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 최태웅, 현대캐피탈 잠재력 깨우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2.08 07: 03

“우리 선수들은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가 끝난 뒤 최태웅(40) 현대캐피탈 감독은 팀의 예상보다 부진한 성적을 모두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고비 때마다 무너지는 팀을 제대로 이끌지 못했다는 자책이었다. 그러나 현대캐피탈은 더 잘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 중심에는 팀의 잠재력을 정확히 읽고 이를 깨운 최 감독의 리더십이 있다.
현대캐피탈은 7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 기적 같은 역전승을 따냈다. 5세트 11-14로 뒤진 상황에서 경기를 뒤집었다. 사실 이전에 따낸 2·4세트도 모두 역전승이었다. 팀 주장인 문성민과 신영석은 경기 후 자신들도 믿을 수 없는 역전승이라고 했다. 현대캐피탈은 이 승리에 힘입어 올 시즌 남자부 최다 연승인 11연승을 질주함과 동시에 선두 OK저축은행과의 승점차를 5점으로 좁혔다.

선수들도 잘했지만 최 감독의 카리스마, 그리고 지략이 만들어낸 승리였다.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연승 후유증인지 이날 몸이 유난히 무거웠다. 외국인 선수 오레올을 제외하면 나머지 선수들의 팀 공헌도가 떨어졌다. 여기에 리시브 라인이 흔들리면서 한국전력의 신바람을 쳐다만 볼 수밖에 없었다. 선수들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떨어졌다. 경기 후 문성민도 “상대는 다 이겼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도 솔직히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은 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 때마다 강한 카리스마로 선수들의 어깨를 다독인 것이 최 감독이었다. 신영석은 경기 후 “감독님께서 ‘우리는 10연승 팀이다’라는 이야기를 하셨다. 그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라고 말했다. 10연승은 단순히 운으로 달성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니다. 10연승을 기록할 정도로 좋은 경기력과 전력을 가진 팀이니, 자신들을 믿고 경기를 하면 된다는 최 감독의 강한 포효였다. 선수들도 그 후 자신감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믿기 어려운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마지막 순간에는 지략도 빛났다. 최 감독은 12-14에서 신영석에게 “중앙 속공과 중앙 후위 공격만 신경을 써라”라고 지시했다. 신영석은 “확실한 지시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상대 주 공격수들인 얀 스토크와 전광인이 모두 후위에 있다는 점, 그리고 상대 세터 강민웅이 중요한 순간 속공을 쓴다는 점은 최 감독의 태블릿 PC에 모두 저장되어 있었다.
지략은 보기 좋게 맞아 떨어지며 역전승의 발판이 됐다. 신영석은 중앙 속공 2개를 연거푸 잡아내며 경기를 듀스로 이끌었다. 그리고 14-14에서 문성민은 전광인의 중앙 후위공격을 또 떨어뜨렸다. “모든 것은 내가 책임진다”라는 최 감독의 지시를 선수들이 훌륭히 따른 결과였다. 최 감독은 경기 후 “사실상 진 경기다. 운이 좋았다”라고 겸손해 했지만 현역 시절의 배짱은 양복을 입은 지금에도 그대로 살아있었다.
선수들을 강하게 독려할 수 있는 가슴이 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냉철하게 상대를 읽을 수 있는 머리도 있다. 초보감독이라고 보기 어려운 노련함을 갖추고 있는 최 감독은 어느덧 현대캐피탈의 가장 큰 자산으로 거듭나고 있다. 11연승의 파죽지세를 탄 현대캐피탈과 최 감독은 이제 9일 천안에서 OK저축은행과 올 시즌 남자부 선두권 판도를 가를 중대한 일전을 벌인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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