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휴도 없다, 노력하는 아나운서 오효주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02.09 06: 01

설 연휴도 없이 사무실에서 방송 준비
스포츠 현장에 오래 남는 것이 꿈
 요즘 KBSN 오효주 아나운서(24)의 일상을 한 마디로 이야기하자면 바쁘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 시즌이 한창인 배구는 물론 축구, 야구까지 넘나들고 있어 설 연휴도 없다.

배구장에 나오는 것 외에도 스페인 프로축구 프로그램인 ‘라리가 쇼’를 진행하고 있고, KBO리그 스프링캠프 출장까지 앞두고 있다. 근황을 묻는 질문에는 “배구는 풀타임으로 한 시즌 해봐서 아주 조금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에는 전 경기를 다 보면서 정리했지만 지금은 경기 전날 자료를 조사하는 정도다. 대신 라리가에 시간을 많이 투자했고 요즘에는 야구 전지훈련 준비도 많이 하고 있다”고 답했다.
‘준비의 아이콘’이라 칭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자료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방송에서도 티가 난다”는 오 아나운서는 “그래서 거의 주 6일은 일을 하는 것 같다. 쉬는 날에도 가끔 사무실에 나간다. 집에 컴퓨터도 없어서 사무실에서 자료를 뽑아가면서 공부하는 게 편하다. 가끔은 쉬는 날에 사무실 나온다고 혼나기도 한다”며 웃었다. 스스로도 주저하지 않고 연신 ‘오타쿠’ 같다고 했다.
거짓말이 아니었다는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설날이었던 지난 8일에 기사에 쓸 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사진을 부탁하자 오 아나운서는 마침 사무실에서 자료를 준비하고 있었다며 곧바로 사진들을 보내왔다. 새해 첫 날부터 자정을 넘긴 뒤에야 방송 준비가 끝났다. 연휴는커녕 하루라도 쉬긴 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고민을 거듭한 결과 초년생 시절과 비교하면 노력의 방향도 달라졌다. 이제는 인터뷰이의 감정까지 미리 헤아리기 위해 더 많은 상황을 머릿속에 그린다. “자료를 조사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경기 당일에 선수나 감독의 입장이 되어보려고 노력한다. 어떤 기분일지를 생각하고 질문하기 위해 혼자서 많이 상상해보고, 공감해보려고 한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시행착오를 깨달은 것이 변화의 시작이었다. 오 아나운서는 “예전엔 내가 공부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기록 이야기도 많이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건 팬들이 원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선수들이 어떤 기분인지를 알고 싶어 할 것 같다는 결론이 났고, 한 순간의 계기를 통해 그걸 느꼈다”고 말했다. 지금 떠올리면 부끄러운 부분일 수도 있지만 숨기지 않을 만큼 솔직했다.
프리메라리가 현장엔 가지 않지만, 현장감 있는 분위기 전달을 위해 기울이는 노력은 똑같다. “리그 흐름만 파악하는 것만으론 부족해서 구단 역사 공부도 많이 한다. 기사나 기록지도 많이 보고, 오늘의 경기가 갖는 의미를 최대한 알려고 한다. 예를 들어 비겨도 만족스러울 경기라면 결과에 따른 선수들의 심리를 알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
오 아나운서는 인터뷰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선수에게 미안한 감정이 가장 앞선다고. 그는 “선수들의 기분을 많이 파악하려고 한다. 난 선수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팬들에게 전달해줘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자신이 던지고 싶은 질문보다 시청자들이 듣고 싶을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여자 스포츠 아나운서들의 활동 기간이 대체로 긴 편이 아니다 보니 장래에 대한 고민도 없을 수가 없는데, 그건 오 아나운서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스포츠에 뜻을 두고 있다는 것 하나만큼은 분명하다. 그는 “최근에는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면서도 “꼭 방송을 통해서만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해볼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지금은 방송을 오래 하고 싶다는 생각보다 스포츠 현장에 오래 있고 싶다는 생각이 더 크다”고 이야기했다.
반 농담으로 기자가 되고 싶은 것이냐고 묻자 “기자도 될 수 있고, 어떤 협회나 구단의 직원이 될 수도 있는 것 같다. 만약 언젠가 회사를 나가게 된다면 다른 방송사보다는 현장에 남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게 될 것 같다”고 진지하게 답해 또 한 번 놀라움을 줬다. 어떻게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됐냐는 질문에는 “그냥 스포츠가 좋다”고 했다. 남의 도움 없이 직접 준비한 방대한 양의 자료를 봤을 땐, 그런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nick@osen.co.kr
[사진] 오효주 아나운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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