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호스’ 한국전력, 상위권 감전시킬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2.08 07: 12

비록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떨어졌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돋보인다. 갈 길 바쁜 상위권 팀들로서는 경계대상 1호다. 최근 뚜렷한 경기력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는 한국전력의 감전 주의보가 리그를 긴장시키고 있다.
한국전력은 7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NH농협 V-리그’ 남자부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서 주축 선수들의 고른 활약을 앞세워 분전했다. 사실 승리 직전까지 갔다. 5세트 14-11까지 앞섰다. 비록 마지막 순간 통한의 1점을 내지 못하고 주저앉았으나 경기력은 모두가 인정했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사실상 우리가 진 경기였다”라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도 “선수들이 잘했는데 경기를 져서 아쉽다”고 말했다.
올 시즌 현대캐피탈은 토털배구로 압축되는 ‘스피드 배구’로 V-리그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이날 더 빛난 것은 한국전력의 전광석화 공격이었다. 엄청난 기세로 신바람을 낸 한국전력에 파죽지세 연승 행진을 펼치고 있던 현대캐피탈도 크게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이기기는 했으나 승점 1점을 잃었다. OK저축은행과 선두 싸움을 벌이고 있는 현대캐피탈로서는 어쨌든 한국전력가 설치한 지뢰에 조금이나마 타격을 받은 셈이 됐다.

대한항공과의 트레이드로 세터 전광인과 센터 전진용을 얻은 한국전력은 그 후 경기력이 뚜렷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강호들과의 승부에서도 대등한 경기를 펼치거나 오히려 강호들의 발목을 잡는 경기가 자주 나온다. 1월 11일 리그 선두 OK저축은행과의 승리를 거뒀고 1월 27일에는 대한항공, 2월 1일에는 삼성화재를 차례로 잡았다. 그리고 이날 올 시즌 상대전적에서 1승3패로 밀렸던 현대캐피탈의 승점 1점을 가져왔다.
세터의 토스 난조로 흔들렸던 한국전력은 강민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날 비록 마지막 순간 실패하기는 했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토스를 구사하는 강민웅의 토스워크에 공격수들이 덩달아 살아나고 있다. 주포인 외국인 선수 얀 스토크의 경우는 강민웅의 토스를 더 편하게 생각한다는 것이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의 귀띔. 여기에 전진용이 중앙에서 또 하나의 공격 옵션으로 거듭났고, 전광인 서재덕 방신봉 등 주축 선수들이 덩달아 살아나며 무시 못할 전력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이날도 오히려 더 빠른 배구로 상대를 곤혹스럽게 만든 것은 한국전력이었다. 1세트부터 주축들이 펄펄 날았다. 왼쪽이면 왼쪽, 오른쪽이면 오른쪽, 중앙이면 중앙 모두 호조를 보였다. 기본적인 공격 옵션은 물론 시간차와 중앙 파이프 공격까지 예측하기 어려운 공격 패턴이 계속 이어졌다. 현대캐피탈 블로커들이 표적을 잡지 못하고 고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한국전력이 가진 기본 전력이 만만치 않음을 실감할 수 있었던 한 판이었다.
이날 한국전력은 얀 스토크가 22점, 전광인이 26점을 올린 것을 비롯해 서재덕이 13점, 전진용이 13점, 방신봉이 11점을 올리며 세터 강민웅와 리베로를 제외한 나머지 주전 선수들이 모두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외국인 선수들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최근 V-리그 흐름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여기에 높이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비록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떨어진 상태지만 다음 시즌에 대한 희망을 엿보고 있는 한국전력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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