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과 미아 사이, 해결책은 FA 등급제도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12.02 05: 55

KBO 리그에서 FA 제도가 시행된지도 벌써 15년이 흘렀다. 지난 2000년 김동수와 이강철(이상 삼성)이 첫 FA 이적선수로 이름을 남긴 이후 올해를 포함해 총 59명의 선수가 FA 신분으로 팀을 옮겼다. 
15년 전, 김동수와 이강철은 각각 3년 총액 8억원을 받았다. 그리고 올해 FA 시장에서는 박석민이 역대 야수 최고액인 4년 96억원(보장 86억원, 옵션 10억원)의 조건으로 NC 유니폼을 입게 됐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4년까지 소비자물가는 43.1% 증가했는데, FA 최고액 선수의 1년 평균 금액은 김동수-이강철의 2억6666만원에서 박석민의 24억원까지 900%나 뛰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0배 가까이 뛰어넘는 FA 시장 물가의 차이는 어디에서 왔을까. 정말 KBO 리그의 규모가 15년 사이에 20배 커졌기에 그에 맞춰 몸값도 뛴 것일까. 하지만 이번에 한화와 4년 총액 13억원에 계약을 맺은 심수창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 심수창은 연 3억2500만원의 돈이 드는 선수다. 15년 전과 크게 차이는 없다. 
KBO 리그 규모가 커진 것도 있지만, 근본적인 '빈익빈 부익부'의 원인은 FA 제도에 있다. 현재 FA 제도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9시즌(대졸 8시즌)을 뛰면 FA 자격을 얻게 되고, 선수가 이를 신청하면 FA 선수가 된다. 이 선수가 원소속팀이 아닌 팀과 계약을 하면 그 팀은 보상선수를 줘야 한다. 이 보상선수의 존재가 문제다. 
보상선수는 20인 보호선수 외에 아무나 한 명 골라서 데려올 수 있다. 만약 FA 시장에 나온 선수가 보상선수를 감수하면서까지 영입할 기량이 아닌 경우에는 다른 팀으로 이적하기가 힘들다. 심지어는 FA 시장에 나왔다가 돌아갈 곳이 없는 '미아'가 되는 경우까지 있다. 
최정상급 FA 선수들의 몸값이 치솟는 걸 선수만 탓할 수는 없다. 이들의 몸값은 시장논리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다. 보상선수의 존재 때문에 FA 시장에 나온 선수 중 실제 영입으로 이어질만한 선수는 한정될 수밖에 없고, 당연히 영입경쟁이 벌어져 몸값도 뛸 수밖에 없다. 
높은 가격표가 매겨진 선수들의 가치를 굳이 일부러 떨어뜨릴 이유는 없다. 하지만 FA 자격을 얻고도 보상선수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는 선수들에 대해서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즉 FA 차등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선수 등급에 따라 보상선수 혹은 보상금으로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어려운 점은 있다. 과연 어떤 기준으로 FA 선수 등급을 매길까가 관건이다. 모 구단 관계자는 "단장회의에서도 몇 번이나 나왔던 이야기다. 그렇지만 어떻게 등급을 매길 것인가. 정확한 기준이라는 게 있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이 안건이 나올 때마다 흐지부지 되면서 미뤄지고만 있다"고 실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퀄리파잉 오퍼(Qualifying Offer, MLB 상위 125명 선수 연봉 평균수치로 1년 FA 재계약을 맺는 것) 제도가 시행되기 전까지 기록 전문 업체인 엘리아스 스포츠 뷰로에서 최근 2년 성적을 바탕으로 정한 선수 등급을 통해 FA 영입 보상여부를 결정했다. 공신력있는 단체에서 이른바 'FA 랭킹'을 정하면 되는데, 정확한 기준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게 문제다. 
그렇다고 해서 계속 손만 놓고 있으면 FA 선수간의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질 것이다. 선수간의 위화감, 그리고 특정 FA 선수에 대한 집중 현상은 피하기 힘들다. FA 차등제도 도입을 위한 주춧돌을 놓는 작업이 필요한 때다. /cleanu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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