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남원의 연예산책]'시그널' 김혜수 인생연기, 이대로 끝날순 없다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6.02.08 11: 05

[OSEN=손남원의 연예산책]"남자 여자 가릴거면 수갑 놔야지.." 김혜수 빠진 '시그널'은 단팥 빠진 진빵이나 다름없다. 설마 인생급 연기로 활약중인 여형사 차수현(김혜수 분)이 이대로 드라마에서 빠지는 것일까.
 '시그널'은 처음부터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드라마다. 전개 빠르고 배우들 연기 좋고 연출 뛰어나다. 재미없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 요즘 케이블 tVN이 지상파 TV 드라마를 헐값으로 만드는 배경이다. '응답하라 1988' 신드롬이 끝나자마자 '시그널'로 금토 저녁 시간대 안방극장을 흔들고 있다.
그런 '시그널'이 6일 방송분에서 대형 사고를 쳤다. 여주인공 김혜수가 사망한 것이다. 아직 드라마는 한창 달리는 중인데 인기 절정인 여주인공을 죽이다니. 막장으로 유명한 임성한 드라마에서도 감히 시도하기 어려운 전개다. 과연 김혜수는 드라마 종영까지 이대로 죽은 목숨일까.

물론 김혜수 부활의 실마리는 보이고 있다. 과거의 형사 이재한(조진웅 분)이 오늘의 형사 김혜수를 다시 살리기 위해 목숨 걸고 나섰으니 이제 시청자는 그의 활약을 기대할 뿐이다.
그렇다면 김혜수는 과연 누구인가. 외모만 봐서는 절대 모른다. 살짝 엿보이는 눈웃음은 10대 소녀의 상큼함을 풍긴다.
그런 김혜수가 올해 벌써 40대 중반이다. 10대에 데뷔해서 바로 스타덤에 올랐으니 벌써 30년 가까이 정상의 자리를 지키는 중이다. 이미연 대신에 김혜수를 시대의 아이콘으로 찍는다면 '응팔'이 아니라 '응육'이 나와야 마땅하다. 1986년 영화 '깜보'로 혜성처럼 충무로에 등장한 그녀는 여전히 반짝반짝 빛을 내며 밤하늘을 지나가고 있다.
미녀스타의 주기가 길게는 5년, 짧게는 1~2년  단위로 바뀌는 요즘 세상에서 그 긴 세월을 한결같이 '건강미인' '글래머 스타' '섹시 여배우'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중인 사실은 먼 훗날 연예계 전설로 꼽힐만 하다. 그레타 가르보와 마리네 디트리히가 그랬던 것처럼.
 
그런 김혜수의 시계가 다시 한 번 거꾸로 흐르고 있다. 이번 '시그널'을 통해서다. 선배 형사 이재한을 사모하는 수줍은 신입 순경부터 건방진(?) 후배 박해영 프로파일러(이제훈 분)를 윽박지르는 고참 강력반 경위까지,차고 뛰고 뒹구는 여형하 차수현은 멋지고 아름답다.
'시그널'을 통해 김혜수는 자신의 연기 인생에서 새로운 이미지 하나를 추가했다. 지적이고 세련된 여전사를 탄생시킨 것이다. ‘시그널’은 과거와 현재의 형사들이 미스테리한 무선 연결로 장기 미제 연쇄살인마를 잡으려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김혜수는 지금 시대를 사는 차수현 형사로 출연, 부패한 경찰 내부의 방해를 뚫고 고군분투하는 중이다. 경찰 내부의 썩은 정치로 인해 보이지 않는 방해 속에서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분투하는 연기를 하고 있다.
낮게 깔리는 목소리 속 무겁고 예리한 눈빛, 표정 하나 만으로 스릴러의 묘미를 배가시키는 김혜수 분 차수현 형사는 시청자의 혼을 빼놓는 중이다. tVN이 전작 '응팔'에 이어 '시그널'로 금토 프라임타임 드라마의 전성기를 활짝 연 일등 공신이 바로 김혜수다.
 
이제 40대 중반, 서정주의 시 속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은' 김혜수는 농익은 연기력과 내공, 그리고 더 성숙해진 아름다움으로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단순히 미모와 몸매에만 의지했다면 배우 김혜수의 생명력은 짧고 약했을 게 확실하다. 하지만 그의 연기력은 애플 아이폰의 뛰어난 하드웨어를 지배하는 더 강력한 소프트웨어처럼 한 걸음 앞서서 진화한 게 사실이다.
[엔터테인먼트 국장]mcgwire@osen.co.kr
<사진> '시그널'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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