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홍콩오픈 체험기] "미스터 우, 아직도 뛰어?" ①

  • 이메일
  • 트위터
  • 페이스북
  • 페이스북

[OSEN=홍콩, 우충원 기자] "아직도 뛰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대회에 참가했다. 크게 반기는 사람은 없었다. 주위 사람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유동료들 제외하고 유일하게 알던 집사람도 크게 우려했다. 2005년 이후 다시 참가하는 국제대회에서 느끼고 싶은 점이 많았다. 꺼져가던 열정에 다시 불이 붙었다. 운동 뿐만 아니라 다른 도전에도 불이 일어날 것 같다. 그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 "Still Play?"

북미 스포츠 인디언들의 스포츠인 라크로스는 국내에서 여전히 생소하다. 그러나 지난 1997년 한국체육대학교와 경희대학교에 처음으로 보급되며 역사가 시작됐다.

20여년의 짧지 않은 역사속에 한국은 2002년 월드챔피언십을 시작으로 각종 대회에 참가했다. 첫 대회 당시 한국은 유학생과 교포 위주로 구성된 팀을 만들었지만 지난 2014년 미국 덴버에서 열린 대표팀은 코칭 스태프 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대부분 국내 선수들이었다.

본 기자는 한국에 라크로스가 보급됐던 시절 시작해 첫 월드챔피언십에 선수로 출전했고 2003년 미국 볼티모어에서 열린 19세 이하 월드 챔피언십에 코치로 참가했다. 또 2005년 여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환태평양 라크로스 선수권대회(2005 ASPAC Lacrosse Tournament)에 참가한 뒤 선수 생활을 잠시 접었다.

그 후 기자로 생활로 점점 사회인이 됐고 다시 예전의 향수를 찾아 운동을 시작했다. 7~8년만에 다시 라크로스를 찾았을 때 예전의 멤버들은 대부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나 10세 정도 어린 선수들과 활동을 하면서 예전의 모습은 아니지만 '아저씨'로 최선을 다했다.

불혹의 나이는 아니지만 2005년에 이어 11년만에 다시 국제대회에 참가를 결심했다. 매년 5월 주말을 이용해 열리는 홍콩 라크로스 오픈에 참가했다. 회사에 휴가를 신청하고 집사람과 타협 끝에 참가, 28일 비행기에 몸을 싣고 대회가 열리는 홍콩으로 향했다.

이번 대회는 2가지 디비전으로 나눠져 있다. 엘리트 디비전과 일반 디비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은 일반 디비전에 참가했다. 선수 구성은 굉장히 다양하다. 나를 비롯한 회사원 그리고 대학생 또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참가했다. 특히 국제대회에 처음 참가하는 이들까지 포함해 완벽한 전력은 아니다.

홍콩에 도착 후 만난 예전의 친구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지난 시간과 변함 몸매 때문이었다. 호텔에서 만나 나를 알아본 그의 첫번째 이야기는 "Mr. Woo, Still Play?(아직도 뛰어?)"였다. 2002년 월드컵에 한국과 홍콩 대표로 나섰고 몇 차례 대회서 만나며 알게된 그는 협회 고위직으로 일하고 있었다. 이번 대회도 운영을 맡고 경기에는 나서지 않았다.

분명 휴가였기 때문에 이국의 향기를 맡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스캐줄을 보니 빨리 잠자리에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머리속에는 "Still Play?"만 계속 맴돌았다.

▲ "형, 더우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팀내 2번째 고참이고 서른 아홉이라는 나이. 뚱뚱한 몸매. 그러나 여전히 클럽팀에서 주전으로 뛰기 때문에 선발로 나설 생각이었다.

현지 시간으로 오전 8시부터 대회가 열렸고 한국의 첫번째 경기는 홍콩 19세 이하 대표팀과 오전 11시에 개최됐다. 함께 참가하려던 몇몇 선수가 오지 못해 선수 숫자도 다른팀에 비해 적고 훈련도 많이 펼치지 않았기 때문에 첫 경기는 분명 부담이 됐다.

부담과 함께 나의 기대는 바로 산산히 부셔졌다. 띠동갑 후배가 "형, 일단 더우니까 애들 먼저 출전시키겠습니다"라고 말해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게 됐다.

홍콩 라크로스의 수준은 내가 겪었던 것과 완전 달랐다. 도입시기가 비슷했던 한국과 홍콩은 첫 출발서 수준이 달랐다. 2002년 월드 챔피언십서 한국의 첫 승 상대였고 몇 년전까지만 하더라도 한 골도 허용하지 않는 상대였다.

그러나 지난 대회서 패배를 당하는 등 수준이 갑작스럽게 변했다. 홍콩은 미국인 코칭 스태프를 데려왔고 어린 선수들을 키워내면서 점점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 엘리트 디비전이 아닌 일반 디비전에는 19세 이하 대표팀을 출전 시킬 정도.

벤치에 서서 경기를 지켜 보는데 예전에 내가 생각했던 것과 완전히 달랐다. 어린 선수들의 기본기가 좋아지면서 성인들이 참가한 한국과 홍콩 19세 이하 대표팀이 비슷한 수준으로 경기를 펼쳤다.

일단 기술적으로 상당히 달라졌다. 가진 것이 힘밖에 없는 나였지만 홍콩은 더 빨랐다. 스피드가 지배하는 경기였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

또 간과했던 부분은 바로 체력이었다. 습도가 높은 홍콩의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아이스하키처럼 선수교체가 수시로 일어나는 라크로스는 21명의 선수가 대기한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은 14명의 선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미드필더들은 체력이 떨어졌고 홍콩의 아이들에게 당하고 말았다.

결국 다양한 선수들과 체력전을 펼친 홍콩 19세 이하 팀을 상대로 한국은 패했다. 너무 아쉽게도 패했다. 패배를 당했고 부담이 커졌다. 지난해 우승을 차지한 한국이 패배를 당하자 경기장에 있던 이들의 목소리가 달라졌다. 우리는 고개가 숙여졌고 물도 제대로 넘어가지 않았다. 2편에 계속. / 10bird@osen.co.kr

[사진] 홍콩 오픈 홈페이지 캡쳐.

OSEN 포토 슬라이드
슬라이드 이전 슬라이드 다음

OSEN 포토 샷!

    Oh! 모션

    OSEN 핫!!!
      새영화
      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