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학의 이글아이] 떠난 로저스, "내년에 다시 보자" 기약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06.28 06: 47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에스밀 로저스(31)는 숱한 화제를 뿌리고 떠났다. 로저스는 떠났지만 한화에 남겨진 숙제는 무겁다. 
한화는 지난 24일 로저스를 웨이버 공시했다. 역대 KBO리그를 통틀어 최고 몸값 190만 달러를 받는 선수가 단 6경기 만에 떠난 것이다. 문제는 팔꿈치 통증. 로저스는 수술 받기를 원했고, 그 과정에서 SNS로 팬에게 먼저 사실을 알리는 바람에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화려한 등장과 허무한 퇴장까지, 로저스를 둘러싼 상황은 여러 가지로 많은 논란거리를 낳았다. 
불행의 시작은 일본 고치 1차 스프링캠프였다. 로저스는 고치에서 3번의 불펜투구를 했고, 팔꿈치 통증을 처음 느꼈다. 한화 사정을 잘 아는 야구인은 "로저스가 고치에서 공을 던지고 난 뒤 가방을 들 때 팔꿈치에서 '뚝' 하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에는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괜찮아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회복되지 않았다. 그때부터 인대에 문제가 생겼다"고 전했다. 

오키나와 2차 캠프로 넘어간 뒤에는 타자를 세워 두고 라이브투구를 한 차례 했지만 그 이후 결국 공을 손에서 놓았다. 이때부터 기약 없는 재활이 시작됐다. 김성근 감독은 "로저스에게 모든 스케줄을 맡겨 놓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캠프 때부터 개인 스케줄도 결국은 부상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로저스는 2개월이 넘는 재활을 통해 5월8일 복귀했다. 돌아온 로저스는 지난해처럼 강한 공을 뿌리지 못했다. 직구 평균 구속은 지난해 149.8km에서 올해 143.9km로 눈에 띄게 떨어져 있었다. 그럼에도 변화구를 앞세운 요령 있는 투구로 잘 버텼다. 6번의 등판 중에는 4일 휴식 선발도 3경기 있었다. 특히 지난달 29일 대전 롯데전에는 9이닝 동안 127개 공을 던지며 완투했다. 이때도 4일 휴식. 결국 다음 6월5일 대구 삼성전에서 투구 도중 팔꿈치 통증으로 자진 강판했다. 고별전이었다. 
이미 이때 로저스의 팔꿈치에는 염증이 아니라 심각한 손상이 있었고, 수술이든 재활이든 장기간 공백이 불가피했다. 한 관계자는 "메디컬 테스트 때만 해도 로저스의 팔꿈치는 전혀 문제없었다. 고치 캠프부터 이상 조짐을 보였고, 1군 복귀 이후에는 4일 휴식에 많은 개수를 던졌다. 명확한 부상 이유를 증명하기 어렵지만 팔꿈치가 아픈 적이 없었던 로저스는 공을 던지는 데 두려움이 있었다. 수술로 통증을 털어내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구단과 의견차를 보이기도 했다. 로저스는 한화를 좋아했고, 수술 이후 다시 한화에 돌아오길 원했다. 다른 팀이 아니라 한화에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그 대신 구단으로부터 수술비 지원에 올해 같은 수준의 계약조건을 바랐다. 구단이 로저스의 요구를 들어주기에는 쉽지 않았다. 로저스의 실력은 증명됐지만 팔꿈치 수술은 투수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현재 KBO리그 외국인선수 제도상 너무 큰 부담이었다. 결국은 웨이버 공시로 결별 수순을 밟게 됐다. 
로저스는 지난 26일 대전 롯데전을 마친 뒤 한화생명이글스파크 라커룸을 찾아 선수단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한국 생활을 도와준 여러 사람들과도 인사했다. 로저스는 "이곳에서 생활은 즐거웠다. 다시 한화로 돌아오고 싶다. 내년에 다시 보자"며 다음을 기약했다. 한 선수는 "로저스가 어린아이 같은 면이 있다. 가끔 도를 넘어선 행동을 하기도 했지만 나쁜 마음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팔꿈치가 안 좋았지만 어떻게든 던지려 했다. 재활을 대충했다는 얘기도 있지만 그렇다면 5월에 복귀할 수 없었을 것이다"고 귀띔했다. 
떠나는 과정에서 로저스의 행동은 프로답지 못했지만 근본 문제는 부상이었다. 2011~2013년 한화에서 활약한 외국인 투수 대니 바티스타도 최고 158km를 던진 파워피처였지만 한화에서 말년은 무리한 투구 여파로 구속이 떨어지는 데드암 증세를 보였다. 한화와 더 이상 함께할 수 없었다. 로저스 역시 부상에 발목 잡혔다. 그들의 무리한 투구를 놓고 '이닝 옵션' 문제도 거론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선수 보호다. 현장 코칭스태프 의지가 있다면 관리는 가능하다. 
로저스가 떠났지만 159km 투수 파비오 카스티요가 화려하게 데뷔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카스티요가 로저스처럼 잠깐 스쳐 가는 인연이 되지 않기 위해선 보다 세심한 보호와 관리가 필요하다. 한화를 진심으로 좋아했지만 떠날 수밖에 없었던 로저스 사례는 더 이상 반복되선 안 된다. /한화 담당기자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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