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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토크] '타격 장인'박용택, 4할 출루율 만족못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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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에는 정답 없어...그래서 항상 연구하고 연습해야”
“지난해 가야할 길 찾았다. 올해 더 나은 시즌 자신”

[OSEN=글렌데일(애리조나), 윤세호 기자] 박용택(37, LG 트윈스)에게 만족은 없다. 1번 타자로 4할이 훌쩍 넘은 출루율을 기록해도, 실패한 6할을 바라본다. 지난해 개인 최다타점을 올리고 최다홈런 타이를 달성하고도 그랬다. 2015시즌 막바지 박용택은 “팀 성적이 안 좋으면 개인 성적은 의미가 없다”며 20홈런을 눈앞에 두고 배트를 내려놓았다.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간) 박용택은 14년의 프로생활을 돌아보며 개막전과 앞으로의 목표를 이야기했다.

먼저 롤러코스터와 같았던 2015 시즌부터 회상했다. 박용택은 초반 독감에 시달려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타격 슬럼프도 겪었다. 시즌 막바지에는 상대 투수의 강속구가 머리를 강타, 의도치 않게 시즌을 마쳤다. 철저한 자기관리로 부상·기복 같은 단어와는 거리가 멀었던 박용택에게 불운이 겹쳤다.

수확도 있었다. 시즌 중반 과감하게 타격폼을 수정한 게 대성공을 낳았다. 기록만 봐도 엄청나다. 후반기 53경기에서 타율 3할8푼1리 7홈런 41타점 OPS 0.955(출루율 0.410·장타율 0.545)를 찍었다. 원정숙소 TV에서 우연치 않게 양준혁의 타격을 본 게 박용택에게 새로운 자극을 줬다. 작은 발견이 혁명으로 이어진 것이다.

“작년에 참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다 지난 일이다. 힘든 시즌이었지만, 희망도 봤다. 무엇보다 한 손을 놓으면서 타격한 게 정말 큰 도움이 됐다. 마침내 앞으로 가야할 길을 찾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타격에 정확한 방향이 생겼다. 임팩트 순간 왼손을 놓으면서 히팅포인트가 크고, 타구의 질도 원하는 대로 이뤄지고 있다. 물론 두 손을 다 쓰는 게 멀리치는 데에는 유리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타격은 멀리치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다. 타구의 질이 중요하다. 얼마나 많이 강한 타구를 만들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박용택은 출루귀신으로 활약했다. 그야말로 쉬지 않고 1루 베이스를 밟았다. 2013시즌과 2014시즌 1번 타자로 511타석을 소화하며 출루율 4할2푼7리를 기록했다. 2014시즌에는 출루율 4할3푼으로 이 부문 리그 6위에 올랐다. 그런데 박용택은 이를 ‘실패’로 정의했다. 출루율 4할 타자가 됐지만, 타구질에 아쉬움을 전했다. 

“그동안 원치 않은 땅볼이 많이 나온 게 큰 고민이었다. 때문에 2014시즌 출루율 4할3푼을 기록했지만 전혀 기쁘지 않았다. 당시 내가 라그에서 2루 땅볼이 제일 많았다. 원바운드나 투바운드로 야수에게 잡히는 기분 나쁜 타구가 계속됐다. 돌아보니 두 손을 쓰면서 나도 모르게 힘을 많이 줬다. 정말 치기 쉬운 공에 힘이 너무 들어가면서 스윙 궤적이 짧아지고 지나치게 우측으로 향하는 타구들이 나왔다.”

타격폼 수정을 통해 KBO리그 통산 최다안타를 친 양준혁을 한 번 더 보게 됐다고 했다. 시대를 앞서간 사람들을 꾸준히 참고하고 공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준혁 선배는 당시 아무도 하지 않았던 타격을 했다. 직접 한 손을 놓고 쳐보니까 양준혁 선배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확실히 알겠더라. 90년대 양준혁 선배는 아주 쉽게 투수를 상대했을 것이다. 면을 크게 가져가면서도 원하는 방향으로 타구를 날리던 비결이 한 손을 놓는 타격폼에 있었다. 그 때 투수들은 구종도 지금보다 훨씬 적었다. 장효조 선배님도 그렇다. 장효조 선배님의 타격도 당시 다른 타자들과 차원이 달랐다. 모두가 찍어 내리는 스윙을 할 때 장효조 선배님은 면을 강조했다. 요즘 흔히 말하는 레벨 스윙의 시초다. 잘 하는 사람은 다 이유가 있다. 그래서 계속보고 공부해야 한다.”

