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더라도 분위기 UP" 이용규, 기록 외적 가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06.26 05: 55

특유의 투지와 오기로 경기 분위기 지배  
이용규, "죽더라도 분위기 살릴 수 있어"
한화 외야수 이용규(31)는 기록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선수다. 기록에 잘 나타나지 않는 그의 승부근성과 오기는 경기 흐름을 좌지우지한다. 

지난 17일 청주 넥센전으로 돌아가 보자. 이날 이용규는 도루 실패가 2개 있었다. 기록적으로 보면 팀에 큰 손해를 끼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날 경기에서 팬들로부터 가장 큰 환호를 받은 선수였다.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와 상대와 기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6-5로 리드한 7회말 1사 후 볼넷으로 걸어 나간 이용규는 후속 송광민 타석에서 상대 투수 마정길로부터 3연속 견제를 받았다. 이에 이용규도 밀리지 않고 2루로 계속 스타트를 끊었지만, 송광민의 2연속 파울에 헛심만 썼다. 두 번이나 2루 슬라이딩을 하느라 지쳤다. 
하지만 이에 멈출 이용규가 아니었다. 3번 연속 2루로 전력질주하며 도루를 노렸다. 결과는 아웃. 그럼에도 홈팬들은 이용규의 근성에 박수를 보냈다. 한화는 7회말 추가 득점 없이 물러났지만 8회말 2점을 추가하며 8-5로 넥센에 승리했다. 도루 실패는 흐름상 주도권이 넘어갈 수 있었지만 그 과정에 이용규의 승부근성은 한화 덕아웃 분위기를 뜨겁게 끌어올렸다. 
25일 대전 롯데전도 이용규의 이런 가치가 빛난 경기였다. 이날 이용규는 시즌 개인 첫 4안타를 휘몰아쳤다. 사이클링히트에 3루타 하나가 모자란 불방망이. 하지만 이날 이용규의 숨은 가치는 4개의 안타가 아니라 안타를 치지 못한 나머지 한 타석에 있었다. 
5-1로 리드한 6회말 무사 1루에서 이용규는 2루 땅볼을 쳤고, 1루 선행주자 정근우가 2루에서 포스 아웃됐다. 1루에 나간 이용규는 바뀐 투수 김성배로부터 초구를 던지기 전에 3연속 견제를 당했다. 그 이후에도 다시 한 번의 견제에 이어 두 번이나 2루로 스타트를 끊었지만 송광민의 파울과 1루 파울플라이 아웃으로 힘을 빼야 했다. 
하지만 김태균 타석에서 견제구를 받은 뒤 바로 다음 공에 빠른 스타트로 2루에서 살았다. 총 5번의 견제를 받으며 체력을 소진했지만 이용규의 승부근성이 더 강했다. 김태균의 볼넷에 이어 윌린 로사리오의 우측 2루타 때 이용규는 홈을 밟으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득점을 올렸다. 한화도 8-1로 승리했다. 
이용규는 "경기를 하다 보면 가끔 오기가 발동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죽더라도 뛰어야 한다. 야구에선 그런 타이밍과 흐름이 있다. 그럴 때는 죽어도 분위기가 산다"고 말했다. 야구가 단순한 기록 스포츠가 아니라 미묘한 흐름과 기싸움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이용규가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매순간 전력의 힘을 내는 이용규이기에 몸 관리는 더 중요하다. 지난 23일 마산 NC전에서 감기 몸살로 하루 쉬었던 그는 "체력적인 문제는 아니었다. (마산 숙소에서) 에어컨을 켜놓고 차가운 상태에 잠을 잘못 자서 그랬다. 여름인 만큼 앞으로 이런 부분도 신경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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