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웅, 미대생에서 소처럼 일하는 배우 되기까지 [대기실 습격②]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6.05.12 06: 48

 (인터뷰 ①에 이어) 배우 박기웅은 연기 인생에 있어 군에 있던 약 2년이 가장 큰 공백이었다고 말한다. 그만큼 소처럼 일했으니까. 입대 전날까지 일했다니 그의 연기 열정이 어느 정도인지 알듯했다.
전역한지 2달도 안 된 지난 3월 28일 그의 복귀작 MBC 수목드라마 ‘몬스터’가 첫방송을 시작했다. 정말 군대에서 나오자마자 시작한 것인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프로다운 답변이 이어졌다.
“제대하고 진짜 바로 들어갔어요. 미팅하고 리딩하고 고사 지내니까 첫 방송이더라고요. 사실 그렇게 바쁘게 지내다 보니까 ‘내가 군대를 갔었나?’ 싶기도 한다니까요. ‘끝났다!’ 느낌이 없어요. 그런데도 바로 작품에 들어간 이유는요, 10년이 넘는 연기 인생에 있어서 가장 컸던 공백이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어요. 그것이 제가 연기자로서 가져야 할 의무라고 생각해요.”

입대 전에도 박기웅은 ‘열일 하는 배우’, ‘소처럼 일하는 배우’로 통했다. KBS 2TV 드라마 ‘각시탈’(2012)로 이름을 크게 알리고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로 인기를 얻고 SBS 예능 프로그램 ‘심장이 뛴다’(2013)까지 정말 종횡무진 활약했기 때문. 그래서 이번 ‘몬스터’로 복귀작을 빨리 정한 그의 결정은 참 ‘박기웅 답다’는 말이 나오게 했다.
“그 전부터 감독님, 작가님과 작업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였어요. 감독님이 어떻게 전화를 딱 하셨더라고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20대 때 오로지 나를 위해서 여행을 가본 적이 없어요. 팬미팅이나 촬영으로 갔던 것이 어떻게 보면 저에게 유일한 여행이었죠. 그나마 영어를 좋아하는데 영어권 나라에 가서 딱 한 달만 여행을 가서 새로운 정신으로 시작해볼까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작품이 들어왔고 마침 제가 관심 있게 보던 작품에다가 하고 싶던 작품이니 마다할 수가 없더라고요. 결국엔 또 여행을 못 갔네요.(웃음)”
박기웅을 대표하는 캐릭터 중 하나는 ‘각시탈’의 기무라 슌지 역이었다. 당시 악역으로 힘들어했던 그가 또 다시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도건우 역을 맡은 것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던 부분이었다.
“아무래도 제가 맡아본 악역은 ‘각시탈’ 전후로 나뉠 것 같아요. ‘추노’나 ‘최종병기 활’ 같은 경우는 그 역할을 맡아줘야 하는 단편적인 악역이었다면, 기무라 슌지는 제 인생이 대본에 나와 있잖아요. 그 친구가 이해가 돼서 힘들었어요. 제일 사랑하는 사람을 제일 친한 친구에게 뺏겼죠, 친형이 제일 친한 친구한테 맞아 죽었죠, 아버지는 제일 친한 친구가 제 눈앞에서 찔려 죽었죠. 그래서 변해가는 모습이 너무 이해가 가니까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이번에 건우는 기탄(강지환 분)과 대척될 순 있지만 악역이라고 할 순 없을 것 같아요. 오히려 ‘은밀하게 위대하게’ 리해랑의 확장판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하고 있어요. 만약 악역이 되더라도 당위성을 충분히 전달할 생각입니다.”
건우는 ‘몬스터’ 속 홍길동이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고 부르지 못하고, 동생을 동생이라고 부르지 못한다. 때문에 형 도광우 역의 진태환, 동생 도신영 역의 조보아와 형제로 출연하고 있지만 대게 도씨 가문에 끼지 못하는 마음 아픈 장면들이 많았다.
“제가 원래 가족적인 코드에 약해서 아버지에게 외면 받고 달리는 장면(8회분)이나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버지와 형제들의 모습을 바라보기만 하는 장면(11회분)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 외에는 하이난 분량도 생각나요. 멀리서 고생하면서 찍었는데 배우들이랑 더 친해진 계기가 됐어요. 태현이 형 캐릭터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형 흉내도 내면서 웃으면서 촬영하고 있어요. 저희 도씨 세 남매를 보면서 ‘또라이 대, 중, 소’라고 부르시더라고요.(웃음) 셋이 함께 모인 장면이 많아지길 기다리고 있어요. 재밌을 것 같아요.”
(인터뷰③에서 이어집니다.) / besodam@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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