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서정환의 사자후] FA 양동근·김선형 동시보유를 위한 시나리오 

  • 이메일
  • 트위터
  • 페이스북
  • 페이스북

[OSEN=서정환 기자] 과연 KBL에서 최고가드를 다투는 양동근(35)과 김선형(27)을 한 구단이 동시에 보유하는 일은 제도적으로 가능할까.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비시즌 자유계약선수(Free Agent) 자격을 얻은 44명의 선수명단을 공개했다. 그 중 프로농구 간판스타 양동근, 김선형을 비롯해 오리온 우승에 기여한 문태종, 허일영 등이 포함됐다. 

자유계약제도는 말 그대로 자유로운 선수이적을 통해 각 구단들의 전력평준화를 도모하려는 제도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출혈과 제도적 제약을 모두 극복해야 한다.  

▲ 공신력 없는 포지션 랭킹제 폐지, 효과 있을까?

올 시즌 FA제도에서 반가운 소식이 있다. 바로 포지션 랭킹제도의 폐지다. 종전까지 KBL에 ‘당해년도 포지션랭킹 5위 안에 드는 KBL 선수(가드·포워드)는 또 다른 포지션 5위 이내 (센터는 3위) 선수를 보유하고 있는 타 구단으로 이적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었다. 

쉽게 설명해보자. 2014-2015시즌 KBL 공헌도에 따르면 당시 가드랭킹 1위는 양동근, 2위는 김선형이었다. 그렇다면 두 선수가 비시즌 FA자격을 획득해도 같은 팀에서 뛰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SK가 고액연봉자를 모두 정리하고 샐러리캡을 비워도 김선형을 잡으면 자동으로 양동근은 ‘아웃’이었다. 

포지션랭킹제가 폐지되면서 이제 SK가 마음만 먹으면 두 선수를 동시에 잡는 것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해졌다. 재밌게도 지난 시즌 기준으로 보면 양동근은 여전히 부동의 가드랭킹 1위다. 하지만 김선형은 가드랭킹 6위로 밀렸다. 활약은 좋았지만 불법스포츠도박 징계로 34경기 출전에 그친 탓이다.  

포지션의 경계가 애매모호한 선수들은 ‘포지션 랭킹제도’의 또 다른 피해자가 됐었다. 가드와 포워드를 모두 보는 조성민, 이정현 그리고 포워드와 센터의 경계선에 있는 함지훈이 그런 경우였다. 센터랭킹으로 보면 4등이라 이적에 제한이 없는데, 포워드로 치면 5위에 걸쳐 제한에 걸리는 식이었다. 

포지션랭킹제도의 폐지로 이제 이런 골치 아픈 ‘남 눈치 보기’는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고 선수이적이 자유로워졌느냐? 그건 또 아니다. 

▲ 대어를 잡고 싶어도 출혈이 너무 크다 

SK가 양동근 잡기에 나섰다고 쳐보자. 

KBL 규정에 따르면 ‘전체 보수서열 30위 이내의 자유계약선수와 계약을 체결할 경우 보상선수 1명+자유계약선수 전년 보수의 50% 또는 자유계약선수 전년 보수의 200%를 전 소속구단에 내줘야 한다’ 

양동근은 지난 시즌 보수 6억 7천만 원(연봉 5억 원+인센티브 1억 7천만 원)을 받아 8억 3천만 원의 문태영에 이어 연봉순위 전체 2위에 올랐다. 올 시즌 SK가 양동근을 영입할 경우 보호선수로 지명된 4명을 제외한 선수 중 모비스가 원하는 선수 1명+3억 3500만 원 또는 13억 4천만 원을 모비스에 지급하면 되겠다. 참 쉽다. 

양동근과 김선형이 전 시즌과 같은 연봉을 받는다고 계산할 때 SK가 지출해야 하는 돈은 양동근 연봉 6억 7천만 원+김선형 연봉 4억 2천만 원(인상이 유력하다) + 보상금액 13억 4천만 원 = 총 24억 3천만 원 되시겠다. 이는 전체 샐러리캡(선수연봉 총액 상한선) 23억 원을 상회하는 수치다. 물론 보상금액은 샐러리캡에 포함되지 않는다. SK가 의지만 있다면 제도적으로 둘 다 잡는 것은 가능해졌다. 

제도가 이러니 역설적으로 대형 FA선수를 동시에 두 명 잡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말이다. 재계약이 확실시 되는 선수는 아무리 스타라도 가치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스타들이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가 얼마인지 확실히 인지하지 못한 채 재계약을 맺는다. 

▲ 선수가 팀을 못 고르는데 무슨 FA?

2년 전 FA로 풀렸던 노장선수가 구단과 재계약을 맺은 날 같이 소주잔을 기울인 적이 있다. “선수가 구단을 고르지도 못하는데 무슨 FA예요? 구단에서 자료를 제시하는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더라고요. 에휴, 그냥 주는 대로 받아야죠 뭐.” 

프로농구의 현주소를 신랄하게 풍자한 말이었다. 운동에만 전념한 선수들은 대부분 복잡한 FA제도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아무 생각 없이 협상테이블에 앉았다가 구단이 제시한 자료에 당황해 덜컥 도장 찍고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호기롭게 시장에 나갔다가 이마저도 못 받을 수 있겠다는 겁이 나기 때문이다. 프로농구는 공식적으로 대리인(에이전트)에게 협상권을 주지 않고 있다. 

