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올뉴 알티마’의 세 마리 토끼잡는 법, “한 마리씩 잡으면 되지”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6.04.22 10: 46

한국닛산은 최근 5세대(2012년 론칭) ‘알티마’의 부분 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 ‘올 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풀 체인지가 아닌, 마이너 체인지에서는 잘 쓰지 않는 명명법이다. 그런데도 그러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그들은 ‘올뉴 알티마’를 두고 ‘빅 마이너 체인지’라고 표현했다. 풀체인지에 버금가는 부분변경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게다. 
과연 그랬다. 편안하고 연료 효율성 좋은 컴포트 세단이었던 알티마가 ‘역동적’인 다이내믹 세단으로 변해 있었다. 엔진과 변속기에 변화를 줘 차의 성격을 바꿔놓았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성격이 달라진 차는 ‘올뉴’가 맞고 시승자에게도 그 표현이 억지스럽지 않았다.  아마다 마사히데 닛산 알티마 상품 개발총괄이 출시 행사에서 “완전히 새로운 차급이라 생각해 달라. 완전히 새로운 개발이라 생각해 달라”고 거듭 강조한 이유가 납득이 갔다. 

21일, 강원도 홍천에 있는 소노펠리체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팔봉산 관광지를 지나는 70번 국도, 남춘천IC에서 설악IC로 가는 서울춘천고속도로, 중미산 고갯길을 넘는 37번 국도를 탔다. 70번 국도는 군데군데 과속방지턱이 있는 왕복 2차선 도로이고, 37번 국도는 급격한 와인딩코스로 이름 나 있다. 
알티마의 성격을 규정 짓는 핵심적인 요소는 CVT 변속기다. CVT는 변속 충격이 적고 연료 효율이 좋은 반면, 역동성은 떨어진다. 일찌감치 CVT의 효율성을 파악하고 오래오래 이 영역에 매달려 온 닛산은 마침내 CVT에 역동성을 부여하는 방법을 찾았다.  
닛산은 개선 된 변속기를 ‘차세대 엑스트로닉 CVT(Next-Generation Xtronic CVT)’라 불렀다. 닛산의 플래그십 스포츠 세단 ‘맥시마’에 적용 됐던 그 시스템이다. 이 변속기에는 D스텝(D-Step)이라는 원리가 들어가 있는데 ‘스텝식으로 변속 패턴을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CVT의 변속 패턴은 기본적으로 아날로그형(곡선형)이다. 운전자가 변속 충격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인데 차세대 엑스트로닉 CVT에는 인위적으로 디지털형(계단형) 변속 패턴을 적용시켰다.
D스텝은 RPM 게이지에서 눈으로 확인 된다. RPM 3000 내외에서 가속 페달을 계속 밟으면 자동변속기의 그것처럼 RPM 게이지가 뚝 떨어졌다 올라가는 패턴을 반복한다. 그리고 그 때마다 추가 가속이 일어나는 움직임이 몸으로 느껴진다. CVT에서 접하는 변속충격, 운전의 재미가 배가 됐다. 
‘올뉴’를 붙일 수 있는 또 하나의 요소는 ‘액티브 언터스티어 컨트롤(Active Under-steer Control)’이다.
알티마는 전륜구동이다. 전륜구동은 그 구조적 특성 때문에 고속 선회시 언더스티어 현상이 일어나게 돼 있다. ‘올뉴 알티마’는 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액티브 언터스티어 컨트롤 시스템을 달았다. 차가 코너링에 진입하게 되면 회전반경의 안쪽 앞 바퀴에 제동을 걸어준다. 언더스티어 현상을 막아주고 회전이 원활하게 이뤄지게 된다.  이 장치는 차체자세제어장치 및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과 연동 돼 있고 닛산 모델 중에서는 ‘올뉴 알티마’에 처음으로 적용 됐다. 
