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위기에 봉착한 ‘김성근 야구’, 비판적 재인식의 출발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6.04.25 07: 52

2016 프로야구 KBO 리그에서 한화 이글스가 두산 베어스와의 주말 3연전(4월 22~24일)을 모조리 내주었다. 3승 16패로 10위 자리가 굳어지고 있다. 좀체 반등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는 한화는 1위 두산과의 격차가 무려 11.5게임으로 더욱 벌어졌다. 9위 KIA 타이거즈(8승 10패)와의 거리도 5.5게임이나 된다. 때 이른 위기다. 성적이 곤두박질치는데 따라 팬들의 비난 수위는 거꾸로 높아지고 있다. 시나브로 찬사의 물결이 비난의 거친 파도로 변해가고 있다.
한화 구단의 위기는 곧 ‘김성근 야구’의 위기다. 올해 시즌 전 NC 다이노스와 더불어 전문가들로부터 유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됐던 한화의 예기치 못한 추락은 그동안 열렬한 지지를 보냈던 한화 팬들로서는 무척 당혹스러운 노릇이다.
상투적이지만, 올해 초반 한화의 몰락은 선발 투수진의 붕괴에 따른 불펜 과부하와 투타의 부조화로 집약할 수 있다. 일차적으로 ‘믿었던 도끼’ 에스밀 로저스와 안영명 등 선발 요원들이 출발선에 서지 못하고 이탈, 가뜩이나 부하가 걸려 있는 불펜진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만든 탓이다. 한화의 2016년 4월은 마치 지난 해 kt 위즈를 보는 듯하다.

초장부터 선발에 의존하지 않고 불펜진을 조기에 가동하는 바람에 선수단 중압감은 한층 심화됐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팀 성적의 지표도 아주 좋지 않다. 4월 25일 현재 한화는 19경기를 치르는 동안 선발투수가 5회 이상 버텨낸 것은 단 4차례에 불과하다. 송은범이 4월 7일과 22일에 5⅓, 5⅔이닝을 던진 것과 새 외국인투수 알렉스 마에스트리가 4월 6일에 6이닝, 심수창이 4월 19일에 5⅓이닝을 소화한 것이 고작이다. 두산이 14승 가운데 13승을 니퍼트 등 4명의 선발투수들이 거둔 것과 너무 대조적이다.
한화는 팀 도루가 6개로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적다. 집중력이 흩어져 수비 실수도 잦아 팀 실책은 25개로 거꾸로 1위다. 이른바 공, 수, 주가 엉망이다. 이 모든 일을 선발투수진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마뜩치 않다. 다른 구단보다 훈련 강도도 셌고, 선수들을 매만지는 시간도 길었다. 그런데도 성적이 이 모양이라면, 근본적인 팀 운용 시스템 작동에 의문부호를 달 수밖에 없다.
이른바 ‘김성근식 야구’는 철저한 계산을 바탕으로 한 ‘점수 짜내기’ 야구다. 흔히 ‘불펜야구’로 부르기도 한다. 버리는 경기 없이 모든 경기에 전력투구를 한다. 그의 사전에 포기란 없다. 톱니바퀴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돌아가야만 김성근 야구는 빛을 낸다. 그런데 올해는 그렇지 못하다. 오작동이 잦다. 지난해 눈부셨던 ‘마약 야구’는 착시현상이었을까.
‘버린다’는 표현은 오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경기의 흐름이 완전히 상대팀에 넘어갔을 경우 한숨 돌리는 식의 투수진 운용을 하지 않는다. 김성근 야구에는 그런 일은 없다. 그래서 치열하고 때로는 처절하다는 인상도 준다.
‘잠 못 이루는 밤’의 연속인 김성근(74) 감독은 지난해 지리멸렬했던 한화 지휘봉을 잡은 이후 치밀한 팀 개조작업을 벌여 얼핏 수습에 성공한 듯 보였다. 더군다나 한화 구단이 2년 거푸 엄청난 거액을 들여 외부 FA 선수들을 수혈, 팀 체질 개선을 꾀하고 전력 보강에 적극 나선 터여서 올해 기대치가 급상승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 결과가 ‘불펜야구’의 심화와 타선 응집력의 결여, 산만한 수비력으로 나타났다. 와중에 일본인 고바야시 세이지 투수코치의 전격사임 사건이 생겼고, 로저스의 스프링트레이닝 캠프 때의 머리 염색과 훈련 불참에 따른 자체 징벌과 SNS 문제 등이 불거졌다. 성적이 나쁜 구단의 전형적인 불협화음이 고스란히 노출돼 버렸다.
