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이닝 페이스’ 오승환, 체력 관리가 화두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5.04 06: 10

2015년 시그리스트-베탄시스 출발과 흡사
70이닝 이상 소화 예상, 중반 이후 관심
오승환(34, 세인트루이스)이 메이저리그(MLB) 첫 시즌을 훌륭하게 장식하고 있다. 그러나 너무 잘해도 문제일까. 잦은 등판에 체력 관리가 화두로 떠오를 조짐이다.

오승환은 3일(이하 한국시간) 필라델피아와의 홈경기에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팀 승리의 다리를 놨다. 2일 워싱턴전에서 2루타 2개를 맞고 아쉽게 1실점하기도 했던 오승환은 하루 만에 안정을 찾으며 든든한 모습을 과시했다. 평균자책점은 1.98에서 1.84로 조금 내려갔다.
쾌조의 출발이다. 오승환은 3일까지 총 14경기에서 14⅔이닝을 던졌다. 이는 팀 내 불펜 투수 중 최다 등판이다. 지난해 마당쇠였던 케빈 시그리스트는 12경기, 오승환과 비슷한 몫을 하고 있는 조나단 브록스턴은 10경기에 출전했다. 등판 상황도 가리지 않는다. 팀이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마이크 매시니 감독의 신뢰를 읽기는 어렵지 않다.
성적이 좋고 실력이 받쳐주기에 가능한 신뢰다. 평균자책점은 팀 내 불펜 투수 1위인 브록스턴(1.80)에 간발의 차로 뒤진 2위다. 이닝당출루허용률(WHIP)은 0.89로 1위를 기록 중이다. 9이닝당 탈삼진 개수(12.27개)에서도 마무리 트레버 로젠탈(18.00)과 시그리스트(12.60)에 이은 팀 내 3위로 리그 정상급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는 지난해 드러난 로젠탈과 시그리스트의 과부하를 줄이기 위해 오승환을 영입했다. 그런데 정작 오승환이 두 선수보다 더 많은 경기에 나서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시즌 초반이라 힘은 있다. 여기에 나갈 때마다 잘 던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크게 걱정할 만한 일은 아니다. 오히려 매시니 감독의 신뢰가 반가운 시점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서서히 관리가 필요한 시점일 수도 있다. 팀도, 개인적 준비도 그렇다.
오승환은 단순히 산술적으로만 따지면 현재 올 시즌을 87⅓이닝으로 마칠 페이스다. 물론 앞으로의 상황에 따라 안배가 이뤄질 수 있어 이 수치는 조금 낮은 쪽에서 마감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도 적잖은 수치다. 지난해 MLB 불펜 등판 1위는 시그리스트도 81경기에서 74⅔이닝을 던졌다. 시그리스트는 지난해 5월 3일까지 13경기에서 11이닝을 소화했다. 오승환의 페이스가 더 빠르다.
순수 불펜 최다 이닝은 델린 베탄시스(뉴욕 양키스)로 74경기에서 84이닝을 던졌다. 베탄시스는 지난해 같은 기간 13경기에서 14⅔이닝을 던졌는데 오승환의 기록과 비슷하다. 오승환이 지금의 성적을 유지하고 매시니 감독이 지금 기용 패턴을 유지한다면 리그 극상위권 등판 및 이닝 소화가 될 수 있다.
오승환의 한 시즌 최다 이닝 소화는 중간과 마무리를 오갔던 2005년으로 99이닝이다. 데뷔 시즌이었던 당시는 지금과 달리 좀 더 긴 이닝을 던지는 임무도 할 때였다. 하지만 2006년부터 전업 마무리가 된 이후 오승환은 KBO 리그에서 점차 이닝이 줄어들었다. 2008년부터는 한 번도 60이닝 이상을 던진 적이 없다. KBO 리그보다 경기수가 많은 일본에서도 지난간 66⅔이닝(2014년)과 69⅓이닝(2015년)을 던졌다. ‘마무리 혹사’ 논란도 있었지만 어쨌든 지금과 같은 페이스는 아니었다.
오승환은 자신의 경력에서 실로 오래간 만에 중간 투수로 나서고 있다. 마무리 투수와 중간 투수의 경기 준비 방식은 크게 다르다. 마무리 투수의 경우는 느긋하게 몸을 풀고, 3회까지는 경기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중간 투수는 그 정도까지의 대우를 받지는 못한다. 오승환은 올 시즌도 연투를 할 때 구속이 조금씩 줄어드는 경향은 있다. 중반 이후에는 체력 관리가 화두로 떠오를 수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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