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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SK, ‘성공적인 팀 개조 작업’, 정의윤-최승준, 김재현-박재홍 닮은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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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시즌이 끝난 뒤인 11월 21일 새벽 0시. 한 FA 선수를 잡기위해 마치 ‘007’을 방불케 하는 기습적인 작전이 펼쳐졌다.

민경삼 SK 와이번스 단장(당시 운영팀장)이 LG 트윈스에서 FA로 풀려난 김재현(현 한화 이글스 타격코치)을 잡기 위해 그 전날 밤부터 그의 자택이 있는 서울 청담동 인근에서 진을 치고 있다가 날이 바뀌자마자 곧 바로 선수를 만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LG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김재현은 그해 FA 신분이 됐지만 LG 구단이 그의 고관절 수술 전력 때문에 부담을 느껴 선뜻 계약을 하지 못하고 미적거리는 사이 고교(신일고) 선배이기도 한 민경삼 단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김재현은 2007년 SK 와이번스의 창단 첫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고(그해 한국 시리즈 MVP), 2008년과 2010년에도 SK가 한국시리즈를 제패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평소 그의 자질을 눈여겨보고 있던 민 단장의 안목이 빗나가지 않았음을 입증한 것이다.

SK는 그에 앞서 2002년 시즌 뒤 FA로 시장에 풀려 나온 당대 최고의 포수 박경완을 잡았고, 2004년 12월 12일에는 강타자 박재홍을 KIA 타이거즈에서 투수 김희걸을 내주고(맞트레이드) 데려와 우승을 향한 밑거름을 놓았다.

SK가 2007년을 비롯해 2008년과 2010년에 우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장기적인 밑그림을 그리고 치밀한 기획, 판단 아래 과감한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SK는 올해 ‘다크호스’ 정도로만 분류됐다. 그 동안 팀 투, 타의 주축으로 자리 잡고 있던 내야수 정근우(→2014년 한화 이글스), 투수 정우람(→2016년 한화), 포수 정상호(→2016년 LG), 투수 윤길현(→2016년 롯데 자이언츠) 등 FA 선수들을 내줬던 SK는 그 대신 정의윤(30), 최승준(28) 등 장타력을 갖춘 타자들로 물갈이를 시도했다. 몸값이 급등한 FA 선수를 잡기보다 내실 있고 잠재력이 풍부한 선수를 잡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SK의 기획과 판단에 그리 후한 점수를 주지 않고 ‘변수’ 정도로 보았다. 더욱이 최승준을 크게 주목한 이들은 별로 없었다.

SK는 4번 타자 재목이었던 정의윤(30)을 지난해 시즌 도중인 7월에 LG와 3:3 트레이드로 데려온데 이어 올해 최승준(28)을 FA 보상선수(LG 정상호)로 점찍어 낚아채는데 성공했다. SK가 둘을 데려온 가장 큰 이유는 팀 색깔의 개조 때문이었다.

상대적으로 인천 문학구장(중앙 120, 좌· 우 95m)보다 큰 잠실구장(중앙 125, 좌· 우 100m)에서 빛을 못 본 정의윤과 최승준이 드디어 잠재력을 마음껏 발산하게 된 배경에는 그 같은 SK의 기획이 바탕이 됐다.

민경삼 단장은 “구장 친화적인 것도 있지만 선수들의 성향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팀 색깔을 스피드냐, 아니면 파워냐를 놓고 우리가 파워를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그 기획이 크게 성공할 조짐이다. 아니 이미 성공적인 흐름으로 흘러가고 있다.

SK는 7월 7일 현재 40승 39패로 4위를 지켜냈다. 5할 승률을 위협받고는 있으나 정의윤, 최승준의 분발 덕분에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먼저 팀 홈런 100개(102개)를 넘어서 단연 1위다(2위는 두산, NC, KIA의 88개). 최승준은 19홈런으로 홈런 더비 4위, 정의윤은 17홈런으로 공동 7위다. SK는 최승준과 정의윤을 포함 최정(15개), 고메즈(14개), 이재원(11개) 등 모두 5타자가 10홈런 이상 기록하고 있다.

올해 들어 SK는 파워, 넥센 히어로즈는 스피드로 팀 색깔을 변모시킨 대표적인 성공 구단이다. 올해부터 고척돔을 홈구장으로 쓰고 있는 넥센은 팀 도루 80개로 ‘빠른 발과 달리는’ 팀으로 이미지를 바꾸었다.

그나저나 최승준의 변신은 눈부시다. 정상호가 이적 후 LG 주전포수 자리를 꿰차지 못하고 홈런은커녕 고작 16안타(89타수)에 머물고 있는 반면 최승준은 타율 3할 1푼, 41타점, 19홈런으로 팀 승리에 결정적인 이바지를 하고 있다. 그 성과물로 최승준은 KBO리그 6월 최우수선수(MVP)로도 뽑혀 이제 자타공인 리그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하게 됐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 연속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던 SK는 2013년에 심리적인지지 선으로 여겼던 승률 5할이 무너진 이래 2014, 2015년 거푸 5할 대를 밑돌았다. 그 사이 애써 일궈냈던 명가의 자존심도 여지없이 구겨졌다.

마운드 약화가 주된 요인이었지만 짜임새를 잃은 타선도 거들었다. 4강 재 진입을 목표로 팀 재건과 개조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SK 타선에 정의윤과 최승준은 이제 없어서는 안 될 중추적인 존재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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