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VS 알파고] "5국 흑돌로 이기고파"...이세돌의 자신감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6.03.13 19: 11

"흑으로 이기는 것이 더 값어치가 있다."
'인공지능'을 상대로 역사적인 1승을 거둔 '인간' 이세돌 9단이 특유의 승부근성으로 주변을 놀라게 했다.
이세돌 9단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알파고를 상대로 한 제 4국에서 180수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전날 3국에서 불계패, 3연패로 알파고에 우승을 내줬던 이 9단이었다. 하지만 이날 1승을 거두면서 자신의 명예 회복은 물론 인공지능을 상대로 한 인류에 남을 역사적인 1승까지 올렸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찜찜한 구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 9단은 백돌을 잡고 승리했다. 이번 대회 대국 룰은 백을 잡은 기사에게 덤 7.5집을 주는 중국 바둑 규칙을 적용했다. 그런 만큼 이 9단은 흑의 알파고보다 다소 유리한 면이 있었다. 
이것이 마음에 걸린 탓일까. 이 9단은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서 3연패 충격은 없었는지, 남은 경기에 대한 자신감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오는 15일 펼쳐질 제 5국에서 흑돌을 잡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이 9단은 "충격이 아예 없었다는 말은 못하겠다. 그렇지만 경기를 중단할 정도는 아니었다"면서 "결과가 좋지 않아 스트레스가 쌓이긴 했지만 그 정도까지 내상을 입을 정도는 아니다. 어쨌든 오늘 이겨서 스트레스를 많이 날렸다"고 밝혔다.
이어 이 9단은 다시 마이크를 잡은 후 "한가지 요청할 것이다. 오늘은 백으로 이겼기 때문에 모레 있을 5국에서는 흑으로 두고 싶다"면서 "흑으로 이기는 게 더 값어치가 있다. 돌가리를 내가 흑으로 정하면 어떤지 통역해달라"고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에 살짝 도발적인 요청에 나섰다.
이 9단의 갑작스런 요청에 하사비스 CEO와 데이빗 실버 팀 리더는 잠깐 상의를 통해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 9단은 경기 후 인터뷰장에 들어설 때 내외신 기자들의 뜨거운 박수 갈채를 받았다. 그러자 "감사하다. 간만에 이겼는데 이렇게 축하받기는 처음"이라고 활짝 웃어보였다. 이어 이 9단은 "이번 대회를 하기 전에 5-0, 4-1로 이기겠다고 한 말을 기억이 난다. 만약 3연승을 하고 오늘 1패를 했다면 정말 아프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3패를 당하고 1승을 하니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 이 1승은 앞으로도 그 어떤 것과도 바꾸지 않을 값어치가 있는 1승"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 이 9단은 "알파고는 2가지 약점이 있는 것 같다. 우선 기본적으로 백보다는 흑을 힘들어하는 것 같다. 그리고 자기가 생각하지 못했던 수가 나오면 일종의 버그 형태로 진행되는 것 같다. 미처 몰랐던 수가 나오면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마지막 대국인 제 5국은 하루를 쉬고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다. /letmeout@osen.co.kr
[사진] 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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