선수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은 상당히 좁다. 자유계약선수 관리규정 제3조 ⑤항에 따르면 타 구단이 영입의향서를 제시할 때 ‘원 소속구단에서 제시한 첫해 연봉 보다 많은 금액을 제시해야 한다. 계약기간은 원 소속 구단이 제시한 조건과 동일하거나 그 이상을 제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언뜻 보면 선수의 권익이 보호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선수가 원 소속구단과 계약이 틀어질 경우, 그 이상의 조건을 제시하는 팀이 반드시 나타나야만 이적이 가능하다. 고액연봉자들이 연봉을 깎아서라도 타 팀에 가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는 뜻이다. 원 소속구단에서 이를 악용해 시장가치보다 높은 몸값을 제시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넌 우리 팀 아니면 아무데도 못가’라고 으름장을 놓는 셈이다. 2차 협상에서 타 구단의 영입의향서를 받지 못하면 3차에서 다시 원 소속구단과 재협상할 것을 염두한 것.  

복수의 타 구단이 영입의향서를 제출할 경우도 문제다. 규정에 따르면 ‘이적 첫해 연봉 최고액을 기준으로 10% 이내의 연봉을 제시한 구단 중 선수가 선택한다’고 돼 있다. 참 복잡하다. 쉽게 말해 최고액이 3억 원이라면 2억 7천만 원~3억 원 사이로 베팅한 구단들 중 선수가 고를 수 있다는 것. 

선수가 정말 원하는 구단이 2억 6천만 원만 써서 냈다면 선수는 몸값을 깎을 의향이 있더라도 그 팀에 갈 수 없다. 선수와 구단이 사전접촉해 말을 맞추지 않는 이상 얼마를 써서 낼 것인지, 또 시장가격에 얼마에 형성될지 선수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종전에 선수는 최고액을 써낸 구단과 무조건 계약을 하도록 돼있었다. ‘선수가 경매 고등어냐?’는 비판이 일자 KBL이 제도를 수정했지만 여전히 허점이 많다. 

▲ FA시장, 만 35세 이상 '노땅'들이 대접받는 이유

앞에서 밝힌 이유로 각 구단들은 엄청난 출혈을 감수하며 FA선수를 영입하는 것을 꺼린다. 그래서 나온 것이 일단 재계약을 맺고 트레이드로 보내는 ‘사인&트레이드’다. 트레이드를 하려면 상대방이 원하는 카드를 나도 갖고 있어야 한다. 예전처럼 뭉칫돈만 있다고 FA를 수집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난 셈이다. 2년 전 양희종과 김태술이 동시에 FA로 풀렸을 때 샐러리캡 여유가 넘치는 삼성이 아무도 데려가지 못한 이유였다. 

올 시즌 FA시장에서 가장 각광받는 선수는 문태종과 박상오다. KBL 규정에 따르면 ‘만 35세 이상(기준일: 매년 7월1일)의 FA선수는 타 구단으로 이적하게 될 경우 보상이 없다’고 돼 있다. 한국나이 마흔 한 살인 문태종은 이미 3년 전 LG와 계약할 때부터 실력은 좋은데 보상이 없어 ‘핫 한’ 선수였다. 다만 문태종은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잘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어 계약기간이 짧았다. 만약 다음 시즌 문태종이 돌아와도 계약기간은 1년이 될 전망. 

1981년 3월 24일생인 박상오는 이 제도의 혜택을 처음으로 보게 됐다. 박상오는 지난 시즌 친정팀 KT로 돌아가 평균 9.6점, 4.3리바운드, 2.0어시스트를 해줬다. SK가 이렇게 잘하는 선수를 왜 보냈냐는 말이 많았다. 이제 보상제도에서도 자유로워진 박상오는 사실상 FA 최대어다. 부담 없이 영입해 확실하게 써먹을 수 있는 선수기 때문. 박지현과 이승준도 보상 없는 FA지만 급격한 기량하락으로 인기는 많지 않을 전망이다. 

박상오를 보면서 땅을 치는 선수가 있다. 바로 양동근이다. 1981년 9월 14일에 태어난 양동근은 불과 두 달 차이로 만 34세로 분류돼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모비스의 심장’인 양동근이야 어차피 모비스에 남겠지만, 아쉬운 것은 아쉬운 거다. 

또 KBL 규정에 따르면 전년도 전체 보수 서열 30위 이내 선수는 계약기간을 3~5년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만 32세 이상인 선수는 여기서 제외다. 기자가 양동근의 에이전트라면 모비스와 1년 재계약만 맺고 다음 시즌 다시 FA로 풀리는 길을 권하겠다. 그럴 경우 양동근은 다음 시즌 아무런 보상조건이 걸리지 않아 진정한 의미의 FA최대어가 될 수 있다. 양동근 정도의 기량이라면 프로농구 최초 공식연봉 10억 원을 받아도 이상할 것이 없다. 

물론 올 시즌 양동근이 르브론 제임스와 같은 1+1 계약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디까지나 프로농구 FA룰을 살펴보기 위한 가정이다. / jasonseo34@osen.co.kr 

OSEN 포토 슬라이드
슬라이드 이전 슬라이드 다음

OSEN 포토 샷!

    Oh! 모션

    OSEN 핫!!!
      새영화
      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