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솔직하다] ‘20년 만의 부진’ 삼성, 왕조는 일어설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6.26 06: 48

삼성은 타이거즈의 이름을 계승하고 있는 KIA와 더불어 KBO 리그 최고 명문 팀으로 뽑힌다. 리그의 트렌드를 선호하는 리딩 클럽의 이미지, 찬란한 우승 경력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올해는 20년 만에 찾아온 부진에 사자후가 잠잠하다.
삼성은 25일까지 30승41패(.423)를 기록, 리그 9위에 처져 있다. 시즌 초반 9위로 떨어졌을 때는 ‘일시적인 부진’이라고 여겼지만, 시즌의 반환점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은 9위라는 단어의 어감이 사뭇 다르다. 물론 5위 LG와의 승차는 아직 3경기에 불과해 언제든지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여건은 된다. 하지만 최근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에 한국시리즈 우승 4회를 차지했던 삼성의 눈높이가 5위라고 보기는 어렵다.
9위라는 순위는 언제든지 변동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직은 별 의미가 없다. 그러나 삼성의 자체 성적만 놓고 보면 모처럼 찾아온 위기를 실감할 수 있다.

KBO 리그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올해 삼성은 1989년 이후 팀 역사상 가장 빨리 40패에 도달했다. 삼성은 올 시즌 70번째 경기에서 40패를 기록했었는데 이는 2009년 75경기 40패의 기록을 뛰어 넘는 구단 역사상 최악의 출발이다.
삼성은 2008년 78번째 경기에서 40패, 1994년과 1996년에는 80번째 경기에서 40패째를 기록했다. 종전 1~4위 사례에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적은 2008년 단 한 번이었다. 당시 여름에 힘을 내며 4위로 포스트시즌 무대에 턱걸이했다. 2009년과 1994년에는 5위였고, 1996년에는 6위로 시즌을 마쳤다.
흔히 승패 마진(승수-패수)에서도 삼성의 부진을 읽을 수 있다. ‘스포츠투아이’가 제공한 자료를 볼 때 삼성이 승패 마진 ‘-10’ 이상을 기록한 것은 1996년 9월 이후 올해가 처음이다. 당시 삼성은 승패 마진 -13으로 시즌을 마쳤다. 5할 아래의 승률은 몇 차례 있었지만 이렇게 차이가 벌어진 적은 없었다는 의미다. 말 그대로 20년 만의 최악 부진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시즌 전부터 야마이코 나바로(지바 롯데)와 박석민(NC)라는 핵심 선수들이 이적했고 임창용(KIA)은 불미스러운 사태에 연루돼 역시 팀을 떠났다. 여기에 시즌 초반부터 부상이 끊이지 않는다. 외국인 선수 4명이 모두 부상을 당해 2군으로 내려가는 좋지 않은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고 차우찬 박한이 김상수 구자욱 등 국내 선수들 또한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다. 100% 전력으로 시즌을 치른 시기가 거의 없다.
이에 세부 지표도 처지고 있다. 극강 마운드를 자랑했던 삼성의 팀 평균자책점은 5.70이다. 오직 한화(5.85)만이 삼성보다 좋지 않은 기록을 가지고 있다. 두 눈으로 믿기 어려운 기록이다. 팀 타율도 2할8푼6리로 4위를 기록 중이며, 팀 홈런 6위 등 전반적인 지표에서 지난해보다 떨어지고 있다. 여전히 외국인 선수들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위기에 처한 왕조가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관심이다. 올 시즌 리그 성적표에 가장 큰 변수일 수도 있다. /skullboy@osen.co.kr
[기록 제공] 스포츠투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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