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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쎈 초점]시빌워 돌풍, 관객수만 중요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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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유진모의 취중한담]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이하 ‘시빌 워’)가 개봉일인 27일 오전 예매율이 95.4%(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까지 치솟았다. 뚜껑을 열기도 전에 벌써 60만 장의 표가 팔렸다. 지난 13일 이후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내달린 ‘시간이탈자’가 1.1%에 그칠 정도니 다른 영화는 거론할 값어치조차 없다. 한마디로 그냥 ‘시빌 워’의 ‘싹쓸이’다. 예상대로 개봉 3일째인 29일까지 무려 185만명 관객을 동원했다.

지난해 10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전작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의 예매율이 96%였으니 조심스레 유사한 흥행이 점쳐질 정도다.

5월 중 개봉 예정이었던 ‘엽기적인 그녀 2’와 ‘특별수사’가 개봉을 미룰 정도로 몸을 사리는 것은 엄살이 아니라 엄연한 현실직시다. 앞서 마블의 ‘어벤져스’ 시리즈에 대항할 DC의 회심의 첫 번째 카드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 리그의 시작’(이하 ‘배트맨 대 슈퍼맨’)이 엄청난 기대감을 키웠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나자 관객들을 실망시키며 사이즈가 훨씬 작은 ‘데드 풀’의 331만 명에도 한참 못 미치는 225만 명에서 이제 좌판을 거둘 준비를 하는 것과는 양상이 다르다. 도대체 ‘시빌 워’는 ‘배트맨 대 슈퍼맨’과 다른 점이 뭘까?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등의 시리즈가 모두 성공했고, 그 분위기를 ‘어벤져스’ 시리즈가 그대로 가져와 ‘어벤져스2’로 정점을 찍었다는 흐름을 무시할 수 없다. 관객들은 확실한 흥행포인트를 지킬 줄 아는 마블 시리즈에 이제 완전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게다가 DC에 비해 진지한 철학이 없다는 유일한 단점마저 ‘어벤져스2’에서 나름대로 이겨내고자 노력한 흔적이 엿보여 단순한 팝콘무비 수준을 넘어선 점 역시 신뢰도와 티케팅 파워를 높여준다.

배급사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는 이미 개봉 10여일 전 일찌감치 국내 언론에 공개하며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각 매체들 역시 찬사를 쏟아내고 있으며 미리 분위기를 파악한 관객들은 자신들의 감에 자신감을 갖고 예매를 한 것이다. 이제 1000만 돌파의 관건은 입소문이다.

‘시빌 워’가 ‘배트맨 대 슈퍼맨’과 가장 차별화되는 포인트는 바로 왜 히어로들이 싸워야 하고, 어떻게 그 갈등을 극복하는가에 있다. 바꿔 말하자면 ‘배트맨 대 슈퍼맨’이 사실상 흥행에 실패한 원인이기도 하다.

배트맨은 고담 시의, 슈퍼맨은 그 옆의 메트로폴리스 시의 영웅이다. ‘맨 오브 스틸’에서 슈퍼맨이 크립톤의 조드 장군과 어마어마한 전투를 벌이느라 메트로폴리스는 물론 고담까지 초토화시키자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메트로폴리스는 커다란 슈퍼맨 동상을 세워 그의 공적을 기리며 신격화하지만 자신의 건물이 파괴되고 임직원이 사상하는 피해를 입은 늙은 브루스 웨인(배트맨)은 생각이 다르다. 일단 그는 ‘권력을 지닌 자는 부패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더불어 자신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힘을 가진 슈퍼맨이 두렵다. 그래서 슈퍼맨을 제거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갖게 된다.

배트맨은 그렇다 치고 슈퍼맨이 그런 배트맨과 싸우는 이유가 불분명하다. 첫 대결에서 슈퍼맨은 배트맨에게 강한 적대감을 굳이 감추려하지 않는다. 배트맨의 불안함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서일지 모르겠지만 이전까지의 영화에서 슈퍼맨은 그런 독하거나 비뚤어진 인물이 아니었다.

하지만 ‘시빌 워’는 다르다. 미국 정부는 전 세계 117개 국 정부로부터 히어로 등록법을 UN을 통해 입법해 히어로들을 관리하는 데 뜻을 모은다. 그 이유는 어벤져스들의 활약 땐 꼭 민간인 사상자와 엄청난 재산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벤져스2’에선 소코비아(가상의 국가)가 통째로 공중분해 됐다.

그러자 사실상 어벤져스의 양대 리더인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고 그들을 따르는 나머지 히어로들이 각각의 뒤에 줄을 선다. ‘아이언맨’에서 수트를 국가에 귀속시키라는 압박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수트는 자신의 사유재산이라고 우겼으며 자유분방한 성격에 이타심이나 배려심은 찾아보기 힘들었던 좌충우돌형 토니 스타크가 이번엔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히어로의 힘엔 통제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바뀐 것.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의 선전용 슈퍼 솔져 프로젝트에 의해 탄생한 꼭두각시였고, 그 힘을 오로지 미국을 위해 써온, 상명하복의 군인정신으로 똘똘 뭉친 스티브 로저스(캡틴 아메리카) 역시 이데올로기가 바뀌었다. UN의 통제 아래 들어갈 경우 어벤져스가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위험성이 매우 높으며, 그건 미필적 고의에 의한 민간인 피해보다 더 큰 재앙을 전 세계에 뿌릴 것이란 생각으로 이에 반대한다.

그토록 죽일 듯 싸우던 배트맨이 결정적 순간에서 슈퍼맨을 살려주고 힘을 합친 이유가 두 사람의 어머니의 이름이 공교롭게도 마사로 똑같다는 것. 그전까지 ‘그래도 설마’ 하고 영화의 전개에서 메시지와 철학을 기대했던 관객들이 모든 희망을 내려놓는 순간이다.

하지만 ‘시빌 워’에는 히어로들의 과거와 그 당시의 트라우마들이 매우 정교하게 맞물려 있고 섬뜩한 반전마저 존재한다.

기존의 DC의 히어로 영화들은 캐릭터의 정체성과 고뇌와 철학에 집중하느라 각 히어로들이 유기적인 이념을 공유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어벤져스’에 대항하기 위해 ‘배트맨 대 슈퍼맨’을 급조하느라 이식수술을 완벽하게 시술하지 못한 채 프랑켄슈타인을 만든 결과와 다르다.

그러나 ‘시빌 워’는 소니에 팔아치운 스파이더맨까지 빌려오는 세심하고 진정성 있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액션에서만큼은 ‘배트맨 대 슈퍼맨’의 손을 들어줄 수 있다. 히어로나 빌런의 능력치와 액션의 스케일 면에서 잭 스나이더는 확실히 뛰어나다.

그러나 관객들이 슈퍼히어로 무비를 즐기는 이유는 액션 하나에 집중하자는 게 아니다. ‘색, 계’에 관객이 몰린 이유는 영화의 완성도 자체가 좋은 데다 탕웨이의 몸매까지 감상할 수 있는 덤 때문이었지 오로지 후자가 목적은 아니었다. 이렇듯 단체 슈퍼히어로 무비에 표를 끊는 이유는 각 히어로들의 갈등과 화합과 활약, 그리고 각각의 인물들이 가진 개성과 사연 등이 화려한 액션으로 완성되기에 기꺼이 1000만 명이 극장 앞에 줄을 서는 것이다./osenstar@osen.co.kr

<사진> '시빌워'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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