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땅’ 이명기, 가고시마 다시 찾은 이유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1.24 13: 00

“온다는 소식 듣고 깜짝 놀랐지”
SK의 가고시마 특별캠프를 지휘하고 있는 김용희 SK 감독은 캠프가 반환점을 돌 때쯤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을 들었다. 바로 팀의 주축 외야수인 이명기(28)가 가고시마행 비행기를 탔다는 소식이었다. 이번 캠프에서 유일한 중도 합류자였다. 가고시마 캠프의 관계자들도 의아해 했다.
이명기는 당초 이번 특별캠프 명단에서 빠져 있었다. ‘1군 주축급’ 선수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실제 이명기는 올 시즌 데뷔 이후 처음으로 풀타임을 뛰며 137경기에 나섰다. 팀 내에서 유일하게 3할(.315)을 쳤을 정도로 활약도 좋았다. SK의 주전 선수 중 가장 적은 연봉을 받는 이명기가 야수 고과 상위권에 위치할 정도로 분전했다. 보통 이런 선수들은 지금 시점에서 휴식을 취하며 차분하게 한 해를 마감하는 것이 좋다.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잘 쉬는 것도 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기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자신을 고질적으로 괴롭히고 있는 발목 상태가 어느 정도 나아지자 곧바로 가고시마 캠프를 자원했다. 올해 성적에 100% 만족할 수 없었고, 여기에 가고시마 캠프는 나름 좋은 기억을 남긴 곳이기 때문이다. 이명기는 지난해 가고시마 캠프를 통해 수비와 주루 측면에서 한층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내년 더 좋은 성적을 위해 그런 좋은 기억을 다시 꺼내고 싶었다.
이명기는 지난해 가고시마 마무리캠프 당시 ‘수비와 주루’를 당면 과제로 삼았다. 수비는 항상 부족했던 부분이었고 주력에 비해 도루 개수도 그리 많지 않다는 고민이 있었다. 그래서 이명기는 많은 생각을 하기보다는 차라리 몸을 움직이는 쪽을 택했다. 이명기는 당시 캠프에서 가장 열심히 훈련을 한 선수 중 하나였다. 조원우 현 롯데 감독의 지독한 훈련을 이겨내며 외야 수비를 가다듬었고 도루에서도 스타트와 슬라이딩을 집중적으로 연습하며 칼을 갈았다.
그 성과는 올해 성적으로 나타났다. “타격 재능은 타고 났다”라는 평가를 받는 이명기는 풀타임 3할을 치며 그런 평가를 스스로 증명해냈다. 도루(22개)도 데뷔 이후 처음으로 20개를 넘겼다. “무조건 20개의 이상을 도루를 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던 이명기는 후반기 도루 페이스를 가파르게 끌어올리며 기어이 그 목표를 이뤄냈다. 여기에 수비에서도 한층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며 우려감을 어느 정도 지워냈다. 팬들의 뇌리에 잊히지 않는 멋진 수비도 몇 차례 나왔다. 아직도 조금 부족한 부분은 있지만 스스로도 자신감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렇게 지난해 가고시마 캠프의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한 이명기는 ‘약속의 땅’인 가고시마에서 또 하나의 목표를 세우고 정진 중이다. 이명기는 “이번 캠프에는 공·수·주 모두에서 좀 더 세밀한 플레이를 배우고 다듬는 것이 목표”라고 이야기했다. 아직까지는 모든 부분에서 조금씩 부족하고 투박한 부분이 있다는 게 스스로의 진단이다. A급 선수가 S급 선수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기도 하다.
모든 훈련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는 이명기는 올해는 수비와 주루 부문에서 김인호 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다. 다른 스타일의 지도자로부터 또 다른 장점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 이명기는 대만족 중이다. 이명기는 “모르는 것을 잘 가르쳐주신다”라며 이번 캠프에서 최대한 많은 배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SK의 리드오프로 완전히 자리를 잡은 이명기가 이제는 리그 최고의 리드오프를 향해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 /skullboy@osen.co.kr
[사진] 가고시마(日)=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