21일 시승일, 홍천 일대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중미산 고갯길을 올라가는 코너구간에서 액티브 언터스티어 컨트롤은 매우 효과적으로 작동했다. 노면이 젖은 급코너도 부드럽게 몸체를 돌렸다. 알티마가 전륜구동이라는 생각도 잊어버리고 과격하게 핸들을 잡아돌렸다.  
디자인 변화는 플래그십 ‘맥시마’에서 받은 충격에 비하면 훨씬 덜하다. 전위적 범주에까지 접근한 ‘맥시마’의 디자인 언어들이 많이 순화 돼 현실감 있게 적용 됐다. 일상적인 패밀리 세단으로도 충분히 감내할 만하다. 전면부 측면부 후면부 디자인이 모두 바뀌었는데, 그 중에서도 전면부는 부메랑 타입의 LED 시그너처 램프, 닛산의 엠블럼이 되다시피 한 V-모션 그릴 등이 적용 돼 딴 얼굴이 됐다.
▲ ‘다운힐 브레이크’ ‘정체구간 엑셀’ ‘과속방지턱 감속’ 없는 ‘3무 주행‘
CVT의 밋밋함을 보완하려는 노력은 알티마의 이전 세대부터 계속 돼 왔다. 이날 시승한 2.5 SL 테크모델(3,480만 원)도 간단한 변속기 조작으로 스포츠 주행을 즐길 수 있었다. 다이내믹 운전을 위해 기어노브에는 두 가지 선택이 가능하도록 했다. 일반적인 드라이빙 모드(D모드)에서 한 단계 더 당기면 ‘Ds 모드’로 운전할 수 있다. RPM과 응답성이 높아져 역동적인 운전이 시작 된다. 
기어노브 좌측 측면에 달려 있는 ‘스포츠 모드 버튼’도 버릴 수 없는 활용성을 갖추고 있다. 이 버튼을 누르면 계기반에는 ‘SPORT’라는 사인이 뜨며, RPM은 3,000~4,000대를 유지한다. 엑셀을 밟는 대로 즉각적으로 차가 반응하지만 대신 엑셀에서 발을 떼면 관성적인 움직임은 없어진다. 내리막길에서 엔진브레이크 역할을 충실히 한다. ‘스포츠 버튼’을 누르고 중미산의 다운힐 코스를 브레이크를 거의 밟지 않고 내려왔다.
추월을 할 수 없는 정체구간이나 고속도로에서 굳이 속도 변화를 주기 싫을 때는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ICC)이 한 몫했다. 앞차와 일정한 간격을 맞춰가며 정해진 속도로 달려가는 동안 운전자의 두 다리는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70번 국도에서는 과속 방지턱이 10여개나 있다. 전방에 나타난 과속방지턱을 보고도 굳이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개선 된 서스펜션 쇼크 업소버는 과속 방지턱과 충돌하거나 튀지 않고 차체가 쓰다듬듯이 타고 넘게 했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변수, ‘시간’
두 마리 토끼 잡이는 불가능한 상황을 표현하는 속담이다. 그런데 ‘시간’의 변수가 작용한다면? 의외로 간단한 답이 나온다. 한 마리씩 잡으면 된다.
닛산은 ‘올뉴 알티마’에서 후자 방식으로 세 마리 토끼 잡이에 나서고 있다. CVT를 고집한 덕에 부드러운 승차감과 연비 효율(올뉴 알티마 2.5 복합연비 13.3km/l, 도심 11.5, 고속도로 16.6)을 처음부터 잡고 갔다.
여기에 D-스텝을 적용해 역동적인 드라이빙도 가능하게 했다. CVT는 기본적으로 부품의 크기가 작고 개수도 적기 때문에 제작단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공격적인 가격정책을 펼 수 있는 기초가 된다. 한국닛산이 수입 중형 세단 최초로 2000만 원대(실상은 2,990만 원) 올뉴 알티마 ‘2.5 SL 스마트’ 트림을 낼 수 있는 것도 이런 데서 기인한다.
5.5세대 ‘올뉴 알티마’까지 오는 데 시간을 걸렸지만 성능, 효율, 가격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다 잡는데 성공한 모델이 됐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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