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토종 투수들의 기근에 시달렸던 롯데 자이언츠. 그런데 몇 년 사이 젊은 투수들의 질과 양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롯데는 이제 밝은 미래를 꿈꾼다. 젊은 피들이 마운드의 주축으로 올라서는, 토종 투수 왕국의 청사진을그리고 있다.
롯데는 3일, "2017년도 신인 1차 지명 선수로 택한 투수 윤성빈(17, 부산고)와 계약금 4억5000만원에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의 관심을 받은 ‘초고교급 투수’ 윤성빈의 행보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갔지만, 롯데는 윤성빈에 거액의 계약금을 안겨주면서 확실한 ‘롯데맨’으로 만들었다.
윤성빈을 품기까지 롯데는 힘든 과정이었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다. 195cm, 95kg의 건장한 체구, 그리고 최고 153km의 빠른공을 구사하는 우완 정통파 투수다. 고등학교 3학년들이 주축이 된 지난해 오사카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는 2학년 신분으로 참가하며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여기에 롯데가 현재 나아가고 있는 운영 방향이 윤성빈의 미래, 팀의 미래를 더욱 기대케 하고 있다.
지난 2014시즌이 끝난 뒤 롯데는 큰 홍역을 앓았다. CCTV 파동 등으로 구단 수뇌부들이 교체됐다. 그리고 현재의 구단 수뇌부가 가장 먼저 칼을 댄 부분이 바로 육성부분이다. 김해 상동구장은 조금씩 리모델링을 통해 육성 전초기지로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하지만 가장 문제됐던 부분이 투수진이다. 그동안 롯데는 투수진의 노쇠화와 젊은 투수진의 성장 정체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투수진의 세대교체가 쉽게 되지 않았다. 젊은 토종 투수들을 키우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됐다.
그리고 실천으로 옮겼다. 구단은 ‘토종 투수 육성’이라는 확실한 기조를 세웠다. 일단 인적 인프라를 대거 확충했다. 지난해 kt와의 트레이드를 통해서 박세웅(21)과 이성민(26), 조현우(22)를 데려왔다.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20대 초중반의 투수들을 대거 수혈한 것이 시작이었다. ‘다른 팀으로 가면 부메랑이 되어 팀에 돌아올 수도 있다’는 포수 장성우를 포기하고 받아온 대가다.
지난해 말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는 LG에서 김웅(23), kt에서 양형진(25)을 뽑았다. FA 심수창(한화)의 보상 선수로 강속구 유망주 박한길(21)을 택했고, 한화 보류선수 명단에서 풀린 1라운드 투수 유망주 최영환(24)도 품었다. 지난해에만 20대 초중반의 투수 7명을 외부에서 수혈했다.
여기에 박시영(27), 김원중, 김영일(이상 23), 박진형, 김유영(이상 22), 등 롯데가 기존에 보유했던 젊은 투수들 역시 올시즌을 기점으로 1군과 퓨처스리그에서 조금씩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갓 프로의 세계를 접하고 있는 올해 신인 박종무와 한승혁(이상 19)도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박세웅은 올해 롯데 선발진에서 외인 브룩스 레일리와 함께 원투펀치에 버금가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박진형 역시 선발진이 붕괴된 가운데 대체 선발로 들어와 힘을 불어넣었고 박시영도 불펜진에서 알토란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
지난해에만 20대 초중반의 투수들을 대거 끌어 모으며 선수층을 대거 확충한 롯데다. 젊은 투수들간의 선의의 경쟁으로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환경이다. 고교 레벨에서는 따라올 자가 없던 윤성빈에게도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구동우 투수 코치와 크리스 옥스프링 불펜 코치가 버티고 있는 퓨처스 코치진도 큰 자산이다.
롯데가 세운 기조대로, 그리고 바라는 대로 젊은 투수진들이 1군 주축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는 아직 물음표다. 변수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과거, 기존의 유망주 자원조차도 확신을 갖지 못했던 시기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현재 롯데는 확실한 계획 아래에 있다는 것은 분명하고 장기적인 성장 플랜 속에서 청사진을 완성해가고 있다. 이제 롯데의 꿈은 분명해졌다. 5~10년 뒤, 지금의 젊은 토종 투수들이 바르게 성장해 이들로 구축된 투수 왕국을 건설하는 것이다. /롯데 담당 기자 jhrae@osen.co.kr
[사진] 위=롯데 2017 신인 1차 지명 선수 부산고 윤성빈. 롯데 자이언츠 제공, 아래=박세웅(왼쪽부터)-박진형-김원중-박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