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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과 서울의 첫 만남, 너 되게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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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서울월드컵경기장, 이균재 기자] 소개팅 첫 만남. 기대감 반, 어색함 반이다. 어떤 옷을 입고 갈까? 고민할 시간은 단 이틀. 곱게 차려 입은 옷에 와인을 쏟았다. 최악이다. 엎질러진 걸 주워담을 수도 없다. 훌훌 닦아내든, 옷을 갈아입든, 상대의 환심을 사야 한다.

황선홍(48) 감독이 지난 29일 FC서울 사령탑 데뷔전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팬과 미디어를 넘어 축구계의 모든 시선이 반 년 만에 그라운드로 돌아온 황새에게로 향했다. 상대는 성남FC, 무대는 상암이었다. 스토리는 풍성했다. 황새가 '절친' 독수리의 지휘봉을 물려받은 뒤 가진 첫 경기였다. 성남의 주포는 지난 시즌 황 감독이 포항 스틸러스에서 지도했던 티아고였다.

황선홍 감독은 경기 전 '낯설음', '시간',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서울의 훈련장, 출퇴근, 유니폼 등 서울의 모든 게 생소하다고 했다. 빠른 시일 내에 편해져야 한다고 했다. 축구도 다를 게 없었다. 전임 최용수 감독은 수 년간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완성형 스리백을 만들었다. 이 모든 게 낯설은 황 감독은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변화시키겠다고 했다. 희망사항은 '최대한 빨리'였다.

황 감독은 이날 최용수 감독의 스리백을 그대로 꺼내들었다. 주로 뒷마당의 중심을 잡았던 오스마르가 본업인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라간 게 작은 변화라면 변화였다. 서울 팬들의 기대감은 전반 13분까지만 하더라도 활활 타올랐다. 아-데-박(아드리아노 데얀 박주영 트리오)의 선봉장인 아드리아노가 고광민의 크로스를 헤딩 선제골로 연결했다. 군더더기가 없었다. 우측 윙백 대신 미드필더로 출격한 고요한의 공간 패스, 고광민의 오버래핑과 크로스, 아드리아노의 마무리까지, 톱니바퀴처럼 돌아갔다. 

상암이 장밋빛으로 물들 찰나, 첫 만남의 환상은 6분 만에 깨졌다. 티아고가 옛 스승에게 첫 번째 비수를 꽂았다. 피투의 패스를 잡아 단독 질주해 골키퍼까지 제치고 동점골을 넣었다. 역전골은 14분 뒤면 충분했다. 이번에도 티아고가 관여했다. 정인환의 패스미스를 가로 채 문전 정면으로 연결, 황의조의 골을 도왔다.

서울의 스리백은 우왕좌왕됐다. 오스마르가 없는 뒷마당은 불안했다. 경기 감각이 무딘 정인환, 리더의 무게감을 짊어진 김원식 모두 흔들렸다. 서울은 후반 8분 쐐기골까지 내줬다. 피투의 자로 잰 듯한 프리킥이 크로스바를 때리고 유상훈의 몸에 맞고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황 감독의 첫 번째 선택이 시행착오로 돌아간 순간이었다. 

황 감독은 자신의 실패를 재빨리 인정했다. 후반 11분 김원식을 빼고 윤일록을 투입하며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전환했다. 서울은 잠시 성남을 몰아붙였지만 소득을 올리지 못했다. 설상가상 종료 16분여를 남겨두고 임채민과 몸싸움을 벌인 아드리아노가 퇴장 당하며 추격의 동력을 잃었다. 서울의 완패였다.

황 감독은 패배 후에도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막 지휘봉을 잡고 이틀 만에 치른 경기였다. "실망할 단계는 아니다. 내가 생각했던 플레이와는 차이가 있다. 짧은 시간 고쳐나가는 게 관건이다."

상처의 값어치는 꽤 컸다. 오스마르를 중심으로 한 스리백과 미드필드진의 변화, 아드리아노 길들이기 등 한 경기 만에 아주 중요한 과제들을 찾아냈다. "2골 차로 벌어졌을 때 포백을 해보지 않으면 나중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 경기를 버렸지만 긍정적이고, 가능성 있는, 의미 있는 패배였다."

황 감독은 계속해서 희망을 노래했다. "정적이지 않고 에너지 있는 축구를 원한다.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패배를 빨리 잊어야 한다. 우리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황선홍의 서울은 이제부터 시작이다./dolyng@osen.co.kr
[사진] 서울월드컵경기장=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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