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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완의 따뜻함, SK 두 포수 감동시킨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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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가고시마(日), 김태우 기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열 받네”

SK의 가고시마 특별캠프 공식 훈련 일정이 모두 종료된 26일 정오쯤. 박경완 SK 배터리코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제자들에게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김민식과 이현석은 훈련을 마치고 너덜해진 장비를 정리 중이었다. 캠프 내내 ‘박경완’의 이름에 ‘박’자만 나와도 초긴장상태에 돌입했던 두 선수가 깜짝 놀란 것은 당연한 일. “설마 또 훈련…”이라는 표정이 절로 묻어났다.

긴장을 감추지 못하는 두 선수를 앞에 두고 박 코치는 농담을 이어갔다. 박 코치는 “생각해보니 열 받는다. 너희들은 운동도 하고, MVP도 받고, 거기에 상금까지 받았다. 상금은 나랑 반을 나눠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두 선수를 몰아붙였다. 그러자 김민식이 “반을 드리겠습니다”라고 했지만 박 코치는 “됐다”라며 다시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돌아섰다. 그러면서 글러브 하나를 건넸다.

박 코치가 건넨 파란색 포수 글러브는 반들반들 윤이 났다. 박 코치는 두 선수에게 이를 주기 전 “사실 캠프가 끝나면 선수들에게 하나씩 주려고 준비를 했었다. 내가 길을 아주 잘 들여놨다. 좋은 글러브가 될 것이다. (이)현석이게는 한국에 들어가서 주려고 한다”라고 미소 지었다.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은 두 선수는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항상 엄하게만 느껴졌던 박 코치의 자상함과 배려심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주위에서 이를 지켜보던 다른 코칭스태프와 선수들도 훈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올해 SK의 신임 1군 배터리코치로 임명된 박 코치는 자신의 첫 제자라고 할 수 있는 두 선수를 집중 조련했다. 가고시마 캠프가 전체적으로 혹독한 일정 속에 진행되기는 했지만 두 선수의 훈련량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역시 힘든 훈련을 소화한 내야수들도 “포수들보다는 못하지만…”이라는 전제를 달 정도였다. 이미 강훈련을 예고한 박 코치는 “그저 그런 선수로 잊히면 안 된다”라는 각오 속에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다. 박 코치가 한 발을 움직일 때마다 두 걸음을 더 움직인 선수들이 초죽음이 된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따뜻함이 숨겨져 있었다. 박 코치는 “한 달 가지고 성과가 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기량이 많이 발전했다. 이제는 반복훈련을 통해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일이 남았다”라면서 “의욕을 가지고 따라와준다는 것이 고맙다”고 엄한 표정 뒤에 숨어 있던 본심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캠프 종료에 맞춰 두 선수에게 자신이 직접 가다듬은 글러브를 선물하면서 애정을 드러낸 것이다.

힘든 일정을 마친 두 선수들도 뿌듯한 표정이었다. 김민식은 “갈수록 내 기량이 나아진다는 것을 느낀다. 그런 점을 느끼지 못했다면 이 훈련을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박 코치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현석도 “야구선수가 된 뒤 이런식으로 운동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우상과도 같았던 박 코치님에게 이렇게 같이 훈련을 하고 예전 이야기도 들어보니 훌륭한 선수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보답을 맹세했다.

두 선수의 유니폼과 레가드, 프로텍터는 모두 사용불가 판정을 받아 한국에 들어가자마자 폐기처분된다. 혹독한 훈련의 훈장이라고 할 만하다. 그렇게 닳고 닳은 장비와는 반비례로 두 선수의 기량은 서서히 빛을 발할 것이다. 이제는 추억이 될 가고시마의 기억을 잘 간직한다면, 어쩌면 SK는 올해 포수 세대교체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지 모른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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