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남원 연예산책]영화 그만찍어야 할 한국영화 감독·배우는...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6.06.25 08: 01

미국의 한 영화잡지가 최근 영화계에서 떠나야 할 감독과 배우들의 톱10 리스트를 발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OSEN 6월24일 보도) 감독 1위는 블록버스터 흥행 시리즈 '트랜스포머'의 마이클 베이가 차지했고 코미디의 황제 아담 샌들러는 배우 쪽 왕좌에 오르는 수모를 맛봤다. 
   
이 기사에 대한 국내 독자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각각의 명단을 보며 수긍하는 여론이 대다수지만 "왜 이 사람이.."라는 반발도 상당하다. 작품에 따른 평가의 골이 깊기는 해도 여러 편 흥행작을 남긴 마이클 베이가 퇴출 0순위 감독으로 뽑힌 것도 그렇고 고정 팬덤을 확보한 아담 샌들러나 제시카 알바, 메간 폭스 등의 톱스타들을 향해서도 옹호 여론이 만만치 않다.

그 와중에 '왜 한국에서는 이런 명단 공개가 없냐?'는 의문과 바람을 기대하는 댓글이 다수 올라왔다. 최근 불륜설 보도로 비난의 대상이 된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를 향한 돌팔매가 쏟아지기도 했다. 사실 작가주의 영화의 거장으로 꼽히는 홍 감독과 '아가씨'로 올해 칸 국제영화제까지 다녀온 김민희의 경우 영화 외적인 요소가 작용한 것이기 때문에 네티즌들의 감정적 화풀이에 가깝다. 
특히 홍 감독은 자신의 시나리오를 갖고서 저예산 영화를 주로 찍었다. 특급 배우들이 주 조연으로 나섰지만 대개 개런티 없이 출연했다. 극장 개봉 상업영화의 성격이 아니었기에 재미를 따지는 관객 피해(?)를 거론할 이유가 없었고 국제영화제와 소수 마니아 사이에서는 늘 주목의 대상이었다. 30대에 들어서 연기의 맛과 향을 깨달은 김민희도 최근 출연작들에서는 호평이 잇따랐다. 이번 사건만 아니었으면 탄탄대로를 달렸을 터인데 급제동이 걸렸다.
할리우드는 이런 개인 사생활 점에서는 극히 관대하다. 온갖 스캔들과 사건 사고에 이름을 내미는 린제이 로한 등의 파티걸들과 자신의 아이를 돌보는 유모와 외도를 한 주드 로 등 소문만 바람둥이들도 리스트에서 다 빠진 이유다.
대신 연기와 연출을 업으로 먹고 사는 프로 영화인들에 대한 책임 묻기의 방식은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된다. 'Taste Of Cinema'지가 발표한 '영화 찍기를 그만 두어야 할 감독과 배우 리스트'도 그 중의 하나인 셈이고 해마다 최악의 영화를 선정하는 골든 라즈베리는 이제 세계 영화팬들이 주목하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지난 198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한 가정집에서 몇몇 영화팬들의 집안 행사로 출발한 골든 라즈베리는 매년 아카데미 시상식 하루 전 날 '최악의' 작품 및 남녀주연, 감독, 각본, 신인, 주제가, 음악, 특수효과, 속편상 등을 발표한다. '쇼걸'의 폴 버호벤 감독은 1996년 10개 부문에서 중복까지 포함해 모두 13개 후보를 내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영화계 종사자들의 기준치에 근접한 아카데미에 비해 영화 관객의 눈높에 더 가까운 것이 라즈베리다.
그렇다면 한국은? 북미에 비해 영화시장 규모가 구멍가게 수준인 한국에서는 감독의 경우 시장의 논리로 자동 퇴출된다. 데뷔작에서 흥행을 기록하고도 4~5년간 메가폰을 잡지 못해 영화판을 기웃거리는 신예 감독들이 수두룩하다. 흥행작을 다수 보유한 중견 감독일지라도 나이 50을 넘겨서는 연출의 기회를 잡기 어렵다. 자칫 한 편이라도 삐긋했다가는 잘 나가는 40대 감독도 명예퇴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될 판이다. 영화를 그만해야 할 감독 명단이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오래 전에 이미 업계 차원의 구조 조정이 이뤄진다고 해야될까.
배우 쪽은 사정이 다르다. 발연기를 일삼더라도 스타 이름값과 거품 흥행력을 빌미 삼아 주연 자리를 계속 꿰차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아시아의 한류 시장이 커지면서 '일단 캐스팅만 하면 해외 판권이 보장된다'는 이유로 편당 수 억 원 개런티를 1년에 서너차례 챙기는 속빈 배우들도 몇몇 보인다. 한국 영화를 그만 찍어야 할 리스트가 나와서 이들에게 최소한의 경각심이라도 들게해야되지 않을까 싶다. /mcgwire@osen.co.kr
[엔터테인먼트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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