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호의 Tiger스케치]희망과 불안의 공존, 알길 없는 내일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6.04.25 13: 00

KIA는 작년 시즌을 마치고 윤석민이 선발로 복귀했고 메이저리그 풀타임 헥터 노에시와 미국대표 지크 스프루일까지 입단하자 가장 뛰어난 선발진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3년 연속 15승을 노리는 양현종까지 토종과 외인의 이중 원투펀치를 구축하는 듯 했다. 
김기태 감독은 전지훈련 실전에서 네 명의 선발투수들을 숨겼다. 등판을 하더라도 주무기를 보여주지 말고 전력투구를 하지 않도록 했다. 상대에게 주전력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조치였다. 귀국후 시범경기 몸풀이 등판도 비슷했다. 선발진은 베일에 휩싸인채 개막을 맞았고 3주가 흘렀다. 
공교롭게도 최강투수로 평가받은 헥터의 행보가 불안하다. 초반 2경기는 7이닝 1실점씩 막았다. 편하게 던지는 투구폼에 빠른볼과 체인지업에 상대타자들이 맥을 추지 못했다. 그런데 이후 2경기에서 5이닝 6실점, 4⅓이닝 8실점으로 부진했다. 스피드도 떨어졌고 변화구의 각도 밋밋하며 난타를 당했다. 피안타율이 3할이 훌쩍 넘었다. 구위가 떨어진데다 상대의 분석에 당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지크는 오히려 위력을 더해가는 투구로 2승을 챙겼다. 초반 불안했지만 최고 154km짜리 강속구에 명품 커브와 슬라이더 등으로 상대를 제압했다. 이닝 소화력도 훌륭해 오히려 헥터보다 안정감을 주고 있다. KIA 마운드는 지크의 선전에 한 숨을 돌렸다. 
토종펀치 윤석민과 양현종은 위력투구는 아니지만 제몫을 하고 있다. 윤석민은 3경기 1승을 챙겼고 완투도 했다. 평균자책점은 3.32를 기록하고 있다. 양현종은 4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지만 평균자책점 3.25로 낮아지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예전처럼 상대를 압도하는 투구는 아니지만 마운드를 끌고가는 능력은 안정감이 있다.  
또 하나는 불안요소는 5선발과 불펜이다. 임준혁이 부진한 투구를 하다 부상으로 빠졌다. 1~4선발투수들 가운데 문제가 있을 경우 커버하는 역할을 맡을 만한 투수가 부족하다. 불펜도 강하지 않다. 김윤동이 희망으로 떠올랐지만 김광수와 최영필이 불안 불안하다. 심동섭도 기복있는 투구를 했다. 소방수도 없어 그때 그때 구위가 좋은 투수가 나선다.  결국 KIA 마운드는 선발투수가 이닝을 최대한 소화하는 선발야구로 버터야 한다. 그래서 헥터의 행보가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반면 부진의 원인이었던 타선에서 희망이 생기고 있다. 개막 이후 부진에 빠진 베테랑들이 힘을 내기 시작했다. 지난 주말 롯데와의 사직구장 3연전에서 뜨거운 화력을 선보였다. 김주찬 13타수 5안타 7타점, 나지완 12타수 6안타(1홈런)4타점, 이범호 14타수 6안타(1홈런) 5타점의 뜨거운 방망이를 쏟아냈다.  중심타선이 살아나자 득점력이 5점-16점-11점으로 불어났다. 
돌아온 연어 서동욱이 12타수 5안타(2홈런) 6타점, 노수광이 14타수 7안타 3타점 6득점의 맹위를 떨쳤다. 특히 노수광은 팀의 약점인 기동력을 살려주며 팀 공격에 커다란 활력을 불어넣었다. 뒤늦게 1군에 올라온 신종길도 14타수 4안타(1홈런) 3타점 5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이들의 활약 덕택에 위닝시리즈를 낚았다. 타선의 무게감이 가져온 반등이었다. 
타선은 상대 투수에 따라 편차가 심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수비와 주루이다. 그런데 개막 이후 고비마다 실수가 나왔다. 실책으로 기록되지 않았지만 실수들이 잦았고 주루 역시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이길 수 있는 몇 경기를 놓쳤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접전 상황에서 한 점을 뽑거나 지키는 야구에 약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고스란히 8승 10패의 성적표로 나타났다.  
이처럼 지금 KIA는 희망요소와 불안요소들이 뒤섞여 있다. 강하지 못한 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전문가들이 KIA를 5강권에 놓치 못한 이유일 것이다. 아직은 KIA의 내일을 점치기 어렵다. 결국은 희망적인 요소들은 꾸준히 유지하고 불안한 요소들을 조금씩 제거하는 것이 반등의 열쇠일 것이다.  /KIA 담당기자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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