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대포’ SK 고메즈, 유격수 실험 시작?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2.08 06: 45

첫 홈런-안정된 수비, 강인한 인상
모두 유격수 출전, SK 내야 경쟁 본격화
SK 새 외국인 선수 헥터 고메즈(28)의 시작이 가볍다. 자체 연습 경기에서는 대포도 터뜨리며 시선을 한 몸에 모았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포지션이다. 고메즈의 다방면 활용을 검토하고 있는 SK 코칭스태프의 전략도 시동을 걸었다.

고메즈는 7일(이하 한국시간) 미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의 히스토릭 다저타운에서 열린 이번 전지훈련 첫 자체 연습 경기에서 홈런포를 신고했다. 백팀 3번 타자로 출전한 고메즈는 1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홍팀 선발 문승원의 2구째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훌쩍 넘겼다. 고메즈는 이는 세 타석에 모두 방망이 중심에 맞힌 날카로운 타구를 뿜어냈다.
아직 선수들의 컨디션이 100%는 아닌 만큼 첫 홈런에 그렇게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고메즈 또한 대수롭지 않은 반응이었다. 고메즈는 “첫 경기라 여러 투수들의 공을 오래 보려고 노력했다. 상황에 맞는 플레이를 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첫 경기 소감을 전했다. 오히려 홈런보다 더 중요한 지점은 고메즈의 수비 포지션이었다.
고메즈는 이날 백팀의 선발 유격수로 출전했다. 백팀의 선발 2루수는 김성현이었다. 김성현은 지난해 SK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다. 전반기 활약이 다소 아쉽기는 했지만 후반기에는 공·수 모두에서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올해도 가장 강력한 주전 유격수 후보다. 때문에 고메즈가 영입될 당시까지만 해도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2루에 투입될 가능성을 높게 봤다. 하지만 고메즈의 첫 출전 포지션은 유격수였다. 고메즈는 8일 열린 두 번째 연습경기에서도 유격수로 나섰다.
누가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기는 이른 단계다. 그러나 고메즈를 다방면에서 활용하고자 하는 벤치의 의중은 읽을 수 있다. 고메즈는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유격수가 자신의 포지션이었다. 수비 범위가 넓고 어깨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용희 SK 감독도 “캠프에서 수비를 지켜보고 포지션을 최종 결정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런 고메즈가 두 번의 연습경기에서 모두 유격수로 나선 것은 수비에서 나름대로 합격점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김용희 감독은 첫 경기 후 고메즈에 대해 “수비가 안정됐고, 강한 어깨를 활용하여 어려운 타구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라고 수비적인 측면에서 만족감을 드러내면서 “기본적으로 뛰어난 기량과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나쁘지 않은 첫 평가를 내렸다. 후쿠하라, 박진만 수비 코치도 고메즈의 수비력은 평균 이상이라고 보고 있다.
고메즈의 포지션이 중요한 것은 내야의 연쇄 이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성현이 2루로 간다면 기존 2루 주전을 노리는 선수들과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SK도 내심 ‘고메즈 시프트’를 이용, 기존 선수들의 경쟁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고메즈의 메기 효과가 SK의 내야 체질을 더 강하게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