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형의 대타 볼넷, 넥센을 흥분시키다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6.06.26 05: 52

서 있으라 했지만 승부욕 발휘해 볼넷 출루
순식간에 분위기 바꿔놓은 이날의 명장면
넥센 히어로즈 좌완 투수 김택형이 명장면으로 팀을 열광시켰다.

김택형은 지난 25일 잠실 LG전에서 7-6으로 앞선 10회초 2사 1루에서 임정우와 7구 싸움 끝에 볼넷을 얻어 출루했다. 2007년 8월 30일 수원 현대전에서 김광현(SK)이 기록한 뒤 KBO 리그에서 처음 나온 투수 대타 볼넷. 넥센은 이후 터진 유재신의 적시타를 앞세워 8-6 승리를 거두고 전날 역전패를 설욕했다.
넥센은 이날 9회까지 타자 자원을 다 쓰면서 9회말 김세현이 7번 타순에 들어갔다. 김세현을 교체할 예정이었던 염경엽 감독은 10회 김세현의 타석 차례가 오자 엔트리에 남아있던 투수 자원 중 그나마 가장 어려 타석에 최근까지 서본 김택형을 골랐다. 김택형은 박정음이 준 배트를 들고 임병욱의 헬멧, 김재현의 가드를 착용한 뒤 싱글벙글 웃으며 타석에 들어섰다.
김택형은 임정우를 상대로 1구 볼을 얻었으나 2구 헛스윙했다. 그는 3구째 3루쪽으로 파울을 기록했고 4구는 배트가 부러지며 1루쪽 관중석 쪽 큰 파울이 됐다. 그는 다시 박정음의 배트를 갖고 나왔다. '의외'의 배팅 능력에 부담이 커진 임정우는 이후 3구 연속 볼을 허용하며 볼넷으로 김택형을 내보냈다. 김택형은 유재신의 적시타, 박동원의 안타로 3루까지 밟았다.
김택형은 경기 후 "중학교 3학년 때까지는 타석에 섰는데 타율은 중간 쯤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1학년 때까지 타자로 이름만 올려놨을 뿐 타석에 서본 적이 없다. 오늘 치려는 생각은 없었는데 방망이가 나도 모르게 나갔다. 주루 플레이도 재밌고 마냥 신났다"고 흥분됐던 '그라운드 나들이'를 되돌아봤다.
염 감독은 "김택형이 큰 일을 했다. 그 볼넷 덕분에 1점이 더 나왔다. 김택형이 볼넷으로 나가면서 유재신의 적시타도 나왔고 팀 분위기도 확 올라갔다"며 김택형의 '눈야구'를 칭찬했다. 염 감독은 사실 김택형에게 "서 있기만 하라"고 했는데 김택형의 승부욕이 감독의 당부를 잊었다. 다만 코치들의 걱정을 생각해 주루 플레이는 자제했다.
한편 김택형이 볼넷을 얻는 사이 넥센 더그아웃에 있는 모든 선수들은 포스트시즌 때처럼 1구 1구에 환호했다. 넥센의 좋은 팀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장면. 박정음은 김택형의 파울에 자신의 배트가 부러져 피해자가 됐지만 "팀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고 우리끼리 서로를 응원하는 마음이 큰 것 같다"며 팀의 승리에 만족해 했다.
넥센은 이미 1점을 내 앞서 있었으나 치고 박는 이날 혈투의 분위기에서 1점은 불안했다. 여기서 LG는 투수 대타를 믿고 이택근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냈고 그 결과는 넥센에 추가점을 가져다줬다. 김택형과 유재신의 집중력, 팀원 모두의 응원이 가져온 결과였다. /autumnbb@osen.co.kr
[사진] 넥센 히어로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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