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구단 NC는 창단 후 FA(프리 에이전트) 시장에서 타자만을 보강했다. 2013년 이호준, 이현곤을 시작으로 2014년 손시헌, 이종욱 그리고 올 시즌을 앞두고 박석민까지 FA 영입은 모두 타자들이었다. 투수진은 타선에 비해 화려한 경력을 지닌 선수들을 영입하진 못했다. 그렇다고 몸값 높은 투수들이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2013년 1군 진입 첫 해부터 NC 마운드는 탄탄했다. 늘 기대 이상이었다. 2013시즌 NC는 팀 평균자책점 3위(3.96)를 기록했다. 1군 첫 해 7위를 차지하는데 가장 큰 힘이었다. 선수단 운영에 확실한 원칙을 가진 김경문 NC 감독과 최일언 투수코치를 비롯해 투수 파트에서 육성과 관리로 실속있는 마운드 운영을 한 덕분이다.
2014년(4.39)과 2015년(4.60) NC는 2년 연속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했다. 2014년에는 외국인 투수를 3명 보유할 수 있는 신생팀 혜택이 있었으나 지난해에는 그 혜택이 사라졌음에도 평균자책점 1위는 NC였다. 지난해 NC 마운드는 선발(4.10)과 구원(4.50) 모두 평균자책점 1위였다.
특정한 투수 한 두 명이 잘 던진다고 기록되는 건 아니다. 1군 엔트리의 투수진(보통 12명)이 선발, 불펜, 필승조, 추격조 가리지 않고 모두 고루 잘해야 가능하다.
지난 22일 인천 SK전. NC는 연장 11회초 나성범의 적시타로 5-5 균형을 깨고 한 점을 리드했다. 연장 11회말 마운드에 오른 이는 마무리 임창민이 아닌 박민석이었다. 이후 알려졌지만 벤치의 선택이었다. 다음날 김경문 감독은 “임창민은 경기 출전 명단에서 아예 빠져 있었다”라고 말했다. 전날(21일) 잠실 LG전에서 임창민은 35개의 공을 던졌다. 김 감독은 “전날 30개 이상의 공을 던졌기 때문에 하루를 쉬는 것이 맞다”고 했다.
임창민의 등판 일지를 보면 15일 롯데전 1이닝 13개의 공을 던졌고, 21일 LG전에 35개를 던졌다. 다른 팀이라면 22일 마무리 상황에서 나왔어야 했다. 하지만 NC의 선택은 달랐다. 한 경기가 아니라 다음 경기, 멀리 내다보고 선수 관리를 한 것이다. 1승에 급급한 투수 기용이 아니라 한 시즌 전체를 생각하는 벤치의 선택이다. 결과는 선수가 아닌 감독이 책임지는 방식이다.
그렇게 임창민 대신 마운드에 오른 박민석은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승리를 지켰다. 금상첨화였다. 박민석은 데뷔 후 첫 세이브였다. NC는 한 선수를 보호하고, 다른 선수에게 기회를 주면서 값진 승리를 거뒀다.
NC 선발은 외국인 투수 2명(해커, 스튜어트)과 이재학, 이태양, 이민호 젊은 토종 투수 3명이 로테이션을 돈다. 불펜진을 보면 그렇게 특출해 보일 것은 없다. 방출됐다가 다시 기회를 잡은 선수, 트레이드로 팀을 옮긴 선수, 육성 선수 출신, 고졸 신인 등이 면면을 구성하고 있다.
지난해 31세이브를 기록한 마무리 임창민(31)은 2008년 현대(넥센 전신)에 입단, 2012년까지 1군에서 단 5경기를 뛰고 그해 말 신생팀 NC로 트레이드됐다. NC에서 3년 만에 주전 마무리로 도약했다.
셋업맨으로 활약하는 김진성(31)은 2004년 SK에 입단했으나, 1군 데뷔도 하지 못한 채 방출됐다. 2012년 NC 창단 후 테스트를 통해 새 기회를 잡았다. 2014년 마무리로 뛰며 25세이브를 거뒀고, 지난해는 부상 이후 복귀해 셋업맨(3승4패 5세이브 12홀드)으로 뛰고 있다.
22일 프로 첫 세이브를 거둔 박민석(27)은 2008년 두산에 입단했다가 2014년 5월 방출됐다. 2014년 겨울, 박민석은 테스트를 통해 육성 선수로 NC에서 야구 생활을 이어갔다. 과거 두산 감독 시절 박민석을 기억한 김경문 감독은 "신인 때 자신감 넘치는 투구가 기억났다"고 했다.
지난해 '금강불괴'로 불리며 불펜에서 전천후로 맹활약한 최금강(27)은 2012년 육성 선수로 입단했다. 올 시즌 초반 난조를 보였다가 잠시 2군에서 조정기를 갖고 24일 1군에 복귀했다.
좌완 불펜진을 보면 임정호(26)는 2013년 2차 3라운드 전체 30번으로 입단한 선수, 구창모(19)는 지난해 입단한 프로 2년차다. 올해는 고졸 박준영(19)이 부담없는 상황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르고, 적절한 관리를 받으며 불펜으로 성장하고 있다. 고교 때 투수보다는 야수로 더 많이 출장한 박준영을 투수로 전담시킨 것은 선수의 재능을 면밀하게 파악한 김경문 감독의 결단이었다. 고졸 신인이 데뷔하자마자 1군 불펜에서 활약하는 것은 최근 몇 년 간 보지 못한 일이다.
NC 불펜은 25일 현재 2승3패 5세이브 5홀드를 책임지며, 평균자책점은 3.57로 10개팀 중 3위다. 선발진이 7승7패로 아직은 주춤한 편이지만, 평균자책점은 4.54(전체 4위)로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다. 이름값이 아닌 실력, 그 실력을 이끌어내는 코칭스태프의 관리와 지도, NC 마운드에는 특별함이 숨어 있다.
/NC 담당기자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