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민의 ML현장] 부담 내려놓은 이대호, 진짜 ML 타자로 진화
OSEN 선수민 기자
발행 2016.06.21 05: 48

이대호(34, 시애틀 매리너스)가 부담을 내려놓고 메이저리그 연착륙하고 있다.
2001년 KBO리그에 데뷔한 이대호는 통산 11시즌 동안 타율 3할9리 225홈런 809타점을 기록한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다. 타격왕을 세 차례 수상했고 홈런, 타점 부문도 두 시즌이나 1위에 올랐다. 2010년에는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 부문을 휩쓸며 7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리그 MVP에 오르는 등 최고 타자 반열에 올랐다.
일본 진출 후도 마찬가지였다. 2012년 오릭스 버팔로스 소속으로 144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8푼6리 24홈런 91타점. 일본 데뷔 첫해부터 퍼시픽리그 타점왕에 올랐다. 일본에서도 순조롭게 적응했고 2014시즌을 앞두고는 소프트뱅크 호크스로 이적했다. 2014년 타율 3할 19홈런 68타점, 그리고 지난해에는 타율 2할8푼2리 31홈런 98타점을 기록했다. 팀의 2년 연속 우승을 이끌었고 2015시즌에는 일본시리즈 MVP에 선정됐다.

한국, 일본을 평정한 후 오른 메이저리그 무대. 이대호는 보장 연봉 100만 달러의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한국과 일본에서 늘 팀의 주축이었던 것과는 달랐다. 또한 돈보다는 꿈을 택했고 시범경기부터 본인의 가치를 증명, 개막 엔트리에 합류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대호는 플래툰 시스템으로 제환된 출전 기회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47경기에 나와 타율 2할8푼9리 10홈런 27타점 고효율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선발로 29경기에 나왔을 뿐이지만 벌써 10홈런을 쓸어 담았다.
이대호의 27타점은 팀 내에서 애덤 린드와 함께 공동 4위의 기록이다. 로빈슨 카노-넬슨 크루스-카일 시거의 주축 선수들에 이어 곧바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양대 리그를 통틀어 신인 중 6번째로 많은 홈런을 때려내고 있다. 1위 트레버 스토리(콜라로다 로키스)가 291타석에서 17홈런을 기록 중이다. 17.1타석 당 1홈런. 반면 이대호는 12.8타석 당 1홈런으로 인상적인 성적을 남기고 있다.
무엇보다 이대호는 부담감을 떨친 채 타석에 서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 즐겁게 야구를 하고 있다. 나는 대타로 여기에 왔고 신인이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즐겁게 야구하고 있다. 마음도 편하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팀 동료들의 야구를 즐기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이대호는 “카노 같은 경우는 리더로서 세리모니를 이끌고 정말 즐겁게 야구를 한다. 연봉이 많으면서도 야구를 즐긴다”라고 말한다.
단순히 즐기는 것이 아니라 성적도 잘 나오고 있다. 카노는 올해 타율 3할1리 19홈런 53타점으로 시애틀 타선을 이끌고 있다. 위치는 다르지만 이대호 역시 마찬가지다. 클럽하우스든, 그라운드든 밝은 표정으로 야구를 즐긴다. 메이저리그 첫 시즌임에도 순조로운 적응의 과정을 밟고 있는 것. 이대호는 “예전에는 야구를 왜 그렇게 아등바등 하면서 했는지 모르겠다. 미국은 연패를 하더라고 크게 분위기가 다운되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도 각자 할 일을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안타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위축되지 않는다. 이대호는 “잘 맞아도 아웃이 되는 게 야구다. 삼진을 당할 때도 있는 것이다”며 의연한 태도를 보인다. 지난 18일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원정경기에선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하지만 팀은 8-4로 승리하며 2연승을 달렸다. 경기 후 만난 이대호는 팀 승리에 의미를 뒀다. 그러면서 “매일 잘 할 수는 없다. 내가 출전하는 경기에서 팀이 이기면 좋다. 팀에는 카노, 크루스 등 주축 선수들이 있다”라고 말했다. 부담을 내려놓고 진짜 메이저리그 타자가 되고 있는 이대호다. /krsumi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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