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유니폼 벗는 나승현…칼바람 맞은 6인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12.01 06: 05

신인선수 드래프트는 결과론이 지배한다. 수년이 지나고 나면 어떤 선수는 성공하고, 또 어떤 선수는 쓴 맛을 본다. 대부분 높은 드래프트 순번에 찍힌 선수들이 스타 플레이어가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그리고 드래프트에서 선수는 선택권이 전혀 없다. 자기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프로야구 선수로서 운명이 결정된다. 그 사이에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간혹 스카우트의 주목을 받는 선수가 '날 찍어도 메이저리그에 가겠다'고 말하는 경우는 있어도, 극히 일부의 이야기일 뿐이다. 
사이드암 투수 나승현(28)은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2006년 드래프트의 그림자에 계속 시달렸다. 광주일고 시절 초고교급 성적으로 활약했고, 당시 2차 1번 지명권을 갖고 있던 롯데는 그를 지목한다. 즉시 전력감이라는 평가였고, 불펜이 불안했던 롯데라 나쁜 지명은 아니었다. 그리고 나승현도 첫 해 51경기 3승 16세이브 평균자책점 3.48로 활약을 펼치며 신인치고는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그게 나승현이 프로에서 정점을 찍은 순간이었다. 이후 나승현은 마무리 자리를 내놓고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불펜투수로만 활약했다. 그나마 2010년에는 1군 2경기만 나갔고, 경찰청 복무 후 2013년 복귀했지만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그리고 나승현은 지난 달 30일 발표된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돼 롯데로부터 방출되고 말았다. 
선수생활 내내 그를 괴롭혔던 건 류현진의 존재였다. 롯데는 류현진과 나승현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 결국 나승현을 택했다. 사실 지명 당시만 해도 틀린 결정은 아니었다. 나승현은 첫 해부터 활약하며 즉시 전력감이라는 평가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입증했다. 전체 1번 지명을 받고 1군에서 한 경기도 못 뛴 선수도 적지 않다. 하지만 류현진은 괴물이었다. 나승현 본인도 드래프트 이야기가 나오면 무척 괴로워했다.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 칼바람은 피하기 힘들다. 올해 나승현은 퓨처스리그에서 20경기 1승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9.91로 부진했다. 이제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서른, 결국 올해를 넘기지 못했다. 누구보다 성실하고, 또 동료들로부터 사랑받았던 나승현은 일단 롯데에서 선수로서는 유니폼을 벗게 됐다. 
나승현 외에 롯데는 5명의 선수를 더 방출했다. 2007년 롯데 2차 1라운드 출신 우완 이웅한(27)은 1군 무대 데뷔를 해보지 못하고 팀을 떠나게 됐고, 2013년 입단 신인 외야수인 고도현(25)도 이번에 방출됐다. 고도현은 기대를 받고 2013년과 2014년 1군에서 각각 4경기씩 나갔지만 올해는 퓨처스리그에서만 뛰었는데, 타율 8푼2리(49타수 4안타)로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2013년 롯데 주장을 맡았던 내야수 박준서(34)도 올해는 1군에서 3경기에만 출전하며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고, 외야수 임재철(39)은 올 시즌 38경기 타율 1할5푼4리 1홈런 3타점만을 남기고 롯데를 떠나게 됐다. /cleanu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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