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주의 女車여차] 혼다 '뉴 어코드', 트렌드는 바뀐다 '반드시'
OSEN 최은주 기자
발행 2015.11.26 08: 50

패션, 가전, 음식 등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모든 산업에는 트렌드가 존재한다. 당연, 자동차 시장에도 ‘대세’가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시장은 디젤과 SUV, 독일이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한 시절 국내 수입차 시장을 호령했던 일본 브랜드들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대신, 독일 브랜드가 이끄는 전체 수입차 시장과 성장을 함께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과거의 영광이 화려했던 만큼, 신세가 초라하다고 할 정도로 판매량이 급격하게 축소된 모델이 있다. 바로 혼다의 ‘어코드’다. 비록 국내에서는 독일 브랜드의 위세에 밀려 기를 펴지 못하고 있지만 혼다 ‘어코드’는 1976년 미국 첫 출시 이후, 지금까지 40여년 동안 경쟁이 가장 치열한 중형 세단 시장에서 베스트 셀링카로 확고히 자리를 잡고,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 모델이다.
가을비라고 표현하기에는 꽤 묵직한 빗방울이 떨어지던 지난 주중,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뉴 어코드’를 시승해 봤다. 경기도 양평에서 출발해 이천까지, 편도 약 60km의 거리를 국도와 고속도로를 이용해 이동했다. 시승한 모델은 V6 3.5L 엔진에 6단 변속기가 조합된 판매가 4190만 원짜리 3.5 EX-L.

혼다의 디자인 기조인 ‘익사이팅 H 디자인(Exciting H Design)’가 반영된 ‘뉴 어코드’의 전면부는 그릴과 헤드램프, 범퍼가 양 옆으로 더 넓어져 기존 모델보다 스포티하고, 미래 지향적인 모습으로 되돌아 왔다.
여기에 9개의 헤드램프가 전부 LED로, 바뀌어 날렵하고도 세련된 이미지도 부여한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감싸던 크롬 장식은 형태를 바꿔 그릴 중앙에 위치하며 범퍼 하단의 에어커튼 모서리도 더욱 날카로워졌다.
앞 바퀴 펜더부터 뒷문을 지나 리어 램프까지 이어지는 캐릭터 라인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면 후면부도 전면부와 동일한 감각이 적용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와 램프까지 길어진 크롬라인은 ‘뉴 어코드’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하지만 다수를 휘어잡지 못하는 디자인은 못내 아쉽다. 완전변경에 가까운 외모변신을 감행했지만 도로 위의 ‘뉴 어코드’는 아직도 90년대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뉴 어코드’의 시승은 젠틀함을 뽐내며 시작됐다. 저음으로 낮고 조용하게 깔리는 V6 엔진소리는 차체로 떨어지는 빗소리와 조화를 이뤘고, 빗속에서 고속으로 달려도 성냄 한 번 없이 평정심을 유지했다.
액셀과 브레이크 페달, 그리고 스티어링 휠의 느낌은 가벼웠다. 조금 더 무게감이 느껴지길 바랐지만 개인적인 취향일 뿐, 여성운전자부터 장년층까지 두루 ‘뉴 어코드’를 즐기기에 적절한 정도다.
차체에 비해 작은 듯한 스티어링 휠의 박자 감각도 적당하다. 코너링 시 한 템포 빠르지도 더디지도 않은 전형적인 중형 세단의 면모를 보인다. 승차감과 고속 및 코너링 안정성도 마찬가지. ‘뉴 어코드’는 후륜 서스펜션이 인디펜던트 멀티링크로 변경돼 기존보다 민첩한 핸들링과 평탄한 승차감, 고른 균형감을 제공한다.
수동 변속은 지원하지 않지만 기어 레버를 ‘S(스포츠)’로 내리면 V6의 밀고 나가는 힘과 더불어 좀더 역동적인 엔진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노면소음과 풍절음이 들리기도 하지만 피곤함을 유발할 정도는 아니다.
연비 주행보다 에코모드와 일반주행, S(스포츠) 모드를 번갈아 가며 ‘뉴 어코드’를 약 120km 마음껏 즐기고, 계기판 중앙에 표시된 연비는 10.8km/l였다. 거리, 연비 등 주행과 관련한 정보는 속도계 중앙의 작은 디스플레이에도 표시되지만 센터페시아 상단의 7.7인치 디스플레이에서 더 자세하게 알 수 있다.
7.7인치 디스플레이 아래에는 내장 내비게이션 ‘아틀란 3D’이 제공되는 7인치 디스플레이가 자리잡고 있다. 듀얼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불필요한 버튼을 줄인 ‘뉴 어코드’의 실내는 군더더기 없이 정돈이 잘 돼 있다. 조수석의 글로브박스에는 가로 30cm, 세로 23cm의 클러치백이 꼭 들어맞는다. 200ml 생수병을 세워서 넣을 수 있다.  
 
글로벌 IT 업계의 양대 산맥인 애플과 구글이 선보인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됐지만 안드로이드 오토는 국내 정부와 위성 지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사용이 불가하다. 여기에 애플의 ‘카플레이’는 내장 내비게이션의 존재로, 시리와 다운로드 받은 음악을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현재로서는 반쪽 짜리에 불과하다.
새롭게 추가된 안전 편의 사양인 ‘레인 와치(Lane Watch)’ 시스템은 아주 유용했다. 오른쪽 사이드 미러에서 볼 수 없는 사각지대를 조수석 문 하단에 카메라를 장착해 7.7인치 디스플레이로 화면을 띄워준다. 초보운전자뿐만 아니라 경험이 많은 운전자들도 안심을 하고 차선변경을 하도록 도와주는 장치다. 오른쪽 방향지시등을 켜면 자동으로 화면이 보여지며 스티어링휠 뒤 방향지시등 레버 끝의 버튼을 눌러 사용할 수도 있다. 레인 와치는 3.5 EX-L 모델만 적용돼 있다.
사람은 간사한 동물이라 했던가. 3년 전, 다양한 차종에 대한 경험이 적었던 초짜 자동차 담당 기자에게 ‘어코드’는 아주 근사하게 다가왔다. 차분하면서도 중후해 보이는 외모와 조용하고, 편안한 실내와 주행성능은 첫눈에 반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 동안 축전된 데이터로, 꿈에만 그리던 이상형을 만난 소녀와 같은 설렘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젤보다는 가솔린을 선호하는 개인적 취향으로 인해 V6의 힘과 정숙성, ‘어코드’만의 편안함은 여전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fj@osen.co.kr
[사진] ‘뉴 어코드’ 3.5 EX-L 전측면, 측면, 후측면, 실내, 애플 카플레이·레인 와치 버튼·계기판(왼쪽 첫번째부터 시계방향), 2.4 EX-L 전측면(위부터).
[사진] 2.4 EX-L 측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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