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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재의 무회전킥] 홍정호와 클라반 그리고 이대호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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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균재 기자] 떠나는 애인에게 독설을 뱉는다면 미련이 있기 때문이다. 아우크스부르크 단장은 홍정호(27, 장쑤 쑤닝)에게 "야망이 없다"며 일침을 가했다. 미련이다.

홍정호가 독일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 생활을 마감하고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장쑤로 둥지를 옮겼다. 장쑤는 자세한 계약 조건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독일 복수 언론에 따르면 아우크스부르크는 이적료 400만 유로(약 50억 원)를 챙겼다. 홍정호는 최소 연봉 20억 원을 보장받을 전망이다. 돈만 놓고 보면 윈-윈이다.

프로의 세계와 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축구선수의 가치는 이적료와 연봉으로 평가받는다. 능력 있는 사원의 월급이 많은 것처럼 기량이 출중한 선수가 많은 걸 차지한다. 선수도 인간이다. 먹고 살 돈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같은 시간을 뛰고 더 많은 돈을 번다면 뿌리치기 힘든 유혹일 것이다.

중국 리그는 예전과는 판이하게 다르게 무대가 커졌다. 돈뭉치를 들이대 월드클래스 선수를 닥치는대로 끌어모으고 있다. 헐크(상하이 상강), 라베치(허베이 종지), 시세, 펠레(이상 산둥 루넝) 등이 최근 유럽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중국으로 향했다. 홍정호는 첼시에서 뛰었던 미드필더 하미레스, 브라질 대표 출신 공격수 조, 유럽 빅클럽이 탐냈던 테세이라와 한솥밥을 먹는다. 선수 면면만 보더라도 확실히 경쟁력이 있다. 홍정호의 '단짝' 김영권(광저우 헝다)은 오래 전부터 중국에서 활약하고 있다. 전현직 대표팀 출신 김기희(상하이 선화) 장현수(광저우 부리) 정우영(충칭 리판) 윤빛가람(옌볜 푸더) 김주영(상하이 상강) 등도 중국 무대를 누빈다. 홍정호의 중국행에 힘을 실어주는 근거들이다.

그럼에도 홍정호의 중국행을 보면서 드는 한 가지 생각은 아쉬움이다. 여러가지 처한 상황, 조건을 모두 따져도 '도전'이라는 단어보다는 '아쉬움'이 먼저 떠오른다. 아우크스부르크는 홍정호의 올림픽 와일드 카드 차출을 완강하게 반대했을 정도로 핵심 전력으로 꼽았다. 본인의 강력한 이적 의지와 구단이 거액의 이적료를 챙길 수 있어 이별이 성사됐지만 잔류했더라면 장기적으로 장밋빛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홍정호의 대표팀 동료는 모두 한국 혹은 일본에서 뛰다 중국으로 떠난 케이스다. 홍정호는 다르다. 그가 누비던 독일 분데스리가는 세계 3대리그다. 홍정호는 지난 시즌 부상악재 속에도 꾸준히 주전급 활약을 펼쳤다. 올 여름 주전 수비수인 클라반의 이적으로 홍정호의 가치는 더 올라갔다. 아우크스부르크엔 절친한 동료인 구자철과 지동원도 있다. 익숙한 바인지를 감독이 떠나고 새 수장이 왔다고 하더라도 정글의 세계에서 한 단계 도약하기엔 더 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홍정호는 한국 나이로 28세다. 축구선수로 전성기다. 각급 연령별 대표팀을 거쳐 A대표팀까지 엘리트 코스를 밟아 향후 몇 년간 한국의 뒷마당을 책임질 적임자로 꼽힌다. 제공권 등 수비수로서 기본기가 탄탄하고, 현대축구서 중요시되는 빌드업 능력도 갖추고 있어 유럽 무대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홍정호는 지난 시즌 바이에른 뮌헨, 도르트문트 등 빅클럽을 상대하며 레반도프스키, 뮐러, 로벤, 더글라스 코스타, 오바메양, 미키타리안 등 세계적인 선수를 막아섰다. 생애 처음으로 유럽대항전인 유로파리그에도 출전했다. 활약이 이어진다면 분데스리가 출신 손흥민(토트넘)처럼 명문 구단으로 이적할 가능성도 열려 있었다. 

중국은 다른 차원의 세계다. 수준이 높아졌다고 해도 아직 분데스리가와 비교자체 불가다. 유럽과 비교하면 스카우터의 시선과도 먼 세상이다. 냉정히 말해, 홍정호가 중국에서 날고 기어도 유럽에서 다시 기회를 잡을 가능성은 낮다.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무대에서 눈부신 활약을 해야 다시 유럽행의 꿈을 조금이나마 꿀 수 있다. 홍정호와 함께 아우크스부르크의 중앙수비를 구축했던 클라반은 지난 20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명문 리버풀에 입단했다. 홍정호의 이적료를 상회하는 금액으로 EPL 입성의 꿈을 이뤘다. 2013-2014시즌부터 3년간 꾸준했던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단순비교는 힘들지만 야구의 이대호는 올 초 일본 소프트뱅크의 연봉 5억 엔(약 53억 원), 다년 계약을 뿌리치고, 시애틀 매리너스와 마이너리그 1년 계약을 맺었다. 결과를 떠나 아름다운 도전이다. 모두가 박수를 보냈다. 미래가 불투명했던 이대호는 보란듯이 스프링캠프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25인 로스터에 입성,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뤘다. 이대호는 연일 불방망이를 뽐내며 벌써부터 몸값이 올라가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홍정호와 클라반 그리고 이대호를 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모한 도전이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꽃길을 걸을 수도 있고, 가시밭길을 걸을 수도 있다. 선택은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적어도 땀을 흘리고 먹고 사는 운동 선수라면, 도전해야 한다. 설사 실패한다 하더라도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면 말이다./dolyng@osen.co.kr
[사진] ⓒAFPBBNews = News1(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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