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캠프 토크] 유희관 “난 여전히 편견과 싸우는 투수”

  • 이메일
  • 트위터
  • 페이스북
  • 페이스북

편견 이겨낸 3년, 아직도 편견과 싸워

2016 목표는 신뢰 받는 투수 되기

[OSEN=시드니(호주), 조인식 기자] “공이 낮게 깔려서 ‘팍’ 하고 들어온다. 올해 일을 낼 것 같다”

김태형 감독이 유희관(30, 두산 베어스)의 공을 칭찬했다. 너무 낮게 날아가 마치 땅에 박힐 듯 보이다가 그 높이 그대로 포수 미트에 꽂힌다. 구속은 느리지만 타자들에게는 스피드건에 찍히는 숫자 이상의 위협이다. 지난 3년간 보여준 모습 그 이상일지 모른다는 기대도 있다.

유희관 스스로도 “올해 컨디션이나 밸런스가 좀 좋은 것 같다. 살도 빼면서 밸런스가 좋아진 점이 있고,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힘이 좋아진 것도 있다. 차츰 페이스를 올리는 시기다. 좋다고 해서 자만할 수도, 나쁘다고 해서 좌절할 수도 없는 시기다”라며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해낸 그는 지금껏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편견들을 물리쳤다. 상무 제대 후 혜성같이 등장했던 2013년, 공이 느려서 반짝 돌풍에 그칠 것이라 했지만 10승을 따냈다. 이듬해엔 많은 이들이 2년차 징크스를 예상했지만 12승과 함께 토종 최다이닝 투수가 됐다.

그럼에도 물음표를 떨치지 못한 이들에게 유희관은 18승이라는 결과를 보여줬다. 아직도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는 그런 시선마저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편견을 많이 깨왔지만, 여전히 편견과 싸우는 선수가 나라고 생각한다. 묵묵히 내 갈 길을 가야 한다”고 말할 때는 평소의 유쾌한 모습과 사뭇 달랐다.

논란이 된 것 중 하나인 체중. 전형적인 운동선수의 체형과는 거리가 있는 모습으로 인해 비난도 받았지만, 그는 그런 비난들을 도약의 계기로 활용했다. “일본 캠프에 가서도 초반까지 살을 많이 뺄 것이다. 자기관리는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기사로 살 얘기가 많이 나오는 것은 좋지 않지만, 나를 다잡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다시 한 번 편견과 맞서기 위해 선택한 것은 투구 자체보다 투구를 돕는 운동이다. 그는 “공을 던지는 것 외에도 러닝이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하려고 한다. 공은 느리지만 감각이나 밸런스는 다른 선수보다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공 던지는 감각이 좀 더 빨리 올라온다. 지금은 밸런스를 비롯한 공 던지는 것 외적인 운동에 주력하려고 한다”고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솔직히 18승을 다시 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잠시 엄살을 피우기도 한 그는 “선발 로테이션에 대한 욕심은 있고, 최다이닝도 하고 싶다. 내가 던진다고 해서 꼭 이기는 것은 아니지만, 자리를 지키지 못하면 불펜 체력소모가 커지기 때문에 선발투수로서 잘 하고 싶다. 선발로서 최소한의 목표는 지키려 한다”고 덧붙였다. 숫자로 표현하는 목표를 실현하기보단 팀에 도움이 되겠다는 자세다.

그만큼 정신적으로도 더욱 성숙했다. 그는 “승부욕이 강한 편이라 그라운드에서 보이면 안 되는 행동도 한 적이 있었다. 독단적인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야수들이 호수비도 해주고, 점수도 뽑아줬기 때문에 야수들의 고마움을 많이 느꼈다”고 회상했다.

2016 시즌 진짜 목표는 ‘동료들에게 신뢰받는 투수’가 되는 것이다. 그는 “이제 나이도 좀 들었기 때문에 야수들을 아우를 수 있는 투수가 되고 싶다. 같은 팀이지만 유희관이 올라오면 편하게 경기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고 싶다”는 말로 진심을 표현했다. 내실을 다진 유희관이 깰수록 늘어나는 편견의 벽들을 다시 한 번 넘는다면 이제는 뛰어난 투수를 넘어 대투수로 가는 길목에도 접어들 수 있다. /nick@osen.co.kr

[사진] 두산 베어스 제공.

OSEN 포토 슬라이드
슬라이드 이전 슬라이드 다음

OSEN 포토 샷!

    Oh! 모션

    OSEN 핫!!!
      새영화
      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