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라의 도란도란] 한국계 입양아의 편지와 박병호의 응답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6.01.17 12: 55

지난해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계약을 확정지은 박병호는 미네소타 지역지를 통해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자신을 미네소타주에 살고 있는 한국계 입양아라고 소개한 니콜라스 네이도(한국명 창훈)은 지난달 18일 '미니애폴리스 트리뷴'에 투고한 편지를 통해 "박병호가 미네소타와 계약을 맺었다는 말을 들은지 2주가 됐는데도 놀라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네소타 팬으로서 파워히터가 라인업에 들어온다는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한국인 선수라는 점. 그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돼 자란 사람으로서 한국인이 미네소타 유니폼을 입는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이는 내가 개인적으로 주문하지 않고도 'Park'이라고 써있는 미네소타 유니폼을 살 수 있다는 말"이라고 기쁨을 드러냈다.

니콜라스는 "한국계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가 쉬운 것은 아니었다. 나의 양부모는 한국 문화 체험 캠프에 나를 보냈지만 나와 비슷한 수백 명의 입양아들은 우리가 한국인인지, 미국인인지, 둘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하는지에 항상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고 자신을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 가서 나의 친엄마를 만났을 때 나는 처음으로 '우리의 피'가 우리를 묶어준다는 것을 느꼈다. 미네소타의 슈퍼 팬으로서 당신이 미네소타에 오는 것은 야구를 떠나 우리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우리 팀에서 야구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제레미 린이 중국계 미국인들을 하나로 만든 것과 똑같다"고 전했다.
그는 박병호에게 "20만 명의 입양된 한국인들과 당신의 케이스는 다르지만 이제 미국에서 함께 생활하는 것은 비슷하다. 우리는 당신을 언제나 응원할 것이다. 미네소타에 오는 것을 정말 환영한다"며 미네소타에서 한국 음식점, 한국식 댄스 동아리, 한국식 노래방을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까지 자세히 설명했다.
17일 애리조나주 넥센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박병호는 "그분이 쓴 편지를 기사를 통해 봤다"며 "한국계 미국인이지만 저를 벌써부터 응원해주시는 것이 감사하다. 미네소타에 갔을 때도 유학생 등 다섯 분 정도가 저를 응원하기 위해 나오셨는데 그분들께도 감사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박병호의 미네소타 진출은 야구 뿐 아니라 미네소타에, 미국에 있는 한국계 미국인, 재미교포, 유학생들에게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의 야구팬들 뿐 아니라, 그가 미국에서 뛰는 것을 반기고 자랑스러워하며 자신들의 뿌리를 찾는 팬들이 있어 박병호의 메이저리그행이 더욱 특별해졌다. /autumnbb@osen.co.kr
[사진] 서프라이즈(애리조나)=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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