한대화 KBO 경기운영위원(전 한화 감독)은 “웬만하면 선발 투수가 버티도록 하는 게 상식이다. (김성근) 감독 성향이 그런 것인데…. 우리 같으면 당연히 어린 투수들도 길게 던지게 할 것이다. (시즌 막판에) 순위 경쟁을 할 때는 그럴 수 있겠지만 아직 초반인데 무리가 아닌가 싶다.”고 ‘한화 문제’를 짚었다.
현장에서 한화 경기를 지켜본 그는 “장기 레이스인데, 지난해도 불펜 과부하 때문에 실패한 것이 아닌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성근 감독은 선발투수가 이상 조짐을 보이면 비록 1회라도 지체 없이 바꿔버린다. 선발 투수는 잦은 교체에 불안감이 심해지고, 뒤 꼭지가 당겨 불펜을 바라보게 된다. 불펜진도 상시 대기에 피로도가 누적된다. 불펜 혹사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는 까닭이다.
김성근 감독은 한화 지휘봉을 잡기 전인 2014년 10월 24일에 가졌던 OSEN과의 인터뷰에서 “야구 감독은 나이로 하는 게 아니라 열정으로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그 때 한국 프로야구를 진단하면서 “선배 처지에서 볼 때, 야구 흐름이 (다른 감독들이) 잘 하고는 있는데 좀 모자라지 않나 싶다. 자극이 돼야지 하는 생각도 한다. 야구는 보이는 부분, 안 보이는 부분이 있다. 안 보이는 부분에서 조금, 야구 자체가 일반 팬들의 흥미로움이 반감되는 점이 있지 않나 싶다. 야구는 묘미다. 생각하는 시간이 있지 않나. 생각하는 시간을 만들어줄 필요 있지 않나 싶다.”며 비판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김 감독은 또 우리 프로야구가 너무 거칠고, 매끄럽지 않고, 짜임새가 부족하다는 시각에 대해서도 “그건 맞다. 예를 들어 타자가 안 맞는다, 누가 부상이다, 선수 하나가 빠져버렸다, 못한다, 못 이긴다, 그건 아니지 싶다. 그런 것이 상식이 돼 버렸다. 선수가 없어 안 된다, 너무 쉽게 그렇게 됐다. 이유 대는 부분이 많아졌다. 과거에는 별로 없었는데. 이유보다 핑계겠지만.”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 이후 현장에 복귀했던 김성근 감독은 올해 엄청난 시련의 벽과 맞닥뜨렸다. 이제 자신이 했던 말을 책임 있게, ‘김성근 야구’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할 처지에 놓여 있다.
그를 잘 아는 야구인들은 ‘김성근 리더십’이 ‘나를 따르라’는 식의 수직형 일방통행식 리더십이라고 평가한다. 이른바 수평적인 ‘형님 리더십’과는 아주 다르다. 문제는 지도자의 열정을 넘어 선수들의 열정을 어느 쪽이 더 잘 이끌어내는가에 달려있다. 지도자의 열정이 선수들에게 녹아들어야 한다.
한편의 여론은 심지어 김성근 리더십을 박근혜 정권의 불통에 빗대 비판하기도 한다. 절대군주적인 리더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그 바닥에 놓여 있다. 승부세계에서의 찬사와 비난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그 경계는 승리다. 과정에 대한 비판은 승리에 파묻히기 십상이다.
한화가 느닷없이 휘청거리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시즌 초반이다. 실패로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그렇지만 ‘김성근 야구’에 대한 반감이 증폭되고 있는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이래저래 5월은 김성근 감독의 야구, 아니 김성근 야구 인생의 중대한 시점이 될 수 있다.
김성근 감독의 고뇌가 깊어지고 있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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