박용택에게 야구는 직업이자 취미다. 틈날 때마다 특급 타자들의 타격 영상을 보고 연구한다. 편식은 없다. 메이저리그부터 일본프로야구와 KBO리그까지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고 찾아본다. 베리 본즈와 같은 선수들이 경기 전 어떤 연습을 하는지도 유심히 체크한다. 시작은 2007년이었다. 김용달 타격 코치와의 만남이 모든 것의 시초가 됐다. 

“김용달 코치님과 함께 한 게 내 야구인생을 바꿨다. 만일 그 때 김용달 코치님과 싸우고 토론하지 않았다면, 나는 그저 그런 선수로 남았을 것이다. 김무관 코치님과도 함께 하면서 타격이 얼마나 어려우면서도 재미있는지 계속 알게 됐다. 나는 타격 이야기할 때가 가장 즐겁다. 두 코치님을 만나면서 연구하고 공부하는 게 습관이 됐다. 타격에는 정답도 없고 완벽도 없다. 일단 사람마다 신체가 다르다. 작은 관절의 미세한 움직임 하나가 타격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 때문에 모든 타자에게 통용되는 정확한 타격폼은 없다고 생각한다. 각자 신체조건에 맞는, 각자 다른 타격폼이 있을 뿐이다. 완벽한 타자 또한 존재하기 힘들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4할 80홈런을 치거나, 전성기 베리 본즈처럼 하는 선수가 나오면 완벽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박용택은 앞으로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많다. 평생 배트와 함께 할 것을 강조하며 메이저리그 대타자들과 타격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그렸다. 특히 어린 시절 우상이었던 켄 그리피 주니어에게 자신의 타격이론을 확인해보고 싶다고 웃었다.

“언젠가 은퇴를 할 것이다. 은퇴 후에는 타격과 관련된 일을 하지 않을까 싶다. 미국에는 타격 아카데미 같은 것도 많더라. 기회가 주어지고 영어가 잘 되면 메이저리그 타자들과 속 시원하게 타격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요즘 메이저리그에서 잘 나가는 브라이스 하퍼와 마이크 트라웃을 볼 때마나 정말 감탄한다. 저런 세계도 있다는 것에 놀라곤 한다. 메이저리그는 대단할 수밖에 없다. 선수를 만들려 하지 않아도 알아서 선수들이 나온다. 우리 팀 히메네스만 봐도 그렇다. 참 좋은 재능을 갖고 있는데 미국에선 굳이 키우려고 하지 않는다. 더 뛰어난 선수들이 나오니까. 가능하다면 언젠가 켄 그리피 주니어와 꼭 한 번 타격 이야기를 하겠다. 우리 시절 농구 선수들이 마이클 조던을 존경했듯, 야구 선수들은 켄 그리피 주니어를 존경했다. 나 또한 그랬다. 타격 장갑도 항상 켄 그리피 주니어 마크가 있는 것을 썼다. 켄 그리피 주니어에게 내가 생각하는 타격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그 외에 또 다른 경지가 있는 것인지 정말 물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박용택은 2016시즌을 응시했다. 타격 폼을 바꾸고 좋은 기록을 남긴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새로운 시즌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록에 욕심을 내지 않은 것 또한 더 나은 시즌을 만들 자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미 박용택의 머릿속에는 4월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한화와의 개막전이 자리하고 있었다. 

“작년에 목표로 삼았던 개인기록은 대부분 달성했다. 하지만 팀 성적이 나빴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개인성적에 욕심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팀 성적이 안 좋으면 개인 성적은 의미가 없다. 그래서 2016년 준비에 집중하기로 했다. 한 손을 놓는 타격에 좀 더 익숙해진다면, 진짜 괜찮은 기록이 나올 것 같다. 물론 타격에 완벽은 없다. 그래서 타격이 참 재미있다. 2016시즌은 시작부터 기대된다. 로저스가 나올 확률이 높지 않나. 한 손을 놓는 타격에 확신을 갖게 된 시점도 로저스의 떨어지는 공을 홈런으로 연결했을 때였다. 개인적으로 로저스처럼 공이 빠르고 정면승부를 펼치는 투수들을 좋아하기도 한다. 이런 투수들과 개막전에서 만나는 게 시즌 초반 좋게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그만큼 철저하게 시즌을 준비하니까. 올해 지난해보다 더 나은 시즌을 만들 자신이 있다.” 

박용택은 기자와 오랫동안 인터뷰를 하면서도 배트를 놓지 않았다. 개막전과 로저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기대 가득한 웃음을 지었다. 박용택은 지난해 로저스를 상대로 8타수 5안타(타율 0.625) 1홈런을 기록한 바 있다. 박용택은 인터뷰가 끝나고 점심식사를 하러 가면서도 배트를 휘둘렀다. 우연한 발견이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을 알기에 박용택의 타격을 향한 열정은 매일 더 뜨겁다.  /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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