 제가 신인 때 겪는 것과 비슷한 게 많아요. (신인 때는) 이 작품에 출연한 것에 의의를 두고 출연하죠. 회의 때 뭐가 바꿔서 '이렇게 할 수 있어요?' 하면 '그럼요' 하고 하는 부분도 있고. 한 신 이상 항상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있고, 다른 분들이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그런 게 좀 비슷했어요."

사회초년병 역할을 소화하는 데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친구들의 도움도 컸다. 박보영은 이제 막 직장을 구해 일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나,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친구들의 생생한 증언(?)을 떠올리며 이번 연기를 완성했다.

"직장인을 겪어보지 못해서 친구들의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영화를 하기 때문에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했다기보다는, 저는 26살이고 친구들은 27살이에요. 예전에 24살, 25살 쯤 직장에 들어간 친구들이 있어서 고등학교 졸업 후 친구들을 만나면 항상 그 얘기를 했어요. 또 면접 떨어지고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제가 보는 입장이 안타깝고 속상해서 해줄 수 있는 말이 '왜 너 같은 보석을 못 알아볼까? 다음에 잘 될거야.'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속상하더라고요. 이 친구는 열정을 갖고 있는데 왜 이런 친구를 회사에서 못 알아줄까? 이런 마음도 있고요. 대화 내용이 주가 그런 거였기 때문에 그 때를 많이 생각해서 (연기를) 했어요."

박보영은 극 중 하부장 정재영이 폭언과 비슷한 것들을 신인 시절 많이 겪어봤다고 했다.

"예전에 진짜 많이 혼났어요. 정말 많이 혼났어요. 안 혼난지 얼마 안 된 거 같아요.(웃음) 지금도 혼나고는 있지만, 예전에 비해서 그 횟수나 강도가 줄어 들었어요. 예전에는 강도나 빈도수가 잦고, 깊고, 크고 그랬어요. 그래서 예전의 기억도 많이 났어요. 제가 혼나면서 ' 잘될거야.' 생각했던 게 아마도 도라희가 '진급을 하고 말테다. 진급을 해서 그런 말 안 들을테다.' 이런 마음을 먹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이야기는 자연스레 신인 시절에 대한 주제로 흘렀다. 박보영이 받았던 첫 봉급은 20만원. 고등학교 2학년 때 출연했던 청소년 드라마 '비밀의 교정'에서였다. 회당 출연료가 20만원이었던 것인데, 그는 "회사와 나누고 세금을 떼서 어머니께 다 드렸다"며 훈훈한 미담(?)을 전했다.

"TV에 제가 나오는 것만으로 신기했던 때에요. 그 때는 어머니께 (두 손을 모으고) '친구들이랑 노래방 가게 5천원만 주세요.' 하던 시절이죠."


직장인들은 늘 사직의 욕구에 시달린다. 사표를 쓸 수 없는 게 배우라는 직업의 특징이지만, 직장인들처럼 박보영도 한번쯤은 연기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을까?

"관두고 싶다보다는,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이 일이 나와 잘 맞는 걸까? 작품이 끝나면 제가 연기자로 잘하는 게 맞나? 이 일이 나와 과연 맞는 걸까라는 생각이 많아요. (어떻게 마음을 다잡나?) 다른 것을 생각을 해봐도, 아마 모든 직장인들이 그럴거예요. 내가 잘하는 게 뭔지 모르겠고 이직을 하자니 자신은 없고. 비슷해요.(웃음) 또 연예인들은 좋아해주시는 분들에 대한 책임, 무언의 약속 같은 게 있는 거 같아요. 저에 대해서 기대를 가진 분들, 사랑을 보내주는 팬분들에게 한 순간의 감정으로 그만하고 싶다는 말을 하는 자체가 이분들에게 굉장히 큰 배신감을 줄 거 같아요."

박보영의 작품 선택 기준은 1번이 재미있는 책(시나리오, 시놉시스)이다. 그리고 또 하나 보는 게 있다면, 최대한 하지 않았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영화에서 멜로를 아직 많이 하지 않았던 이유는 "표현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온 멜로 중에서는 '오 나의 귀신님' 정도가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수위라고.

"'오 나의 귀신님' 보다 더 가면 '사랑을 잘 모르겠는데 표현을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있어요. 저도 모르게 그런 마음이 있어서 선뜻 손이 안 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사랑을 안 해본 건 아닌데 잘 모르겠어요. 제 언니는 결혼을 했거든요. 언니에게 '사랑이 뭐냐'고 물었어요. 잘 모르겠지만 그 사람을 생각할 때는 가슴이 찌릿한 뭔가가 있대요. 저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마음이 그런 건 알겠는데, 가슴이 아릿하고 찌릿한 건 잘 모르겠어서 내가 한 건 사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됐어요. 깊고, 애절한 사랑. 이런 걸 아직 못 해봤어요."

그럼에도 박보영은 '동글게' 자라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했다. 연기자로서 어느 한 연기만 잘하는 게 아니라, 여러가지 배역을 소화하며 어떤 역할을 맡는지 사람들이 궁금해 할만한 그런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연예부 기자도 해볼만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답이 돌아왔다.

"전 지금 직업이 너무 행복한 것 같습니다.(웃음) 어릴 때부터 해서 그런지 이 것 말고 재밌는 게 뭐지? 이것 말고 흥미를 갖고 있는 게 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이 일을 열심히 하자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이 일의 매력적인 점은 작품을 만날 때마다 다양한 직업을 해보는 거예요. 그러고 보면 배우만큼 좋은 직업이 없는 거 같아요."/eujenej@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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