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래의 거인의 꿈] 롯데를 웃게 하는 ‘호호호 트리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6.05.16 13: 00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 미국 메이저리그를 호령하고 있는 한국 타자들의 이름에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이름이 모두 ‘호’로 끝난다는 것. 우연의 일치처럼 이들이 메이저리그에서 연일 맹활약을 보이면서 야구 잘하는 이름엔 ‘호’가 들어가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혹자들은 이들을 가리켜 '호호호 트리오'라고 부르기도 한다.
KBO리그로 눈을 돌려보자. 롯데에도 이름의 마지막 글자가 '호'로 끝나는 3명의 선수가 있다. 바로 강민호(31), 김문호(29), 김상호(27). 이른바, 롯데 버전 ‘호호호 트리오’의 주인공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현재 롯데를 웃게 만드는 핵심 선수들이다.
‘호호호 트리오’의 리더 격인 강민호는 자타공인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포수이기도 하다. 안그래도 무거운 포수 장비에 올해는 주장이라는 책임감까지 짊어지고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지난해 포수 최초로 타율 3할1푼1리 35홈런 86타점 OPS 1.060을 기록했다, 포수 최초로 3할-30홈런을 동시에 기록했고 데뷔 후 최고의 기록들로 공격력에서 한 단계 성장했다. 올해 역시 강민호의 공격력은 지난해 못지않다. 팀이 치른 37경기 중 34경기에 나서 타율 3할3푼3리 8홈런 27타점 OPS 1.082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득점권 타율은 5할6푼에 이른다.
포수 수비 이닝 전체 3위(268⅓이닝)에 실책은 2개 밖에 되지 않는다. 포일은 5개로 다소 많지만 도루 저지율 4할1푼4리(29시도/12저지)로 수비에서도 존재감을 내비치고 있다. 강민호가 없는 롯데는 상상하기 힘들다.
특히 주장으로서도 강민호는 잔잔하게 자신의 영향력을 팀에 풍기고 있다. 5월 초반 팀이 6연패에 빠졌을 당시 주장 강민호의 제안으로 모두 농군패션을 하고 그라운드에 나섰다. 주장으로서의 정신력 다잡기였다. 결국 지난 6일 잠실 두산전, 주장의 의지대로 롯데는 6연패를 탈출하며 반등의 기반을 마련했다. 6연패 탈출 이후 롯데는 6승2패로 반등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선수들이 촘촘하게 몰려있는 롯데의 선수단 구성에서 강민호는 이들을 하나로 뭉치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선수단 전체에서의 영향력은 공수에서의 존재감 못지 않다.
강민호의 역할이 팀 전체적으로 퍼져있다면 김문호는 올해 롯데 타선의 핵심이다. 데뷔 11년 차에 김문호는 최고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개막 이후 한 달 반이 지나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4할 타율(0.418)을 기록 중이다. 독보적인 타격 1위다. 4할 중후반대의 타율을 유지하던 시기보다는 주춤 하지만 현재 롯데 타선에서 김문호를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다. 33경기에서 안타를 기록하지 못한 경기는 단 4경기에 불과하다. 그리고 멀티히트 경기는 19경기나 된다. 2번 타순에 위치하면서 테이블세터로서 공격의 물꼬를 트는 역할에 충실히 하고 있다.
덕수고 시절 ‘천재타자’의 잠재력을 올해 뿜어내고 있다. 조원우 롯데 감독 역시 현재 김문호의 타격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다”고 말하며 신뢰를 보내고 있다. 롯데의 주전 선수들이 줄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인해 타순 변동이 이뤄지더라도 김문호의 자리는 2번 타순에 고정이다. 김문호의 잠재력이 폭발하면서 롯데는 수년간 골머리를 앓았던 주전 좌익수 문제를 단숨에 해결했다.
강민호, 김문호가 1군에 지속적으로 얼굴을 비춘 선수였다면, 김상호는 롯데 선수단에 혜성처럼 등장한 내야수다. 올해 상무에서 전역한 이후 퓨처스리그를 폭격하고 1군에 이름을 올린 그는 단 13경기 만에 무서운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김상호는 현재 13경기 출장해 타율 3할8푼3리 2홈런 14타점 OPS 9할8푼6리를 기록하고 있다. 주전 1루수였던 박종윤의 공격력 가뭄을 단숨에 해갈하고 있다. 타순 역시 중심 타선이 5번 타선에 위치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지난 12일 사직 넥센전 홈런 포함 4타점 경기를 펼친 데 이어 이튿날 13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4안타 4타점의 활약을 펼쳤다. 각각 쐐기타와 결승타의 주인공이었다.
조원우 감독은 “현재 팀 전력에 플러스 요소가 되고 있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하며 신중한 자세를 내비쳤지만 김상호의 합류와 맹활약이 1군 선수단에 새로운 활력이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현재 롯데는 18승19패, 5할 승률에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 중이다. 6연패 수렁에 빠지기도 했고 주전 내야진이 줄부상으로 선수단의 무게감 역시 현저하게 떨어졌다. 하지만 롯데는 강민호-김문호-김상호, ‘호호호트리오’들은 위기 상황에서도 롯데를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롯데 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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