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왕' 구자욱, 여전히 배고프다...다음 목표는 MVP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5.11.25 06: 19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래 신인왕과 정규 시즌 MVP를 모두 수상한 선수는 류현진(당시 한화)과 서건창(넥센)이 유이하다. 류현진은 데뷔 첫해(2006년) 다승, 평균 자책점, 탈삼진 등 3개 부문 타이틀을 획득하며 신인왕과 정규 시즌 MVP를 동시 수상했다. 육성선수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서건창은 2012년 신인왕을 수상한데 이어 2014년 정규 시즌 MVP까지 품에 안았다.
올 시즌 최고의 신인 선수로 꼽힌 구자욱(삼성)이 '롤모델' 이승엽도 이루지 못했던 신인왕-정규 시즌 MVP 달성이라는 대기록에 도전한다. 상무 출신 구자욱은 일본 오키나와 2차 캠프에서 열린 연습 경기에서 타율 4할7푼4리(38타수 18안타) 2홈런 6타점 11득점 4도루로 코칭스태프로부터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그리고 왼쪽 무릎 통증에 시달렸던 채태인 대신 선발 출장 기회를 잡으며 한 단계씩 성장했다.
지금껏 전훈 캠프 때 반짝 하다가 사라지는 유망주가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구자욱은 달랐다. 채태인 뿐만 아니라 박한이, 박석민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 공백을 최소화하는데 한 몫 했다. 그의 활약은 조커 그 이상이었다.

삼성은 올 시즌 마땅한 1번 타자가 없어 골머리를 앓았다. 지난해 리드 오프 역할을 맡으며 만점 활약을 펼쳤던 야마이코 나바로가 부진하자 박해민, 김상수 등이 나섰지만 이렇다할 성과가 없었다. 박한이가 1번 타자로서 제 역할을 해주며 류중일 감독의 고민을 덜어내는가 했더니만 뜻하지 않은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이탈하게 됐다. 구자욱은 7월 5일 대구 LG전부터 리드오프 중책을 맡으며 삼성의 1번 잔혹사를 마감했다.
구자욱은 뜻하지 않은 부상 탓에 두 차례 1군 엔트리 제외의 아픔을 겪었지만 타율 3할4푼9리(410타수 143안타) 11홈런 57타점 97득점 11도루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1군 무대 데뷔 첫해 성적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만큼. 구자욱은 24일 서울 양재동 더 K 호텔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최우수선수(MVP), 최우수 신인선수 및 각 부문별 시상식에서 김하성(넥센)과 조무근(kt)을 제치고 신인왕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구자욱에게 수상 소감을 묻자 "올라가서 너무 떨려서 말을 다 하지 못했다. 울지는 않았다. 하지만 인사드리고 싶은 분들이 많았는데 못했다. 올라가서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야구할 때보다 더 떨린 것 같다"고 대답했다. 구자욱은 이어 "김하성이 워낙 잘해서 처음부터 생각하지는 못했다. 김하성이 20홈런-20도루를 하면 (신인왕 수상이)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하지 못해서 조금 생각은 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더 큰 꿈이 있다". 구자욱은 신인왕 수상에 만족하지 않고 정규 시즌 MVP 등극을 목표로 내세웠다. "야구 선수라면 최고의 꿈은 MVP가 아닐까 생각한다. 꿈은 클수록 좋은 거니까 MVP를 향한다는 생각으로 야구를 해야 한다"는 게 그의 말이다. 구자욱은 "내년에 올해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 2년차 징크스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다시 캠프 때부터 열심히 하겠다. 사실 신인왕보다 우승이 더 하고 싶었는데 내년 우승하도록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와 결의를 다졌다.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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